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활동가 전원 사직…"사무처장 전횡 못 참겠다"

7인 전원, 사직 성명 발표 "'사무처장 '심기 의전'까지 수행…이사회, 상황 방치" "강요되는 침묵·순응 요구에 지쳐 떠난다" 전직 활동가-타 시민단체 노조 성명 동참

2025-11-17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언론시민사회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전원이 사무처장의 전횡과 폭력적 언행을 문제 삼으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직 민언련 활동가들도 이들의 문제 제기에 동참했다. 

민언련 상근 활동가 7인 전원은 17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활동가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민언련을 떠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전직 활동가 10명과 2014년 평화연대 집단사퇴 활동가 일동, 참여연대 노동조합, 환경운동연합 노동조합 등도 성명에 동참했다. 민언련은 활동가 전원 사직 사태에 대한 운영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로고

민언련 활동가 일동은 “시민단체로서 일말의 민주성을 믿었기에 버텨왔지만 이제 어떤 희망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활동가 일동은 “현 사무처장 임기 내내 그의 전횡과 폭력적 언행, 위계적 의사소통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면서 “사무처 업무는 일관성 없이 사무처장의 기분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졌고, 사무처장은 이를 개선하려는 활동가들의 의견을 공격으로만 받아들였다. 사무처장의 기분과 의중을 살피는 ‘심기 의전’을 수행해야 했다”고 말헀다. 

활동가 일동은 “위계와 ‘까라면 까’ 식의 의사결정구조 속에서 책임자들은 문제를 회피하거나 개인화했다”며 “그 결과 많은 활동가들이 버티지 못한 채 조직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다음 세대를 이을 활동가 재생산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활동가들은 조직 내 공식∙비공식 경로를 막론하고 사무처장의 위계적 소통방식과 내로남불식 조직 운영, 폭력적 언사로 인해 괴롭다고 호소했다”며 “하지만 이에 대한 실질적 대응이나 책임 있는 조치는 어디서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짚었다. 활동가 일동은 “사무처장의 사직과 사무처 변화 필요성을 피력했지만, 신태섭 상임공동대표와 일부 이사만이 공감했을 뿐 이사회는 상황을 방치하고 오히려 사무처장 사직 시기를 연기하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사무처장 임기조차 없는 민언련에서, 활동가들은 조직의 상황이 나아지리란 일말의 희망조차 잃게 됐다”고 했다.

활동가들에 따르면 신미희 사무처장은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중순까지 여러 차례 사직 의사를 밝히고 철회하는 상황을 반복해왔다. 활동가들은 지난 9월 이사회에 신 사무처장의 사직과 조직 시스템 개선을 공식 요구했고, 이사회는 ‘10월 말 사무처장 업무를 종료하고 그 시점까지 인수인계를 마친다’는 안건을 의결했다. 그러나 다음 달 이사회에서 인수인계 기간을 내년 1월까지 연장하는 안건이 다시 통과되면서 활동가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활동가들은 최근 이사회에서까지 기존 결정이 유지되자 집단 사직에 나섰다. 

활동가 일동은 “구성원이 고통을 호소할 때 외면한 조직이 어떻게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가, 활동가를 ‘최저임금으로 다시 뽑으면 되는 대체인력’쯤으로 여기는 시민단체에 미래가 있는가”라고 토로했다. 

활동가 일동은 “세상에 변화를 요구하고, 불의에 연대하는 활동가로서 조직내부의 모순을 더 이상 견딜 수 없기에. 조직이란 미명하에 강요되는 침묵과 순응, 끊임없이 거부당하는 변화의 목소리에 지쳤기에 떠난다”고 했다. 

활동가 일동은 “우리의 집단사직이 41년 역사를 가진 민언련이 조직의 한계와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뼈를 깎는 혁신과 당장의 변화가 필요함을 직시하길 바란다. 민언련이 시민단체로서의 민주성을 성찰할 마지막 기회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민언련 활동가는 미디어스에 “민언련 사무처장의 임기는 제한이 없으면 신 처장은 현재 5년 8개월째 처장직을 맡고 있다”며 “2022년 전 활동가가 민언련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민언련 전직 노조위원장 A 씨가 ‘노조 활동을 이유로 인사·업무에서 부당한 조치를 당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으나 2023년 11월 기각됐다.

신 처장은 ‘활동가들의 집단사직과 성명’에 대한을 입장을 묻는 미디어스 질문에 “현재 상황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알려드리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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