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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사주 구하기 대작전, 다 짊어지고 가란 얘기?

조선일보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흘린 이유

2011. 03. 09 by 김완 기자

▲ 9일자 조선일보 12면
역시, 조선일보다. 워낙에 까다롭고 애매한 문제이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리긴 했다. 하지만 이제는 확실히 스탠스(stance)를 정한 모양새다. 지난 6일 SBS의 '장자연 씨 자필편지' 단독 보도 이후 사흘간이나 헤매던 조선일보는 오늘(9일) 비로소 입장을 정리했다.

선을 그었다. 사주를 구하기 위해 전 계열사 사장을 '확실히' 깠다. 조선일보는 스스로 '장자연 사건'과 연루된 이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이라고 썼다. 그 스포츠조선 전 사장은 현재 백석대학교 하원 총장이다. 조선일보가 직접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게 썼다. 하원 전 스포츠조선 사장은 1972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일본 특파원과 출판국 국장 등을 거쳐 2002년부터 2008년 8월 까지 스포츠조선 사장을 지내다 장자연이 자살하기 몇 개월 전에 백석대학교로 옮겼다.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노출시킨 조선일보의 전략은 명확하다. 여론의 관심을 살 만한 인물을 흘리면서, 사주의 무고함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방식이다. '조선일보 사장=스포츠조선 사장'이었다는 전달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조선일보의 노림수다. 얼핏,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시간 현재 '스포츠조선 사장'은 검색어 1위다.

조선일보는 하원 전 스포츠조선 사장을 팔며, 향후 '장자연 사건'에 임하는 심정을 딱 두 문장으로 요약했다. "상당수 언론이 기회만 있으면 교묘한 방법으로 마치 조선일보 사장이 이 사건에 관련이 있는 것처럼 기사를 쓰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우리 언론 내부의 이념적 갈등과 경쟁 관계 등이 이에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 사장은 전혀 관련이 없으니, 조선일보에 대한 공격은 이제 언론 내부의 이념 문제이자 경쟁 때문이란 프레임을 확실히 해둔 것이다.

헤매던 조선일보가 극단적인 공세로 전환 한데는 모종의 판단이 있다고 봐야 한다. 경찰과 검찰이 여전히 전면적인 재수사를 머뭇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사건의 실체가 온전히 드러날 가능성이 적다고 본 것이다. 여론의 소용돌이가 지나고 나면 다시 사건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판단이 '우선, 여론이 원하는 것을 주자'는 전략으로 나온 것이다. 조선일보가 과감하게 이례적으로 긴 제목을 동원해 "장자연 소속사 대표 김종승 씨 평소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조선일보 사장'으로 부른게 오해 불러"란 문제적 기사를 쓴 이유다.

이 '문제적' 기사에는 "조선일보 사장은 스포츠조선 전 사장이었다"는 문장이 제목을 포함해 무려 13번이나 반복된다. 전통적 기사쓰기의 전형을 파괴한 실험적 형식의 '세뇌 기법'이라고 할 만하다. 오래도록 회자될 '악문'인데, 반드시 기억해 둘 필요가 있는 기사이기도 하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장자연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다면 이 기사는 완전히 방향을 뒤집어 조선일보의 숨통을 겨냥할 증거가 될 지도 모른다.

장자연 사건의 방향을 일거에 튼 조선일보의 의도는 싱거울 정도로 간단하다. 어찌되었건 사주 일가만 구하자는 것이다. 2년 전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조선일보 사장이 수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성 접대를 받았다는 혐의였다. 무혐의로 판명됐고, 당연히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새삼스러울 것 없다. 아시다시피 당시, 수사 선상에 올랐던 인물 가운데 기소 된 이는 전 소속사 대표와 매니저 단 둘 뿐이다. 조선일보 사장 뿐만 아니라 성 접대를 의혹을 산 대상자들은 모두 불기소 처분됐다. 성 접대 혐의는 아예 기소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대중의 의혹은 바로 이 지점에 작동한다. 왜 수사당국은 뻔히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대중적 공분이 일고 있는 지금도 수사에 머뭇거리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수사당국조차 어쩌지 못하는 '대한민국 1%'가 리스트에 있는 것이 아닌가, 수사당국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외부의 힘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가 의혹의 핵심이다.

