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외이사 교체 착수…정치 외풍 반복되는 이유는

2025-11-25     조오련 칼럼리스트

[미디어스=조오련 칼럼] KT가 사외이사 교체를 위한 후보 추천 절차에 돌입하면서, 다시 한 번 지배구조의 취약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차기 대표이사 선임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정권 변화기마다 이사회가 크게 흔들리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 8명 중 7명이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된 인사들이라는 점은 KT가 정치 환경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평가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KT는 19일부터 사외이사 예비 후보 추천 접수를 시작했다. 26일까지 6개월 이상 1주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추천할 수 있으며, 분야는 미래기술·ESG·회계·경영 등 4개다. 이번 공고는 2023년 선임돼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4명의 사외이사 공석을 채우기 위한 절차다. 그러나 신임 대표이사 선임이 내년 주주총회에서 확정되는 만큼, 임기 종료가 임박한 이사회가 차기 대표 선임 과정까지 주도하는 구조는 변함없이 유지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업계에서는 이번 절차를 단순한 임기 종료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올해 3월 임기 만료 예정이던 4명의 사외이사가 공모 절차를 거쳐 전원 재선임된 ‘셀프 연임’ 논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사실상 국민기업의 성격을 가진 KT에서 이러한 인사 방식이 반복되는 것은 지배구조의 독립성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이사회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내부 비판도 적지 않다. 임기 만료 예정 이사들이 스스로를 다시 추천해 재선임한 사례나, 정관 취지와 맞지 않는 인사권 조항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투명성과 절차적 타당성이 부족했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사외이사가 감시와 견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워지고, 내부 권한을 유지하는 역할에 치우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 따른다.

KT 자회사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KT텔레캅 등 주요 자회사 이사회는 해당 회사의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은 외부 인사들이 이사로 참여해 경영에 관여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기업가치에 대한 이해나 주주 이익에 대한 책임 없이 경영 판단을 내리는 체제는 책임경영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실적과 안정성에 따라 전체 경영 체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분도 없는 인물이 경영 판단을 이끌어가는 현 구조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외이사 교체 논란의 근본 원인은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니라, KT 경영 기반의 취약성과 지배구조 불안정성에 있다고 진단한다. 안정적 실적과 신뢰를 확보한 기업에서는 정권 교체기마다 이사회가 크게 흔들리는 사례가 거의 없다. 실적과 책임성이 정치적 영향력보다 강력한 보호 장치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KT는 정치·관료 출신 인사 중심의 이사회 구성과 경영 기반의 미흡함으로 인해 외풍에 취약한 체제가 장기간 이어져 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KT가 해킹 피해 후속 대책으로 전 가입자를 대상으로 무상 유심 교체를 시행한다. 사진은 4일 서울 시내 KT 판매점 앞을 지나는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KT가 국민 생활과 산업 전반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이번 인사는 특정 정권이나 정치권 인사 중심의 추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통신·네트워크·보안·AI 등 KT 핵심 사업을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책임 있게 판단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이사회에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그래야만 대표 선임 과정에서도 독립성과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이번 사외이사 교체는 단순한 인력 충원이 아니라, KT가 정치적 영향력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책임성 중심의 지배구조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지 좌우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실적보다 정치가 우선하고, 책임보다 외풍이 크게 작용하는 구조를 고치지 못하면, KT의 인사 논란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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