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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리드미컬해진 조중동, '강약중강약'의 흐름

개헌 논의 지시 한 MB, 제2의 '정동기 사태' 부르나?

2011. 01. 26 by 김완 기자

치고 빠진다. 그리고 빠지랄 때 또 친다. 어느 정도 예상됐던 행보다. 독점적 '낙점'이 아닌 고작 '당첨' 수준에서, 다수의 사업자 가운데 하나로, 1/n로 방송을 갖게 된 조중동의 복수는 필연이다. 집권 후반기 조중동이 달라졌네, 하는 따위의 대견함은 다소 싱겁다.

물론, 예상을 벗어난 점도 있다. 생각보단 훨씬 리드미컬(rhythmical)하다. 한 달여 사이 부쩍 자신감도 엿보인다. 방송이 '잔혹사'를 고백할 뿐, 잔혹의 상황을 주체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일까. 조중동은 보란 듯, 주기적으로 정부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의제를 장악하는 힘, 셋이 함께라면 언제든 정국을 주도해갈 수 있다는 연합의 역량을 믿는 것 같다.

▲ 조선일보는 정치부장의 기명칼럼을 통해 '아덴만 마케팅'의 종료를 요구했다
'정동기 사태'는 결정적이었다.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정부와 조중동이 '밀월'이 끝났음을 고하는 일종의 상징의식이었다. 조선일보의 '전관예우' 폭로로 시작된 드리블은 중앙일보를 거쳐 동아일보 김순덕 칼럼으로 이어졌다. 10일 아침 그 칼럼은 치명타였다. 김 논설위원은 MB의 인사를 박정희의 민주주의에 빗댔다. 가히, '우리 동아일보가 달라졌어요'의 순간이었다. 김 논설위원은 정 후보자가 '정부에 대한 신뢰', '능력', '도덕성' 모두에서 국민에게 "낭패감을 준다"고 정리했다.

조중동이 그 중에서도 특히 완전한 사육 언론과 다름없던 동아일보가 싸늘해지자, 한나라당은 지체 없이 돌아섰다. 청와대가 '기다리라'는 전파를 보냈지만, 당 지도부는 수신되는 '회로'가 없는 집단처럼 무시했다. 초유의 일이었다.

정국은 일순간에 당황스러워졌다. 친이계와의 '의리'외엔 가뜩이나 입지가 없는 안상수 대표는 부지불식간 용기를 내어 순식간에 '의리'마저 버리는 정치적 행불의 거사를 단행했다. 청와대의 분노는 노골적이었다. 예정됐던 당청회동을 취소하며, "딱 한 사람에게만 감정이 있다"며 저격의 의지까지 비췄다.

이땐 어딜 가도 '레임덕' 얘기뿐이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보온병과 포탄을 헛갈리고, 자연산 좋아하는 안상수 대표는 격변의 '레임덕'을 감내할 내공의 소유자가 못 된다. 그는 '관리형' 대리자일 뿐, 한나라당의 실체적 리더도 아니다. 난감해진 것은 조중동이었다. 정동기를 침몰시켜 경고를 주려 했던 것뿐인데, '레임덕' 논란이 오며 자칫 '안 대표+@'에게 미래를 의탁하려던 했던 것 같은 모양새가 됐다. 조중동의 생존은 안 대표가 감당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혼란은 의외의 문제로 정리됐다. 민주당의 안상수 차남 서울대 부정입학 폭로는 결과적으로 패착이었다. 결정타라고 날렸지만, 룰 위반이었다. '청와대가 안상수를 보내려는가'는 즉자적 추측이 난무했지만, 섣불렀던 폭로는 결과적으로 다시 한 번 안 대표를 살리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더 이상 당청 갈등을 확산시킬 이유가 없던 조중동은 폭로를 기점으로 정치면 논조를 틀 수 있는 안정적 탈출구를 확보했다.

조중동은 아직까진 '다수의 사업자, 1/n 방송'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다수와 1/n'에 깔려있는 정치적 함의는 추가 특혜를 고리로 언론의 정치 종속 정국을 지속하는 것이다. 지난 3년 간 조중동은 '당근'을 든 MB를 따랐다. 나만 먹을 줄 알았던 '당근'을 나눠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MB를 물어봤다. 하지만 아직 죽자고 덤빌 때는 아니다.

