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조작정보 근절을 반대하는 게 아닙니다"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10월 20일 더불어민주당이 언론과 유튜버의 악의적인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손해액의 최대 5배에 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을 발표했다. 언론들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정치·경제 권력자에 대한 언론 감시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즉각 비판에 나섰다. 예컨대 윤석열 정부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었다면 '김건희 의혹 보도'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다.
민주당은 이번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을 당론으로 추진,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허위조작정보’의 모호한 정의, 독소조항들로 인해 언론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라며 숙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개정안은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일까? 지난 7일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과 전화 연결해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관련 쟁점에 대해 들어보았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에 대해 언론단체는 부정적인 것 같은데 어떻게 보세요?
“언론개혁 입법 초반엔 언론중재법과 정보통신망법을 동시에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언론중재법으로 하지 말고, 규제범위 좀 더 좁히고, 엄격한 기준을 두되 배상은 강하게 하는 방식으로 가자고 여당에 전달했다고 언급하면서 언론중재법 논의는 사실상 일단락됐어요. 이후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방향이 옮겨졌습니다.
물론 언론의 주요 관심은 언론중재법에 쏠려 있었지만, 망법 개정 논의도 병행돼 왔거든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언론중재법에서 다뤄지던 내용이 망법으로 옮겨졌고 그러면서 오히려 더 나빠진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론중재법 개정을 포기하면서 정보통신망법으로 바꾼 게 아니에요?
“그전에도 망법이 같이 논의되고 있었어요. 그런데 거기에 언론중재법에서 논의됐던 내용들이 추가되다 보니, 언론중재법에서 우려했던 문제들이 그대로 망법으로 옮겨왔어요. 그래서 망법으로만 보면, 개정안 초안보다 이번에 새로 발표된 개정안이 오히려 개악된 측면이 크죠.”
어떤 부분에서 개악인가요?
“기존의 망법상 ‘인터넷 규제’도 해외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같은 행정기관을 통한 심의 제도를 두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 심의 대상도 불법정보에 한정되지 않고, 이른바 유해정보라고 해서 위원회에서 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죠. 이에 대해 저희 같은 시민단체들은 이런 행정규제의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습니다.
특히 망법에는 여전히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독소조항들이 남아 있거든요. 실제 윤석열 정부 때 뉴스타파 수사도 그런 조항을 근거로 이루어졌던 거죠. 그래서 그런 부분을 먼저 개정해야 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기존 조항들을 우선 해소해야 한다는 게 저희 입장인데, 이번 개정안은 그 부분을 거의 손대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규제를 추가했어요.
이미 국가의 심의제도와 형사처벌 규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런 규제를 계속 덧붙이는 식으로 법안을 개정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법이 돼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유튜브는 현행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고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
“유튜브가 해외 사업자다 보니, 국내법을 바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던 거죠. 그러나 기존 정보통신망법 등으로도 일정 부분 규제는 가능합니다. 다만 글로벌 사업자인 유튜브의 경우, 우리 법과 해외 법체계가 충돌하거나 해석에 차이가 생길 때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었던 것이죠.”
민주당은 이 법안을 언론개혁 대표안으로 제시하며 ‘허위·조작 정보’에만 제한적으로 처벌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두 가지로 나눠서 봐야 합니다. 하나는 허위정보 올린 사람을 처벌하는 문제죠. 또 하나는 그 정보를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문제인데, 이 부분은 성격이 다릅니다. 행정부가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자의적으로 ‘이건 허위다’라고 판단해서 삭제하면,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허위정보 유통 자체를 금지하는 법은 두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 민주당 법안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플랫폼 사업자들이 그런 판단을 직접 하도록 하고 있어서 위험합니다. 결국 허위 여부가 불분명한 정보까지 규제 대상이 되고, 사업자들은 제재받을까 봐 일단 과도하게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이 법안이 위험하다는 겁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 역시 ‘정보 게재자 가운데 사실이나 의견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로 규정되어 있어, 언론은 물론 유튜버·인플루언서·1인 미디어·SNS 이용자 등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임을 알면서도 타인을 해할 의도를 가진 경우’에만 처벌된다고 설명하지만, ‘해할 의도를 추정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서 실제로는 언론이나 게재자에게 증명 책임이 부과되는 불리한 구조입니다.”
언론중재위원회가 판단하게 하는 건 어떤가요?
“언론중재위원회는 허위 여부를 판단해 조치 취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허위정보로 인해 개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을 담당하는 곳이죠. 그러니까 특정 정보가 허위인지 아닌지를 따져서 삭제하거나 차단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관은 아닙니다.
그리고 언중위는 언론사의 기사만을 다루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터넷 표현물은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만약 그 범위를 인터넷 게시물까지 확대하려면 언론중재법을 개정해야 하고, 그게 과연 타당한지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죠.”
인터넷에 가짜뉴스가 많은 건 사실 아닌가요?
“인터넷에 가짜뉴스가 많은 건 사실이고, 예전부터 늘 문제가 되어왔던 부분이죠. 그런데 최근 들어 이 문제가 더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는 이유는, 대규모 플랫폼을 통해 허위정보나 조작정보가 퍼지는 속도와 범위, 그리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커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두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여러 나라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시민단체들도 허위정보에 대한 제도적·정책적 대응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허위정보 대응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다만 그 방식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이번 법안의 경우 허위정보를 막는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실제 효과보다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훨씬 크기 때문에 반대하는 겁니다.”
