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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와의 인연과 치적을 중심으로 전달한 조중동

8·30 개각인사, 검증 없는 언론

2011. 08. 31 by 권순택 기자

청와대 8·30 개각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통일부장관 내정자 ‘류우익’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 ‘최광식’이다. 정확히 따지면 ‘다시 돌아온 류우익’과 ‘8개월 만에 교체된 문화부장관’이다.

개각 발표 시점이 늦었던 탓인지 31일자 중앙일간지에서 해당 인물에 대한 평가는 미비했다. 초대 대통령실장을 역임한 류우익 내정자에 대해서는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에 그친 채 남북관계 개선여부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최광식 내정자에 대해서 조중동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과 치적을 중심으로 보도하는 행태를 보였다.

류우익 내정, “남북관계 개선될까?”에만 초점

류우익 내정자는 그야말로 ‘회전문 인사’, 그 자체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모두 류 후보에 대해 “청문회에서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역시 “함께 일한 사람만 쓴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폭 좁은 인사정책에 대해 언급했고, <동아일보>는 ‘이명박의 남자의 귀환’이라고 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보수 성향을 떠나 류우익 내정자가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대립하고 있던 남북관계가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높다.

▲ 8월 31일자 중앙일보 기사
31일자 <조선일보>는 “통일장관 바꿨다고 대북정책 바뀌지 않는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큰 제목으로 뽑았지만, 대북정책 달라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고 함께 전했다.

<조선일보>는 “주중대사 시절 류우익 내정자는 베이징의 북한대사관과도 채널을 구축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라는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 역시 “아무래도 장관이 새로 오면 조금씩 달라지지 않겠느냐”라고 부정하지 않았다. <동아일보> 역시 “류 내정자의 실용노선이 더해질 때 임기를 18개월 남겨놓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얼마나 달라질지가 이번 8·30개각의 최대 포인트”라고 지적, 남북정상회담 재추진 가능성을 언급했다.

<경향신문>은 김근식 경남대 교수의 말을 인용, “류 장관 내정은 대통령이 남북관계를 바꿔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 같다”, “북한도 현 장관 교체로 전향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한겨레> 또한 류 후보자는 이 대통령을 직접 설득하면서 대북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류우익 후보에 대해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의 동지이자 가정교사라고 평가했다. 류우익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수도 이전 반대’를 주도할 때,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학계 인사들을 모아 <수도 이전 반대 국민연합>을 만들었다. 그리고 2006년에는 이 대통령이 만든 싱크탱크 ‘동아시아연구원’을 개편한 국제정책연구원 원장직을 맡기도 했다.

또한 ‘서울시장 퇴임 연설’ 및 ‘대선 후보 수락연설’, ‘대통령 취임사’도 그의 손을 거쳤고, 한반도 대운하 공약의 설계자로 ‘물길이 통하면 인심이 통한다’,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 선거구호를 직접 만든 이도 류우익 후보라는 것이다. ‘이명박의 이데올로그’라는 게 <조선일보>의 평가다.

8개월짜리 장관 만들려고 청문회, 일간지는 ‘딴소리만’

8·30 개각의 또 다른 논란은 문화부장관 교체에 있다. 공석이던 문화부 장관에 정병국 의원이 내정됐을 때부터 ‘10개월짜리 장관’이라는 꼬리표가 달렸었다. 그리고 이번 개각에서 현실이 됐다.

정병국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19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석하는 것이냐 안 하는 것이냐”, “10개월짜리 장관 인사청문회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당시 정 후보는 난감한 표정만 지은 채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예고된 교체였단 얘기다.

▲ 8월 31일자 조선일보 기사
8·30 개각이 발표되자마자 민주당이 8개월 만의 문화부장관 및 보건복지부장관 교체를 먼저 비판하고 나선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용섭 대변인은 “고작 8개월짜리 장관으로 쓰려고 국회에 인사 청문 절차를 요청했다는 말인가. 국회와 국민에 대한 무시”라면서 “정병국 장관은 선거포스터에 경력 한 줄 늘린 것 말고 아무 것도 한 일 없는 장관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중앙일간지에서 장관 교체 시점을 두고 비판한 곳은 없었다. 특히 조중동은 최광식 내정자의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과 치적만을 중심으로 나열 보도했다.

“6척 장신, 180cm의 키에 장대한 기골, 부리부리한 눈매는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막 튀어나온 무인 같다. 그래서 벌명이 ‘을지문덕’이다. 성격도 ‘장군’ 스타일. 열정적인 성격과 탱크처럼 밀어붙이는 추진력의 소유자다. … 학자로서 흔치 않게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 <조선일보 기사 중>

“최 후보자의 종교는 불교다. 고려대 재학 시절 ‘고대신문’ 기자로 월정사에 취재를 갔다가 3000배를 올린 일을 계기로 불자가 됐다. 올 초 문화재청장으로 임명됐던 것 역시 현 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카드로 평가된 바 있다” <중앙일보 기사 중>

“문화계에서는 일찌감치 그의 장관 입각 가능성을 점쳐 왔다. 결정적인 계기는 G20 서울 정상회의 환영 리셉션 업무만찬. 국립 중앙박물관장이었던 최 내정자는 G20 정상회의 만찬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해 성사시켰다. 파격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였다. 결국 이를 통해 한국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렸고 그 결과 이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이 밖에도 조중동은 “‘한국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 특별전’, ‘고려불화대전’ 기획 전시회 성공시켜”, “고려 불화 명품을 소장한 일본 도쿄 센소지를 찾아가 ‘수월관음도’ 앞에서 세 번 절하고 무릎 꿇어 그림 빌려와”, “4대강 공사구간에서 마애불이 발견된 경북 의성 낙단보 현장으로 달려가 불교계 민심 달래” 등으로 최광식 내정자의 치적만을 부각시켰다.

문화부 현안에 대한 최광식 내정자가 어떤 입장을 지녔는지에 대한 평가는 없다. 국민들이 궁금한 것은 최 후보의 키가 몇인지, 별명이 무엇인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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