하지만 일방적 '당근'의 시간을 끝났다. 이제부턴 본격적인 '당근과 채찍'의 상호 힘겨루기 정국이다. 힘의 작용 반작용이 교차되어 갈 것이다. 정동기를 떨어뜨린 조중동은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제대로 물지 않았다. 단적이다. 정동기의 잣대로 최중경을 문다면, 최중경은 버티지 못한다. 하지만 정동기에 이어 최중경 마저 떨어뜨린다면, 전면전이 불가피해짐을 조중동은 잘 알고 있었다.

불과 20여일 사이 조중동의 논조 강약이 몇 번 바뀌었다. 정동기로 언제든 물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고, 최중경으로 아직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때마침 '아덴만의 여명'이 터졌고, 조중동은 최선을 다해 내용을 키웠다. 예상외로 강수를 던진 방송의 활약에 묻히긴 했지만, 조중동의 '아덴만 마케팅'도 못지않은 활약이었다.

▲ 조중동은 26일자 사설을 통해 나란히 개헌 논의를 접을 것을 요구했다. MB의 개헌 요구에 따라, 한나라당이 설 이후인 8일 개헌 의총을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개헌 정국이 제2의 '정동기 사태'로 비화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길진 않다. 다르다. 오늘자(26일) 조중동은 이제 됐으니, 그만 '아덴만'을 치우라는 까칠한 태도로 비췄다. 조선일보 김창균 정치부장은 기명칼럼 <결과는 '완전작전'이었지만...>을 통해 "아덴만의 여명은 너무나 완벽한 결과가 나왔기에 당연히 묻고 답해야 문제들이 생략된 채 페이지가 넘어가려 하고 있다. ‘테러와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국제사회 원칙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 인명 피해를 감당할 수 있는가. 이번 작전은 그 기준에 부합했는가”라는 까칠한 물음을 던졌다. 그는 “월드컵 4강 신화가 재연되지 않듯, 완전작전도 늘 반복되지는 않을 것”인데 행여, 다음에라도 “완전작전의 실패는 국가적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호들갑을 거두라고 환기했다. '납치범'을 국내 송환하며 '아덴만 마케팅'을 최대한 길게 끌고 가려는 정부에게 자제를 요구한 것이다.

중앙일보는 좀 다르게 틀었다. 중앙은 당정청의 안가 회동 내용을 자세히 전하며, "내가 개헌을 얘기하면 음모니 공작이니 할 것"이라는 MB의 발언을 부각했다. 결국, MB가 개헌을 지시했다는 강조였다. 청와대가 가장 경계하는 것이라며 반어적으로 가장 경계하는 것을 부각하는 '오히려'의 논법이다. 개헌은 민감하다. 권력 체계의 변화이기에, 안가 회동 내용 자체에 대해서 당청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은 또 다시 혼란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확인된다. '개헌'은 조중동의 다음 카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역시 오늘 자 사설을 통해 "불가능한 개헌을 계속 붙들면 혼란 부를 뿐"이고, "개헌에 현실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중동은 지속적으로 개헌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 왔다. 이번 개헌 논의의 시발점이 MB라는 자락을 깔아놓고, 조중동은 다음을 기다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예정되었던 의원총회를 설 이후로 미루고 오는 2월 8일 개헌 문제에 대해 입장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종편 사업자 선정이후 조중동은 '강약중강약'의 흐름으로 정국을 두드려왔다. 정동기를 때리고, 최중경에서 빠졌다. 아덴만을 띄웠지만, 예상보다 일찍 접었다. 이제 다시 강의 흐름이 올 때다. 개헌이다. 개헌은 정치권 일부 그 중에서도 이재오 특임장관을 중심으로 한 친이계 특정 정파 이외엔 이해관계가 부족한 문제다. 국민 대다수의 관심도 떨어진다. 앞서 정동기만 조준했던 것처럼 정교한 분리 타격이 가능한 이슈다.

MB가 '개헌'을 밀어붙인다면, 조중동은 다시 한 번 강박으로 치받을 것이다. 당청은 2월 안에 '미디어렙'을 마무리진다는 입장이다. 조중동에게 생존의 문제이다. 보다 화끈한 특혜를 위한 '채찍'이 필요한 시기, 강박의 힘을 보여줄 때이다. '개헌'은 제 2의 '정동기 사태'가 될 것이다. 내기를 걸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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