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경영진, '육아 기자 야근 재택 분란' 징계 시도 논란

내부 성명 "사장·국장, 조사·징계 사태 사과하라" A기자, 마감일 육아 위해 야근 재택 승인 받고 귀가 '기준이 뭐냐' 일부 항의…편집국장, 재택근무 번복 경영진, 조직 갈등 사유로 A기자-팀장 조사·징계 추진

2025-11-11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미디어오늘 경영진이 육아 재택 근무로 발생한 분란에 대해 조사·징계를 시도해 오히려 일을 키웠다는 내부 반발이 불거졌다. '조사 사태'로 규정한 미디어오늘 기자 7인은 이희정 사장과 정철운 편집국장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미디어오늘 편집국 3개 팀 중 2개 팀 소속 기자들이다. 

지난 10일 이들은 '사장과 편집국장은 리더십의 실패로 구성원들을 고통에 몰아넣은 것을 사과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석 달 넘도록 고통스러운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편집국 내부 소통에서 생긴 갈등을 풀어가던 중 강행됐던 징계 시도 때문"이라며 "다행히 징계위는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지 않길 바란 구성원 다수가 뜻을 모아 막았다. 그러나 그 과정을 겪은 복수의 구성원들은 정신과적 진단을 받아 약을 복용하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고 했다.  

미디어오늘 CI

이들은 "전례 없는 징계 추진 사태 이후 조직에 남은 상처를 책임지는 이는 아무도 없다"며 "재정위기가 고착화한 회사 사정을 고려해 업무에 집중하려던 구성원들에게 '내가 옳았다'라며 고집을 부리는 최고경영자와, 이에 사실상 순응해 온 편집국장이 있을 뿐이다. 이번 사태는 미디어오늘 안에서 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이 존중되고, 상식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는 일에 목소리 낼 수 있다는 믿음마저 훼손시켰다"고 했다. 

가자 7인은 ▲사장과 편집국장은 조사 사태로 구성원에게 입힌 피해에 대해 사과할 것 ▲임원회의 운영 방식의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 공개할 것 ▲짜깁기 된 사건 보고서 명목의 문건과 대화 당사자들 동의 없이 경영진에 넘겨진 편집국 대화 내역을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11일 복수의 미디어오늘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사건은 육아를 위한 A 기자의 야근 재택근무를 두고 다른 팀 기자가 '야근 재택의 기준이 뭐냐'며 항의, 편집국장이 재택근무 지시를 번복하면서 촉발됐다.  미디어오늘은 매주 수요일 오전 지면 발행을 위해 전날인 화요일 저녁 야근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초 미디어오늘 지면 마감일, A 기자는 육아를 위해 저녁 7시 30분 이후 야근을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A 기자는 팀장과 편집국장에게 사정을 보고한 뒤 승인을 얻어 귀가했다. 하지만 정 편집국장은 귀가한 A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팀원의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이유로 승인을 철회하고 향후 재택 야근은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이튿날 A 기자는 미디어오늘 노조단체대화방에 마감일 노동에 대한 노사협의를 요청했다. A 기자는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 의거, 다른 팀 기자들의 문제제기를 근거로 마감일 야근 노동을 고정해 지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의5는 '사업주는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근로자의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업무를 시작하고 마치는 시간 조정 ▲연장근로 제한 ▲근로시간 조정 ▲그 밖에 근로자 육아를 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편집국장은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이거나 회사에 들어오는 것이 비효율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 원칙이며 A 기자가 집에 가야하는 사유가 구성원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사유인지 A 기자가 자문해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에 A 기자는 편집국장과 다른 팀 구성원들의 육아·주양육자에 대한 몰이해를 지적하고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권리를 요청했다. 

이후 열린 미디어오늘 국·팀장 회의에서 편집국장의 사과로 내부 갈등을 봉합하자는 의견이 모였다. 정 편집국장은 사과문을 게시하고 마감일 근무 체제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A 기자는 편집국장의 사과를 수용했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미디어오늘 편집국에 부착된 기자 7인의 성명서

하지만 회사가 돌연 사실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8월 중순, 경영진은 A 기자의 문제제기와 관련한 사실조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사실조사 명분은 편집국 내 모성보호 점검, 근태·조직관리 체계 점검으로 이희정 사장은 누군가를 문책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팀장단은 조사가 불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으나 경영진은 '사실관계 확인과 단체협약 위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통보했다. 

지난 9월 초, 미디어오늘 경영기획실의 사실조사가 개시됐다. 경영진은 조사 대상자들에게 '조사 과정에서의 모든 발언은 기록으로 남겨져 회사의 인사위원회 및 후속 조치에 참고될 예정'이라며 조사가 가능한 일정을 회신해달라고 고지했다. A 기자의 팀장이었던 B 기자는 조사 대상·목적·근거·명분을 알 수 없어 조사에 응하는 것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회신했다. 이에 경영진은 '근로자에 대한 사실확인 절차 진행은 회사의 고유한 인사권·관리감독권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B 기자가 조사에 대한 의문을 밝히고 휴가 간 사이 경영진의 조사가 진행됐다. 정 편집국장을 비롯한 사건 관계자들이 조사에 응했다. 조사과정에서 정 편집국장은 미디어오늘 단체대화방 내역을 경영진에 제출한 것으로 추후 확인됐다. 

