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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박태규, 민주당 정권교체에 역할하겠다고 했었다"

곽노현 쇼크를 건너 박태규의 입으로

2011. 08. 31 by 김완 기자

곽노현 파문과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의 귀국. 현재 정국을 끌어가고 있는 쌍끌이 이슈다. 이 두 개의 굵직한 이슈는 민주당 입장에선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곽노현 파문이 '공안정국'을 일으키며, 진보진영 전체의 도덕성 문제로 비화되는 상황은 비상한 위기다. 곽노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야권연합에 대한 보수의 총공세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은 중대한 불안요소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 핵심 로비스트라고 할 박태규의 귀국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야권 전체에 기회 요소다. 임기 말 정권의 핵심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을 버틸 수 있는 권력은 없다. 그렇지 않아도 비리와 관련해 '잔매'를 많이 맞았던 이명박 정부인데 박태규 귀국 이후의 상황은 심상치 않다. 귀국 이틀 만에 사실상 김두우 수석이 '아웃'되는 분위기고, 점차 더 큰 이름이 나올 분위기를 형성하며 대형 비리 사건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은 민주당은 그러나 아직은 전열이 다 정비되지 않은 모습이다. 곽노현 쇼크가 워낙 컸던 탓이다. 곽 교육감에 대한 민주당의 기본 입장은 아직까지도 '책임 있는 처신을 요구한다'는 정도 이상으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무시되고 무분별한 피의 사실 공표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경험'적 피해의식과 문제의식이 작동하고 있지만, 이미 곽 교육감이 '2억 원은 줬다'는 사실을 인정한지라 논리의 추가 전개가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오히려 민주당은 곽 교육감 개인보다는 곽 교육감이 상징하던 '무상급식' 등의 보편적 복지 가치들이 매도되는 상황에 확전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등이 곽 교육감 문제를 계기로 '보편적 복지를 약탈 행위'라고 규정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은 민주당에게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만들어주고 있기도 하다.

▲ 30일 SBS <8시 뉴스>는 당초 알려진 것과 달리 박 씨가 귀국하기 일주일 전 쯤 캐나다에서 검찰이 박씨를 직접 접촉해 귀국일정을 조율했다고 보도해, 박 씨의 기획 입국설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 민주당은 곽노현 쇼크의 기획 여부 그러니까, 결국 정국의 흐름에서 박태규의 귀국과 곽노현 수사가 한 몸통이라는 주장으로 돌파구를 만들어가고 있다. 검찰과 청와대가 곽 교육감의 2억 제공을 인지한 시점은 8월 10일 전후이고, 박태규의 귀국 일정도 일주일여 전에 사전 조율했단 사실이 이미 드러났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검찰이 정권에 불리한 이슈를 덮기 위해 곽 교육감 사건을 특정 시점에 터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정권의 성격을 봤을 때, 상당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저축은행비리진상조사단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지원 의원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놀라운 얘기를 했다. 박태규 씨가 수사를 피해 캐나다로 출국한 이후 자신과 잘 아는 이에게 전화를 걸어와 "엉뚱한 제의를 해왔다"는 것이다. 박 의원이 말한 엉뚱한 제의란, "자기가 귀국해서 내년에 무슨 역할을 해서 도울 테니까 좀 도와 달라"는 것이다. 내년이 가리키는 시점적 사건은 '총선'과 '대선' 즉 선거를 말한다.

박 의원은 "박태규 씨가 나간 것이 3월 12일이고, 연락이 온 건 4, 5월 쯤이었다"며, 박태규 씨가 스스럼없이 "민주당이 정권교체하는 데 자기가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현 여권관계자들과 깊숙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박 의원은 박태규 씨가 그런 제안을 한 이유에 대해 "자신은 부산저축은행에 출자한 1천억과 무관하고 실제로 커미션으로 받은 액수도 적은 액수이다, 그런데 왜 자기를 자꾸 민주당에서 몸통으로 몰아가느냐, 그렇지가 않다"는 항변이라며 부산저축은행이 포항에 있는 건설업체에 왜 대출을 해줬겠느냐고 되물으며 "여기에 유력한 정치인이 있다는 사실이고 또 그러한 것까지 밝혀져야 몸통이 된다"고 주장했다.

▲ 박지원 민주당 저축은행비리진상조사단 위원장
박 의원은 박태규 씨가 반드시 입을 열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브로커들은 자신이 커미션으로 받은 자금 수십억 외에 수백억씩의 돈을 은닉해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백억 수천억 은닉한 사람들과는 달리 반드시 입을 연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태규 씨가 입을 열게 되면 지금은 곽 교육감 사태에 이 문제가 가려져있지만 결국 이 문제가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박 의원의 전망이다.

민주당의 의심대로 검찰이 곽노현 사건을 터뜨리는 시점과 박태규 씨의 귀국 일정을 조율한 것이라면, 그 의도는 당연히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축소지향적 종결일 것이다. 하지만 박지원 의원은 '딜을 제안했던' 인물의 속성상 그리고 사건의 특성상 부산저축은행 사건은 절대 그냥 덮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곽노현 쇼크로 지금은 야권이 수세에 몰려있지만 박태규의 입이 열리는 순간 공수가 역전될 것이란 박 의원의 전망은 들어 맞을까? 검찰의 기획력과 의지가 강할지 아니면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노련한 정치인의 정국 예측이 정확할지 지켜볼 일이다. 중요한 건 서울시장 재보선을 물론 내년 선거까지를 가늠할 가장 중요한 정국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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