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끝내 '허프' 매각 의결…"창간 정신 쓰레기통에"
임시 이사회, 8대1로 비즈니스포스트 인수 의결 허프지부, 법적 대응 예고…"죽을 때 죽더라도 그냥 안 죽어"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허프코리아 구성원들이 모회사 한겨레의 매각 결정에 대해 “그동안의 불법적 행위와 노동권 유린, 진보 언론으로서 기만적 행위에 대해 반드시 법적 사회적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규탄했다.
한겨레는 7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허프코리아의 비즈니스포스트 매각’ 안건을 처리했다. 이사 9인 중 8인이 찬성, 1인이 반대했다. 허프지부와 한겨레지부가 각각 매각 반대 의견서를 이사회에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허프지부는 이사회 의결에 대한 입장을 내어 즉각적인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허프지부는 “깊은 분노와 유감을 표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최우성 경영진을 향한 지탄과 저항을 멈추지 않는다”고 밝혔다.
강나연 허프 지부장은 “(한겨레 사측에 대한)불성실 교섭, 부당노동행위를 노동위원회에 신고할 것”이라면서 “영업 양도가 확실해진 상황이어서 매각 결과 자체를 무효로 하는 소송과 가처분 등의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허프지부가 한겨레 경영진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한 사건에 대한 고발인 조사가 다음 주 예정돼 있다. 허프지부는 구성원들의 동의 없이 비즈니스포스트 측에 연봉협상서, 임금대장 등 인비(개인의 인적 사항에 대한 비밀) 사항을 전달했다며 최우성 사장, 유강문 전 허프 대표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한겨레 경영진은 지난 8월 허프노조와 협의 없이 매각을 강행했으나 ‘교섭 등 숙의를 거쳐야 한다’는 사외이사들의 반대에 잠정 중단했다. 이후 한겨레 사측은 허프지부와 총 8차례 교섭과 2차례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지난 3일 ‘교섭 결렬’을 통보했다. 허프지부는 사재 등을 통한 ‘노동자 인수’를 교섭안으로 제시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8차 교섭에서 경영진이 ‘허프 지부와의 지분 양수도 협상 재개’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불과 사흘 만에 입장이 뒤바뀌었다. 한겨레 사측은 허프지부의 ‘노동자 인수’에 대해 ‘편집·경영 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한겨레 사측은 8차 교섭에서 위로금 등 최종안에 대한 답변을 허프지부에 지난 5일까지 요구했으나, 답신을 하기 전 임시이사회를 소집했다고 한다.
“죽을 때 죽더라도 그냥 죽지 않는다”
이날 이사회 개최에 앞서 허프지부는 한겨레 사옥 앞에서 ‘매각 중단’ 선전전을 열었다. 이사들에게 ‘한겨레 경영진의 교섭은 명분쌓기용으로 매각 의결 중단을 요청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전달할 예정이었다. 다수의 이사들이 화상으로 이사회에 참여해 허프 지부의 입장문을 전달받은 이사는 1명뿐이었다.
곽상아 허프 부지부장은 “오늘 저희는 끝끝내 팔려간다”며 “노동자들이 일해서 벌어들인 자산 10억 때문에, 지금 우리는 강제매각의 대상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곽 부지부장은 최 사장을 향해 “노동자들이 어떻게든 허프 정체성을 지키고자 대출까지 받아가며 금액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왜 이제와서 말을 바꾸냐. 그쪽에서 돈을 더 준다고 하냐”며 “그렇다면 여기가 진보 언론이냐 경매장이냐. 단돈 몇푼에 한겨레 정신, 한겨레 브랜드의 가치, 한겨레 창간 정신 모두 다 쓰레기통에 처박아도 되나”라고 따져 물었다.
곽 부지부장은 “우리가 싸워온 이유는 딱 하나, 허프를 지키기 위해서였다”며 “매각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그냥 죽지 않는다고 말한 적 있는데, 벼랑끝으로 떨어지더라도 그냥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모든 걸 역사에 명명백백히 기록하고, 만천하에 알릴 것이며, 당신의 기만적인 행위에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최우성 사장은 전날 한겨레 구성원들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허프 매각 소식을 알렸다. 최 사장은 “약 두 달 간 허프 노조와 단체교섭 형식의 대화를 꾸준히 이어왔다”면서 “허프 구성원에 의한 자체 인수 방안은 교섭에서 일부 논의가 이뤄지기 했고, 실제로 가격 협상을 벌이는 시간을 가진 적도 있다. 하지만 이 안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비즈니스포스트가 제시한 인수 가격과 차이가 나고, 투명성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사실상 1인(혹은 2인) 개인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서”라고 주장했다.
최 사장은 허프 지부가 ▲대주주 변화에 따른 위로금 3000만 원 ▲근무연수에 따른 퇴직 위로금 지급 안을 거부했다며 “허프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인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번 주 들어 잠정 인수가격을 상향하고, 위로금 지급으로 인해 한겨레 부담이 발생할 경우 이를 추가로 인수가격에 반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제는 한겨레를 위해 결정할 때”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