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대선 TV토론에서 후보단일화를 복기하면

홍준표·안철수·유승민 모두 "후보단일화 안한다"

2017-04-26     문한별 칼럼니스트

·JTBC가 주관한 4차 TV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처음부터 버벅거렸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공무원 채용공약과 관련하여 재원 마련에 대해 구체적으로 캐묻자, 정확한 대답을 회피하며 "정책본부장에게 물어보라"고 떠넘기는 모습을 노출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그 후 동성애 문제가 도마에 올랐을 때도 "동성애를 반대한다" "좋아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등 불안 불안한 모습을 여러 번 연출했다. 토론회 말미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동성애 문제를 다시 꺼낼 때 "동성혼을 반대한다" "차별해선 안 된다"고 바로 잡아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그러나 이 모든 악재를 한 방에 뒤집는 만루홈런이 토론회 후반부에 나왔다. 그 전날 바른정당에서 유승민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압박한 걸 빌미삼아 참가자들에게 단일화 의향을 기습적으로 물어보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후보 입에서 그런 질문이 나오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 했던 3당 후보들은 깜짝 놀라서 제각각 단일화 가능성 자체를 서둘러 봉쇄하기에만 급급했다.

JTBC 뉴스화면 캡처

문재인 : 바른정당에서 유 후보님 안 후보님 홍 후보님 세 사람의 3당 후보 단일화 추진하는 것으로 언론이 보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유승민 : "저는 단일화 하지 않습니다. 후보 동의 없이는 단일화 안 되는 것은 문 후보님도 잘 아실 겁니다. 문 후보님이 왜 그 문제에 그렇게 관심이 많습니까. 잘못될까봐 그럽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단일화할 일 없습니다."

안철수 : "그럴 일 없습니다. 선거 전에는 그런 연대는 없다고 정말 거짓말 하지 않고 백번도 넘게 말한 것 같습니다"

홍준표 : "그런 것을 왜 물어요? (후보 단일화는)생각도 없는데... 바른정당 존립이 문제되니까 자기네 살길 찾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여러 가지 버전으로 다양하게 제기됐던 단일화 논의가 돌발 질문 한 방으로 단번에 정리되고 물 밑으로 가라앉고 말았으니, 문재인 후보 입장에선 대성공을 거둔 셈이라고 자평할 수 있을 터다. 대선 승리에는 큰 지장이 없다지만 보다 더 확실한 다자구도를 유지하는 것이 문 캠프로선 최선이었을 테니까.

물론 이로써 단일화 논의가 완전히 수습되고 마무리될 것이라 예단하는 건 너무 성급한 태도라 할 것이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언제 어떤 방향으로 똬리를 틀지 끝까지 안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 후보도 "후보 단일화는 적폐연대"란 말을 덧붙이며 성사 가능성을 거듭 경계한 것 아닌가.

글을 맺기 전에 한 가지 더. 이 장면을 생각하니,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유승민 후보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굳세어라, 유승민"이라며 응원하는 그림이 문득 떠오른다. 문 캠프의 선거 전략과 상관없이, 유승민 후보가 끝까지 완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당에서 대선 후보로 뽑아놓고서 지지율을 문제 삼아 그를 흔드는 것은 전혀 바르지 못한 짓이다. 그런 정당이 '바른'이란 수식어를 당명에 달고 있단 자체가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