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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침묵

일본 의원 '정치쇼' 열 올린 방송뉴스, 김재철 사표‘쇼’는?

2011. 08. 02 by 권순택 기자

김재철 MBC 사장의 사표제출 그리고 방송문화진흥회에서의 반려 및 재신임. 그리고 주주총회를 통한 재선임까지 걸린 시간은 딱 3일이다.

김재철 사장은 방문진에 출석 사표제출에 대해 “방통위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항의표시로 사표를 제출한 것”이라며 “사퇴의사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희비가 엇갈렸다. 누구보다 김재철 사장의 사퇴를 바랬던 구성원들은 ‘환희’에서 ‘절망’으로, 이를 막고자 했던 이들은 ‘당혹’에서 ‘안도’로 바뀌었다.

김재철 사장의 사표 제출과 재선임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 역시 3가지의 패턴으로 엇갈렸다. ‘침묵’하거나, ‘단순보도’로 처리하거나, 김 사장의 가벼운 행동에 대한 ‘질책’이다.

▲ 8월 2일 경향신문 사설

행동거지 가벼운 김재철, “사장 자격 없다”

2일자 <경향신문>은 사설 ‘김재철 씨는 공영방송 사장 자격 없다’ 사설을 통해 김재철 사장의 행태를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 ‘난형난제(難兄難弟)’라는 두 한자성어로 정리했다.

불감청고소원 : 감히 청하지는 못할 일이나 본래부터 간절히 바란다
난형난제 : 두 사물이 비슷하여 낫고 못함을 정하기 어렵다

<경향신문>은 “불감청고소원은 수많은 이들이 바라던 바가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라며 “MBC 구성원 대다수는 물론 공영방송 공영성 질식을 개탄해 마지않던 시청자들이 열망하던 바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향은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며 탄식했다. 김재철 사장이 ‘사퇴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그는 사장이 된 후 1년 반 동안 수없이 평지풍파를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지역 방송 통폐합 문제로 사장직을 놓고 몽니를 부린 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공영방송 사장이라는 자리를 너무 만만하게 본 듯하다”며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쉽게 사표를 냈다가 며칠 후엔 없던 일로 했다가 그럴 수는 없는 일. 일개 구멍가게 사장이라도 그렇게 가볍게 행동할 수는 없다”고 가벼운 처신을 문제삼았다.

무엇보다 <경향신문>은 사장으로 결격인 사유는 이미 여럿 쌓여 있다면서 직에서 떠날 것을 권했다. 또한 현재의 MBC를 도청의혹 사건에 휘말린 KBS와 함께 ‘난형난제’란 생각을 금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MBC에는 현재 소셜테이너 출연을 제한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PD수첩> 무력화, 징계남발 등 일련의 파행적 조치들은 그에게 최소한의 방송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한 철학이라도 있는지 의심케 한다. 이 때문에 도청의혹 사건에 휘말린 또 다른 공영방송 KBS와 함께 ‘난형난제’란 생각을 금할 수 없는 것이다”<사설 중>

<경남도민일보> 역시 2일자 사설에서 “민의를 거스른 김재철 MBC 사장 재신임”이라고 규탄했다.

단순보도 그리고 침묵하는 언론

조중동을 비롯한 다수의 언론매체들은 김재철 사장의 사표와 재신임 사태를 단순보도하는 데 그쳤다.

그렇다면 <경향신문>이 난형난제라고 지칭한 KBS는 이번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평가할 단서가 없다. 뉴스 자체가 없다. 단신조차도 없다. 당사자인 MBC는 물론 SBS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자사 그리고 타사에 대한 보도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동종업계라는 끈끈한 줄로 연결돼 있다는 것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지상파 3사는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입국을 ‘정치쇼’라며 보도에 열을 올렸다.

작금의 세상에는 일본 자민당 의원들의 '정치 쇼'만 있는 게 아니다. 김재철 사장의 사표제출 파문에 대해 야당, 시민사회, MBC노조는 ‘쇼’라고 지적하고 있다. 방송뉴스는 김재철 사장의 '쇼'에만 관대했다. 두 건은 비교 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면 할 말은 없다.

지상파방송의 뉴스는 KBS 수신료 인상, 미디어렙 등 자사 이기주의적인 보도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익이 걸린 사안에 대해 방송뉴스는 열을 올렸다. 하지만 공영방송 수장의 자격과 관련된 문제인 김재철 사장 '쇼'에는 침묵으로 반응했다. 여기에서의 침묵은 금이 아니다. 동종업계라는 카르텔의 힘인가.

방송뉴스에게 김재철 사장의 사표 '쇼'는 단신거리조차 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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