이 법 찬성 측의 주장은 예를 들면, 쓰레기 만두 파동으로 자영업자들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지만 언론은 책임지지 않아서 문제이고, 이런 경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거 같은데.
“그런 경우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죠.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행법에는 이미 해외에는 없는 강력한 처벌 제도들이 갖춰져 있습니다.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면 손해배상 제도도 있고,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형사처벌도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부족하다면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제도적으로 개선할지 논의해야겠죠.
그런데 저는 언론의 과도한 보도로 피해가 생겼을 때, 그 피해를 가장 효과적으로 구제할 방법은 언론이 사실 확인을 통해 잘못된 보도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봅니다. 진실을 밝히는 후속보도나 정정보도가 충분히 이루어졌을 때 피해 회복도 함께 이뤄지는 거죠. 그런데 만약 그런 보도를 억제하거나 위축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든다면, 오히려 피해를 구제하겠다는 취지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과거 황우석 박사 사건을 보면 여러 언론이 진실과 다른 방향으로 보도했지만, 결국 진실을 밝힌 것은 MBC <PD수첩>의 보도였죠. 그런데 만약 이런 제도들이 시행된다면, 용기 있게 진실을 밝히고 사실을 고발하는 보도들이 위축돼서 제대로 나오지 못하는 구조가 만들어질 겁니다.”
만약에 윤석열 정부 때 이 법이 존재했다면 바이든-날리면 보도는 어떻게 됐을까요?
“먼저 제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습니다. 이 법안이 발의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각 조항마다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조항 하나하나가 어떤 취지와 의도로 설계된 것인지를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지금 말씀드리는 건 어디까지나 그걸 전제로 한 저의 해석이에요.
‘바이든 날리면’ 사건 같은 경우에는 1심 판결까지 이미 나왔잖아요. 이 망법 개정안에는, 예를 들어 1심 판결을 근거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 보도나 이를 인용한 콘텐츠를 심의해 차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 조항들이 보입니다.
당연히 징벌적 손해배상도 청구될 수 있겠죠. 이 사안에 대한 시각이 정치적으로 양분된 만큼, ‘이건 허위다’라고 주장하는 쪽에서 네이버 같은 대형 플랫폼에 신고할 수도 있습니다. 1심 판결을 근거로 ‘이건 허위정보다’라고 대량 신고를 하면, 플랫폼 입장에서는 법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일단 삭제하거나 차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광범위한 표현의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거죠.”
언론계에서 특히 문제 삼는 게 '권력자 제한 조항'이 빠진 데다가 자의적 요건 때문에 권력감시 기능이 크게 약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 같거든요. 권력자 제한은 맞는 방향일까요?
“저는 그 주장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권력자 제한 조항을 넣는 게 징벌적 손해배상제 악용을 막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는 있다고 봐요. 다만 저는 애초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자체가 우리 언론법 체계와 맞지 않고, 언론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도입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허위보도로 인한 피해가 실제로 존재하고, 현재 손해배상액이나 위자료가 너무 적어 피해 구제가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아니라, 피해 수준에 맞게 손해배상액이나 위자료를 합리적으로 증액하는 방향으로 논의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문재인 정부 때도 그렇고, 민주당은 왜 징벌적 손배제에 목을 맬까요?
“왜 그렇게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집착하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민주당이 언론개혁이나 입법의 방향을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데, 권력자들은 기본적으로 표현을 통제하려는 유혹을 계속 느끼는 것 같아요. 그리고 처벌을 강화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윤석열 정부 때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 같은 경우 가짜뉴스 한 번만 해도 폐간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겠다고 했고, 류희림 전 방심위원장은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를 출범시켰어요. 윤석열 정부와 지금 민주당의 정책은 뭐가 다를까요?
“저도 민주당에 그렇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윤석열 정부 때 분명 민주당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이 있는데, 왜 집권만 하면 입장이 기존과 정반대로 바뀌는지 저도 굉장히 아쉽습니다.”
법안이 이대로 통과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이 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매우 크고, 위헌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기 때문에 이대로 통과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논의 과정에서 심각한 독소조항들은 반드시 수정되거나 폐지돼야 한다고 봅니다.
만약 최악의 경우 이 법이 그대로 통과된다면 그 폐해가 상당히 클 것이기 때문에, 그런 독소조항들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를 통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렇게까지 가지 않도록 지금은 이 법안의 문제점들을 충분히 알리고, 통과되지 않도록 막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려요.
“지금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개혁 법안에 대해 언론계와 시민단체들의 우려가 매우 큰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어떤 법안이든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으므로 논의를 거치면서 그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입법 목적은 허위정보의 해악을 줄이는 거잖아요. 그런 목적에 맞는 좋은 정책이나 제도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그런 논의의 장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단 거예요. 지금 입법 상황을 보면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아시겠지만 2021년에도 충분한 논의 과정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입법이 중단됐잖아요. 그것을 한편으로는 ‘나쁜 법을 막았다’라고 평가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좋은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번에도 그렇게 될까 봐 굉장히 우려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민주적인 논의 과정입니다. 지금처럼 서두르기보다 다양한 언론계의 우려나 시민사회의 비판을 충분히 수렴하고, 그 바탕 위에서 입법 논의를 이어가야 합니다. 민주당이 지금처럼 속도만 강조하기보다, 우선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고 '공론의 장'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먼저 내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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