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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비평]시간의 재구성으로 본 정국의 미묘함 그리고 웃는 이

곽노현 쇼크와 잠잠한 부산저축은행의 공통점은?

2011. 08. 30 by 김완 기자

'보이지 않는 손'이 모든 상황을 기획, 관리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정국을 막후에서 조율하는 실세는 따로 있는 것일까?

시간의 재구성으로 본 정국의 미묘함

미묘하다. 무상급식 주민 투표 무산 국면이 단 이틀 만에 곽노현 교육감의 금품 전달 의혹으로 전환되더니 소리 소문 없이 정권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피의자가 '자진 귀국'했다. 사건의 규모와 연결된 시점의 정교함을 볼 때, 모든 것이 단지 우연이라고 믿기엔 석연치 않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된 것은 지난 24일이다. 곽노현 교육감이 후보단일화 대가로 2억을 건넸다는 의혹이 터진 것은 그로부터 이틀 후인 26일이다. 그리고 여론의 촉각과 대중의 공분이 일제히 '진보 교육감'을 향하던 지난 28일 정권의 핵심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부산저축은행 사태의 로비스트 박태규씨가 조용한 귀국을 했다.

검찰에 따르면, 곽 교육감의 금품수수 의혹을 제보한 이는 지난 8월 7일 서울시 선관위를 찾아와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것은 다음 날인 8일이다. 별로 복잡한 내용이 아닌 만큼 검찰은 수일 만에 사건의 전모를 파악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관련 내용이 청와대에 보고된 시점은 이르면 8일 아무리 늦었다고 해도 10일 전후였던 것으로 보인다. 즉, 청와대와 검찰은 최소 주민 투표 보름 전에는 곽 교육감을 둘러싼 의혹의 얼개를 파악하고, 공유하고 있었단 얘기다.

사건을 '킵'해두었던 검찰은 주민투표 무산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박명기 교수를 체포했다. 이후 과정은 모두가 아는 대로다. 주민투표 무산으로 '진보의 아이콘'으로까지 격상됐던 곽 교육감은 기록적인 추락을 겪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돈을 건넸다는 것만으로 상황을 더 어찌해볼 도리를 잃어 버렸다.

▲ 곽노현 사건을 헤드라인으로 보도한 30일자 조중동 1면 캡쳐. 조중동은 그러나 단 한 곳도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와 관련한 기사는 1면에 싣지 않았다.

곽노현 사건 '킵'해두었던 검찰, 정치적 냉소에 불 지르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나 한명숙 전 총리의 수사 때 보여줬던 피의사실 공표를 통한 여론 몰아가기라는 수법을 다시 재연했다. 제대로 된 '건수'를 만난 조중동은 사정없이 곽 교육감을 물어뜯었다. 전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진술들이 그대로 기사화됐고, 이미 알려진 사실도 약간의 윤색을 거쳐 확대되어 선정적으로 갈겨졌다.

여전히도 곽노현 정국은 이어지고 있다. 곽 교육감이 사퇴를 거부한 가운데 굵직한 사실들에 대한 양 측의 주장이 엇갈리며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져가고 있다. 이미 '진보교육감도 어쩔 수 없더라'는 냉소에 빠진 대중은 모든 상황을 회의적으로 관망하고 있는 중이다.

그 사이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가 귀국했다. 곽노현 교육감의 문제가 '7억 원'을 둘러싼 논란이지만 박태규를 통해 규명해야 할 금액은 '7조 원' 이상이다. 정상적이라면 주민투표에서 교육감 비리로 전환된 정국은 다시 부산저축은행 로비 의혹으로 갈아타야 옳다. 하지만 조중동은 물론 방송 뉴스까지 주요 언론들은 여전히 곽노현을 중심에 놓고 박태규를 먼발치에서 다루고 있다.

'7억 VS 7조', 곽노현 쇼크와 박태규 잠행에 대한 상식적 의문

2가지 의문이 든다. 우선, 사건을 이미 오래 전에 인지하고 있던 검찰이 왜 즉각적인 수사를 하지 않고 주민투표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수사를 시작했는가 하는 점이다. 두 번째는 몇 개월 이상 해외를 전전하며 꿈쩍도 않던 박태규가 이 시점에 귀국한 것은 정말 우연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당장에 풀리지 않을 의문들이다. 하지만 이 2개의 의문을 추론해 볼 수 있는 단서는 있다. 바로, '법무법인 바른'이다. '바른'은 곽노현 교육감으로부터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박명기 교수의 변호를 담당하고 있다. 동시에 부산저축은행그룹 오너들의 변론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바른'은 박명기를 변호하는 동시에 박태규 변론에 나서야 한다.

▲ 법무법인 바른 홈페이지 캡처

박명기와 부산저축은행 오너를 동시에 변호하는 '법무법인 바른'

법조계에선 '바른'을 이명박 정부의 '법률 전담법인'이라고 부를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MB의 가장 민감한 치부와 가장 굵직한 시국 사건들이 모두 '바른'의 손을 거쳤다. 후보자 시절 불거진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과 BBK 사건을 담당한 것을 비롯해 정권 출범 이후에는 정연주 KBS 사장 해임 재판, 김윤옥 여사 사촌언니 공천 로비 사건,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상대 소송,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 등 이명박 정부의 최측근이 연루됐거나 핵심적 사안들은 모두 '바른'이 싹쓸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바른'의 인적 구성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실세 모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명박 레임덕 논란을 불렀던 정동기 감사원장이 7억 원의 월급을 받았던 곳도 '바른'이었고,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수사를 담당했던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퇴임 후 곧장 '바른'을 택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과 정동기 전 민정수석은 '바른'이 담당했던 부산저축은행 오너들의 공동 변호사들이다. 대검 중수부가 관련 내용을 수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수부의 책임자와 상급 책임자였던 이들이 얼마나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금 가장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는 누구일까?

'바른'의 입장에서 보자면,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자신들의 고객을 변론하면서 동시에 정권의 안위에도 타격을 주지 않는 해법이 필요한 골치 아픈 사건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여론의 관심을 받지 않고, 최대한 미루면서 조용히 봉합하는 방법이다. 박태규의 귀국이 미뤄졌던 것은 누군가의 배려와 의도가 없었다면 아마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청와대의 입장에서 보자면, 주민투표는 불가항력의 문제였다. 오세훈 시장에겐 절체절명의 승부수였지만 동시에 청와대의 입장에서 패배 이후의 상황도 염두해 둔 안전판이 필요한 문제였다. 그러던 와중에 제보가 들어왔다. 여론의 관심이 모두 주민투표를 향해 있을 때, 그 결과를 한 방에 무력화시킬 수 있는 '회심의 카드'였다.

끝내 확인되지 않을 이유겠지만, 박명기 교수는 '바른'에 자신의 입장을 맡겼다. 이미 여러 차례 청와대로부터 입장을 위임받은 바 있던 바로 그 '바른'이다. 그리고 부산저축은행 사태는 곽노현 쇼크에 묻혔다. '바른'은 곽노현 사건와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동시에 조율하며, 결과적으로 가장 큰 고객인 청와대의 리스크도 감소시키는 1타 3피의 상황을 연출하는데 성공한 듯 보인다. 지금, 이 시간 가장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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