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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외통수에 몰린 오세훈 시장

주민투표 D-5, '왕이 되려던 그의 꿈은 이미 서거했다'

2011. 08. 19 by 김완 기자

무리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간다. 더욱 딱한 것은 무리수에 또 무리수를 쓰고 있건만 상황이 여의치 않단 점이다. 오세훈 시장 입장에서 그렇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오세훈 시장의 정치적 승부수다. 그냥 승부수도 아니고 존재를 건 승부다. 하지만 허점투성이다. 역사에 기록될 만한 허투로 된 행정이다. 위법과 편법이 판을 친다. 주민투표 발의 자체가 문제 투성이였다.

▲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홍보하고 있는 오세훈 시장. 이후 선관위는 오 시장의 피케팅이 선거법 위반이라며 중단할 것을 명했다.ⓒ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고 있다. 182억의 선거 비용을 들이는 촌극이다. 오세훈 시장은 더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을 향해 함께 운명을 걸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반응은 엇갈린다. 반응이 엇갈린다는 것 자체가 오 시장에겐 곤혹스런 대목이다. 딱히 누가 오 시장에게 호의적인지는 분명치 않다. 그나마 나경원 최고위원 같은 이가"오세훈 시장을 계백 장군으로 만들려 한다"며 오 시장을 옹호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친박계'는 오 시장을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유승민 최고위원 같은 이는 대놓고 "오 시장이 당과 상의 한 번 한 적 없는 주민 투표를 하는데 왜 당이 같이 깊은 수렁에 빠져야 하느냐"고 묻고 있다. 친박계는 무상급식을 '수렁'으로 보고 있다. 이러다 보니 국면 자체에 대한 불만도 엿보인다. 유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혼자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결정해, 당이 이끌려 가는 것"이라고 쏘아 붙였다. 유독, 서울시만 왜 이러느냐는 지적이다. 같은 한나라당 단체장이 있는 경기도와 영남의 경우 단계적으로 이미 무상급식을 추진하고 있다.

친박계가 움직이지 않으니, 한나라당 본체가 움직이지 않는다. 화끈하다는 홍준표 대표도 몸을 사린다. 간단하다. 무상급식은 오 시장에게도 생존의 문제지만, 나머지 의원들에게도 마찬가지 문제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결과가 자명한 상황에 오 시장이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친박계는 특히 그렇다. 친박계는 대선을 겨냥해 움직이는 조직이다. 시대의 요구가 된 '복지'를 외면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오 시장은 '외곽'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러니 점점 더 단순해진다. '복지 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본부' 같은 단체들이 시내에 내건 현수막들은 과격함이 무모할 정도로 오히려 실소를 자아내는 수준이다. 아무리 오 시장이 '보수의 전사'가 되겠다고 했다지만, 이건 아니다.

오 시장이 대표하고 싶은 보수가 논리와는 전혀 타협할 생각이 없는 한 줌 '어버이 연합'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들과 함께라면, 설령 이번 주민투표에서 오 시장이 이긴다 한들 오 시장의 정치적 미래는 밝지 않다. 지금 당장이야 그들의 목소리가 커 보일지 모르겠지만, 참여정부 때 유행하던 표현을 빌자면 '침묵하는 다수'가 그들을 언짢아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미 졌다. 투표율 33.3%를 넘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오 시장의 처지를 '계백'에 빗댔던 나경원 의원 같은 이 조차 투표율을 20%대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한나라당 의원 그 누구도 지난 총선에서 33.3%를 얻지 못했다.

무리수에 또 무리수가 곱해진 상황이 최악의 더 최악의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오 시장은 아직 직을 걸겠단 말은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표는 "오세훈이 바보냐"는 말로 현재의 상황을 갈무리했다. 직을 걸면 직을 잃는 것이고, 이는 곧 한나라당 서울시장을 잃게 된다는 말과 같은데 직을 걸 순 없단 풀이다. 오 시장이 제 입으로 직을 걸겠단 말만 않는다면 투표 결과와는 상관없이 시장은 계속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무엇을 하긴 힘들겠지만 말이다.

친박은 오 시장의 승부수에 베팅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당 지도부는 오 시장을 딱하게 여기긴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오 시장이 오늘 아침 라디오에 출연해 직접 얘기하기도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서울시민들은 이번 투표에 관심이 없다. 서울시의 홍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무상급식을 원하는 이들은 투표를 하지 않기만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전략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반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이들은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오 시장이 어째서 방과 후에는 '무료'학습을 하겠다는 것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잊혀질만하면 나타나서 '등록금을 전부 공짜로 해 주겠다', '보육은 국가에서 공짜로 해 주겠다'고 하고 있는 상황으로 '부자에게 복지는 안 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오 시장은 완벽히 외통수에 몰려 있다. 외통수를 영어로는 'checkmate'라고 번역할 수 있다. 페르시아어에서 유래된 단어인데, 그 의미는 ‘왕이 서거했다(The King is dead.)’는 뜻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D-5, 주민투표를 발판 삼아 시장을 넘어 내심 '킹'을 노렸던 원대한 꿈은 산산히 부서져 이미 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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