결론을 짓자면, 조선일보의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치졸한 방식으로 스포츠조선 하원 전 사장의 이름을 흘려, 대중의 호기심을 엇갈리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 오히려 대중의 의혹에 불을 붙였다. 내심 경찰에게 '여기까지는 수사해도 좋다'는 신호를 주려했던 것이라면 어처구니없는 착각이자 오산이다. 숱한 의혹의 난장에서, 그 의혹의 핵심 인물로 조선일보 사주가 지목되고 있는데, 난장판을 헤치고 들어가 정교하게 조선일보 사주만 분리해낼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조선일보가 스스로 거기까지도 할 수 있다고 믿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조선일보의 전략을 뒤집어 보면 간단하다. 그렇다면, 수사당국이 '장자연 사건' 수사를 은폐하고 졸속으로 마무리 지은 것이 하원 전 스포츠조선 사장 때문이었던 것일까? 조선일보는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흘리며 경찰에게 '전모를 파헤칠 수사에 대한 의지를 보이라'고 했는데 결국 이는 스포츠조선 전 사장을 구속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준 것인지도 모호하다.

조선일보의 가이드라인 제시에 수사당국이 어떻게 움직일지 두고 볼 일이다. 재수사는 불가피하지만, 과연 어디까지 수사를 해야 하는 것인지가 수사당국에겐 더 어려운 문제였을 수도 있다. 작심한 조선일보가 이 고민을 놓쳤을 리 없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답했다. "장자연씨 문건에 나온 성상납 사례는 실제보다 작을 수 있다"고. 막장 드라마의 대사로 번안해보면, 스포츠조선 전 사장에게 다 짊어지고 가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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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2011-03-16 06:10:15
전제는 어떻든 조선일보 사장일것이라는것을 자기만의 확고한추측에 근거해서 화려한(?)기승전결을 내버린 이기사야 말로 악문이 아닐지.정말 조선이 싫던 그게 진실이며 정말 그자(사장)가 억울함을 당해 이렇게 자기계열사를 노출시킬수 밖에 없는상황이었는지 한번쯤 생각해보는것이 기자의 의무 아닐까요?일단 몰하던 진실이 안나오면 추측이라도 해서 제멋대로의 결말을 내버리는것은 이제 어느편이던 그만했음 하네요
글쎄요 2011-03-11 21:27:46
글쎄요...하원사장이 아니라면 왜 가만히 있죠...백석대학교 총장 자리도 공적으로
엄청난 자리고, 본인 입장에서 인생이 매장되는 순간인데.. 해명을 하지 않고요....
해운대 2011-03-10 17:28:30
이렇게 시원한글 정말 오랜만이네요...대한민국 한복판에 구중궁궐속에서 이나라를 세치혀로 농락한 방가 일당이 이제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네요...그들도 이제는 두려운가!!??이정권에서는 무사할것 같은디.......
네임 2011-03-10 12:45:52
이런 신파극이 또 있을까나.
'네가 가라 하와이~' 영화의 명대사가 생각나게 하는 죄선일보의 사주구출작전.
이제 공공연한 비밀인데, 본인들 스스로 낙인찍는 효과를 냈으니..ㅎ

(근데 아래 독후감 쓰신 ㅎㅎㅎ님은 번지수를 잘못 찾으신 듯)
ㅎㅎㅎ 2011-03-10 09:33:25
조선일보 기사가 맞겠네. 미디어스라는 곳을 들어본 적은 없지만 이것도 기사인지. 완전 추측에 소설. 도대체 이게 뭡니까. 당신네들이 기본적으로 조선이 밉다는 전제하에서 글쓰려면 글쓰는것 관두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