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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강남 좌파'와 손 대표의 분당 출마 그리고 2012년 대선

손학규 대표의 분당 출마, 망설일 이유도 필요도 없다

2011. 03. 28 by 김완 기자

2012년 대선이 지금 구도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믿는 이는 없다고 해도 좋다. 여의도에선 단 한 명, 박근혜 의원만이 지금 그대로의 대선을 원할 뿐이다. 한나라당은 물론 청와대와 야권 그리고 시민사회 좌우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이르기까지 '박근혜와 나머지'로 짜여 진 현재의 구도에 호감을 보이는 집단은 없다. 그래서 그 모두는 일치되게 2012년까지는 무궁한 시간이 남아있음을 강조한다. 한국 정치의 다이내믹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는 그럴싸하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물론, 물리적으로 아직 대선까지 많은 시간이 남아있음은 틀림없다. 하지만 정치의 시간은 결코 'E=MC²'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 하릴없이 박근혜 대세론을 감상하며 보내는 시간과 박근혜 대세론에 반전을 기획하는 역동의 시간은 완전히 다른 성질의 작용이다. '권력 의지'를 갖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자의 시간과 '권력 욕망'만 가진 채 멍하니 세월을 보내는 자의 시간은 결코 동등하지 않다는 얘기다.

2012년 대선까지 무궁한 시간이 남았다는 것은 그래서 역설적인 얘기다. '권력 의지'를 갖고 있다면 남아있는 시간은 무엇을 도모하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하지만 반대로 '권력 욕망'만 가진 채 허송세월한다면 2012년은 겨우 내년일 뿐이다. 그래서 시간은 많고도 없다. 바삐,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면 정치에 있어, 움직인다는 것은 무엇일까? 정치인은 항상 바쁘고, 언제나 움직여 다니는 존재들이다. 벌써부터 움직임은 분주하다. 2012년 대선을 위한 선거 연합의 프로젝트들은 이미 제각각 그 시간을 향해 나아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어떤 움직임도 박근혜 대세론에 생채기 하나 남기지 못하고 있다. 움직이되 무용하단 얘기고, 이런 움직임이 백날 되어봐야 별 소용없단 얘기이기도 하다.

대선을 준비하는 자는 달리 움직여야 한다. 단상위에서, 카메라가 쫒는 양지에서 '반드시 집권하겠다'는 선언만 하는 것은 '권력 의지'가 아닌 '권력 욕망'의 발동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이 간단치 않은 문제는 역설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자를 보면 이해된다. 박근혜 의원처럼 말이다.

▲ 지난 3월 21일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위원은 '분당우파vs강남좌파'라는 기명칼럼을 통해 '강남좌파'의 상징적 아이콘으로 떠오른 조국 교수를 거세게 비난했다. 하지만 이 칼럼은 역설적으로 조중동이 '강남좌파'라는 신조어에 굉장한 경계심을 갖고 있음을 드러낸다. 선거에서의 바람을 가장 경계하는 조중동의 입장에서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강남좌파'의 존재감은 '잃어버린 10년'의 기억을 불러오고 있다. 그래서 '분당우파'의 분발을 촉구하는 동아일보 역시 4.27 재보선 분당을 선거를‘미리 보는 2012년 대선’이라고 규정했다.
지금의 구도로 2012년 대선이 치러지길 바라는 박근혜 의원은 움직이지 않는다. 주요 현안에 대해 거의 발언하지 않고, 어쩔 수 없이 발언해야 할 때는 최대한 뜸을 들여 발언의 여백을 한껏 부풀린다. 언제나 신비주의 노선이고, 때때로 길을 가르치는 것 같을 때도 목적지까지 밝히진 않는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한다는 말년 병장의 처세처럼 그저 두루뭉술하게, 애매모호한 태도로 뜨뜻미지근하게 몸을 사릴 뿐이다.

여기서 단서를 찾아야 한다. 손학규이건 유시민이건 아니면 친이계의 그 누구이건 '박근혜와 나머지' 구도를 깨기 위해선 모험을 걸어야 한다. 움직이지 않는 절대적 상대에 맞서는 상대적 파괴력을 보여주는 전략이 필요하다. 야권에 국한해 말해보자면, 손학규 유시민 대표는 모두 4.27 재보선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승부를 건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준비가 철저하다고 해도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한 타이밍을 전략적으로 계산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다. 때론 격정이 필요하고 예측 불가의 요소들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긴박한 과제라는 점이다.

4.27 재보선은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4.27 재보선에서 최소한 3곳 이상을 야권이 가져오지 못한다면 MB의 정국 장악력은 그런대로 유지될 것이고 이는 결국 박근혜 대세론을 중심으로 한 여권 내 권력 투쟁 중심의 대선이 그려진단 얘기가 된다. 4.27 재보선을 통해 최소한 이 판도를 바꿔내지 못한다면, 2012 대선은 이미 패배하는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유시민 대표는 김해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다. 설령, 야권 단일후보로 국민참여당이 뽑히지 못한다고 해도 이 각오가 그대로 유지되길 바란다. '총리벨트', '빅 매치' 등의 용어 사용으로 4.27 재보선의 판을 전국구로 키워 놓은 것은 여권이다. 김태호 전 총리 후보가 출마하는 김해에서 유시민 후보가 사활적 승부를 펼친다면 그 의미는 '이명박 정부vs참여정부'의 대결이 될 것이다.

▲ 손학규 민주당 대표
그렇다면, 손학규 대표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일각에서는 한 선거구에 얽매이지 않고 전국 단위로 현장을 누비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범위를 좁히면 아예 강원지사 선거를 자신의 선거처럼 뛰어야 한단 주장도 있다. 나름의 설득력을 갖는 의견들이다. 하지만 이것은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하겠다' 수준의 원론에 충실한 대답이 될 순 있겠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전체 판을 흔드는 수가 되진 못한다.

손 대표는 분당에 나가야 한다. 분당은 일반적으로 한나라당의 텃밭이라고 불리고, 실제로도 그러한 지역이다. 그래서 더욱 이 가시밭길에 과감히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분당에 손 대표가 출마할 경우 상당한 파괴력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만약 분당에서 손 대표가 당선된다면 '거대한 변화의 흐름'은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설령, 손 대표가 석패한다고 한들 '바보 노무현'의 도전이 그러했듯 그 의미가 반감되진 않을 것이다.

안정적으로, 타협적으로 정국을 내다보고 운용해서는 결코 '박근혜와 나머지'의 구도를 깰 수 없다. 속된 말로 '별 짓'을 다 해봐야 한다. 다행히도 민심은 그 '별 짓'을 받아 줄 용의가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상황도 나쁘지 않다. 출마가 유력했던 정운찬 전 총리는 사실상 '주화입마'의 상태에 빠져들었다.

굵직한 선거를 앞두고 '강남좌파'라는 신조어가 떠오른 것은 범상찮은 상황이다. 조중동이 그 신조어에 극도의 경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 조어의 잠재된 파괴력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만하다. 손 대표가 분당에 출마하고 당선까지 된다면 이는 손 대표 개인의 이미지와 연계돼 야권연합의 범위를 단박에 중산층 이상으로까지 확산시키는 촉매가 될 것이다. 야권이 중산층의 지지를 받는 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손 대표를 비롯한 정치권이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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