9월 말, 경영진은 A 기자, B 기자, 정 편집국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고 통지했다. 경영진은 A·B 기자에게는 취업규칙 위반 징계 심의를 위한 인사위원회 개최를, 정 편집국장에게는 징계를 위한 이사회 개최를 통지했다. 

A 기자 징계 심의 사유는 '분쟁 야기와 직무집행 방해' '직장질서 문란', B 기자 징계 심의 사유는 '사내질서 문란' '업무장애 초래 및 분쟁 야기' '직무상 의무 위반'이다. A 기자가 단체대화방에서 특정 기자들 실명을 거론하며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했고, B 기자가 대표·국장 승인 없이 팀장 권한을 넘어 근무 시간·방식을 임의로 조정해 다른 팀과 충돌을 빚었다는 게 징계 심의의 구체적 사유다. 하지만 B 기자는 지난 7월 정 편집국장과 A 기자의 마감일 재택근무에 관한 협의를 진행, 승인을 얻었다. 

B 기자는 조사 명분과 징계 추진을 인정할 수 없다며 팀장직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다른 팀장인 C 기자는 구성원 사이 중재를 맡아온 자신의 역할이 불신임 당했다며 팀장직을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진행된 미디어오늘 이사회에서 정 편집국장에 대해 '임기 종료 시점까지 보수 10%를 줄인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A·B 기자에 대한 인사위는 열리지 않았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 미디어오늘지부는 징계 추진에 대한 조합원들의 입장을 모아 경영진에 '징계 추진 반대' '편집국장 징계를 위한 이사회 개최 철회' 입장을 전달했다. 

미디어오늘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달 2일 이 사장은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회사의 사실조사와 징계 절차 진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장은 "회사는 사건 발생을 인지한 직후 노무사 자문을 받아 법리적·행정적 검토를 거쳤으며, 취업규칙·단체협약·근로기준법에 근거해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진행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이 조사 명분을 문제 삼기도 했으나, 업무와 관련해 심각한 갈등이 발생했을 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회사의 고유한 인사권 및 관리·감독권에 따른 절차이자 의무"라고 했다. 

이 사장은 "회사가 갈등 상황을 인지하고도 방치할 경우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며 법적 책임까지도 질 수 있다"며 "회사는 어떠한 예단도 갖지 않고 당사자들 면담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위반 여부를 가렸으며 모든 과정은 공정하게 진행되었음을 거듭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 사장은 갈등 정리, 원인규명, 재발방지를 목적으로 징계심의 인사위를 소집한 것이라고 했다. 

이 사장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편집국 운영 방식과 재량권 행사 범위, 그리고 내부 소통 체계 전반의 문제를 돌아보게 한 계기였다"며 "회사는 이를 교훈 삼아 편집국 운영 원칙을 명확히 하고, 불필요한 갈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번 건의 절차적 종결과 함께, 모든 구성원이 신뢰와 협력 속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기자 7인은 '회사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의무이고 법리적·행정적 문제가 없다'는 이 사장 주장에 대해 "조사 대상자들에게 명확한 조사 추진 근거가 단 한 차례도 제시된 바 없다. 조사 대상, 목적도 때마다 바뀌었다"며 "'묻지마'식 조사 선례가 만들어져선 안 된다는 우려를 해소하지도 않은 채 조사를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어떤 예단도 없이 조사했다' '갈등 정리를 위해 인사위를 소집했다'는 주장에 대해 "언어도단"이라고 했다. 기자 7인은 "일말의 신뢰를 갖고 조사에 응한 내용 상당 부분이 맥락이 삭제된 채 '징계 사유'에 맞춰져 '보고서'로 작성됐다"며 "내부 갈등이 문제라며 징계위를 꺼내 든 것은 소통 문제도 해소할 수 없을 정도로 리더십이 마비됐음을 자인하는 셈"이라고 했다. 

이들은 '내부 소통 체계 전반의 문제를 돌아보게한 계기'라는 주장에 대해 "가장 먼저 돌아보고 개선할 대상은 바로 자신"이라고 했다. 기자 7인은 "애초 임원진들조차 징계위까지 갈 사안은 아니었다고 말해왔다.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보 전달이 잘못되며 문제가 꼬였다는 식"이라며 "조사 추진 단계마다 사장, 국장 등 임원진 내부 소통만 원활했어도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사태가 악화되고 여러 구성원이 중재에 나서는 동안 임원진은 무얼 했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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