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민단체 "KT '토탈영업TF' 사망자, 산재 인정 않는 건 2차가해"

25일 '토탈영업TF' 배치 사망자 '산재 심리' 개최 A 씨 유서에 "왜 죄인 돼야 하나…말도 안 되는 교육에 자괴감" 노동시민단체 "KT, 산재 즉각 승인하고 전출 압박 전면 재검토하라"

2025-11-25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구조조정에 응하지 않아 ‘토탈영업TF'에 강제 배치된 KT 노동자 사망에 대해 “죽음을 산재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유족에 대한 2차 가해”라고 강조했다.

25일 광주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해 1월 KT ‘토탈영업TF’로 배치됐다 사망한 40대 직원 A 씨의 유족이 신청한 산재 심리를 개최한다. A 씨는 유서에 “너무 힘들다. 열심히 일했을 뿐인데. 무슨 잘못을 했길래 죄인이 되어야 하는가” “이런 말도 안 되는 교육 받으면서 자괴감이 든다” “ 내 삶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KT 사옥(사진=연합뉴스)

공공운수노조 KT지부(KT 새노조), 공공운수노조 방송통신협의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이날 공동 성명을 내어 A 씨의 산재 인정과 KT 구조조정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고인의 죽음이 정당하게 산재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공정하고 책임 있는 판정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고인의 유서는 그가 견디기 어려운 수준의 스트레스와 절망에 놓여 있었다는 강력한 증거”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토탈영업TF’에) 남겨진  2,500명은 원거리 이동, 직무 전환 강요, 과도한 실적 압박, 향후 불이익에 대한 공포를 버텨야 했다”며 “KT가 제공한 교육은 단 두 달짜리 온라인 위주의 형식적 프로그램뿐이었고, 이는 실질적 준비 없이 낯선 영업 업무로 내모는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질병판정위를 향해 “고인의 죽음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이는 전출 강요·직무 전환 강요·조직적 압박이 누적되어 발생한 사회적 참사”라며 “이 죽음을 산재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유가족에게 또 한 번의 상처이며 심각한 2차 가해다. 질병판정위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닌 노동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한 첫 관문”이라고 강조했다.

3월 31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제43기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영섭 KT 대표가 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KT 제공=연합뉴스]

이들 단체는 “KT는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책임을 인정하고 전면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며 “이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죽음으로 기록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고인의 억울함을 풀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반복되는 위험을 중단시키는 길은 명확하다”면서 ▲즉각적 산재 승인 ▲사망 경위와 구조조정 강압 전반에 대한 진상 규명 ▲직무 전환·전출 압박 방식의 전면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KT가 이 요구를 외면한다면, 구조조정은 앞으로도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위험한 관행으로 반복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진실이 은폐되지 않도록 끝까지 기록하고, 책임 있는 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한 KT는 2800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1723명을 신설 자회사로 전출시켰다. 구조조정을 거부한 2500여 명은 ‘토탈영업TF’에 배치됐다. 이들 대부분은 영업 업무와 무관한 기술운용 파트 직원들이다. 구조조정 이후 현재까지 A 씨를 포함해 6명이 사망했다. 구조조정 당시 최시환 KT OSP TF장은 전출 거부자를 ‘고문관’ ‘꼴통’에 비유하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처리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정책연구소 이음이 지난 5월 30일부터 6월 4일까지 KT영업직군 노동자 302명을 대상으로 긴급정신건강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토탈영업 TF’ 노동자의 64.8%는 우울증 위험군에 속했다. 기존 영업직군 노동자(36.4%)와 비교해 2배가량 높은 수치다. ‘토탈영업TF’ 노동자들은 ▲‘빨리하라는 닦달’(55.6%) ▲‘무원칙적 지시’(50.7%) ▲‘책임 떠넘기기’(42.1%) ▲‘차별 혹은 왕따’(30.1%) 등의 직장 내 괴롭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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