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격주 4.5일제' 시행 2년…보도국 기자들은 언감생심
언론노조 MBC본부, '주4.5일제 전면 시행' 요구 노조 설문조사 결과 "업무생산성 늘고 피로도 줄어" MBC "국·실별로 편차 커…시행률 높일 방안 검토" 보도국장 "큰 틀에서 사람 더 뽑아야 여유 생겨"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사측에 주4.5일제 전면 시행을 요구했다. MBC 구성원들은 2023년 시행된 월 2회 주4.5일제에 대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피로도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뉴스룸(보도국) 등 일부 부서·직군은 업무 특성상 월 2회 주4.5일제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BC 경영진은 국·실별로 주4.5일제 운영 편차가 크다며 전면 시행보다 제도 시행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부터 고민해보자는 입장이다.
6일 발간된 언론노조 MBC본부 노보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열린 MBC노사협의회에서 노조는 주4.5일제 전면 시행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했다. 노조는 매월 둘째, 넷째 주 시행하는 주4.5일제를 도입한 지 2년이 넘었고 많은 구성원들이 긍정적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며 전면 시행을 요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주4.5일제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서울지부 조합원 1174명 중 680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했다. 주4.5일제를 실제 적용해 근무하고 있다고 응답한 조합원은 67%(454명)이다. 이들 중 '주4.5일제 시행 이후 다른 근무일의 시간외근무가 늘었다'고 응답한 조합원은 13%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단축된 근무시간 동안 업무를 집중적으로 처리하려고 더 노력한다'(91%), '개인 업무 마감과 일정 준수가 원활하다'(96%) '팀 업무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95%)고 답했다. 제도 시행 이후 부서 협업이 필요할 경우 지연·차질을 겪는 빈도가 늘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86%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은 줄어든 0.5일의 효과에 대해 '개인성장·업무역량 강화 투자'(92%),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 개선'(955), '번아웃·스트레스 완화'(94%), '업무의욕·몰입도 증대'(93%), '회사에 대한 소속감·애착 상승'(91%)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업무 특성상 아직 주4.5일제를 적용받지 못한 조합원 226명도 주4.5일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 중 주4.5일제를 축소·폐지해야 한다는 응답률은 4%에 불과했다. '제도는 유지하되 금전적 보상을 강화해달라'는 응답률은 78%,'제도는 유지하되 운영방법을 개선해달라'는 응답률은 17%였다.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다수는 '주4.5일제 근무수당을 인상해 더 일하는 조합원에게 더 많은 금전 보상을 지급하는 것이 공정하냐'는 질문에 "그렇다/매우 그렇다'(85%)고 답했다. 조합원들은 주4.5일제 시행률을 높일 수 있는 아이디어로 유연화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0.5일을 모아 월 1회 주4일제를 시행하는 방안, 개인별로 주4.5일제 요일을 지정하는 방안 등이다.
MBC 사측은 언론노조 MBC본부의 설문조사에 신뢰를 나타내면서도 제도 시행 유연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다만 국·실별 편차가 매우 큰 점을 우려한다"며 "전면 시행보다는 시행률을 실효성 있게 끌어올릴 방안을 먼저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MBC 부서에서 주4.5일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대표적 부서로 뉴스룸이 꼽혔다. 지난 4일 MBC 뉴스룸 국장 정책간담회에서 '격주 4.5일제 시행 2년이 지났지만 뉴스룸은 가장 시행 비율이 낮은 곳 중 하나인데 개선 의지가 있나'라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박범수 뉴스룸 국장은 "운용의 묘를 발휘하라고 하지만 부서 현실상 잘 안 된다"며 "큰 틀에서는 사람을 더 뽑고 여유가 생겨야 하는 문제이고, 단기적으로 보자면 일단은 팀장들한테 최대한 4.5일제든 휴가든 공평하게 쓸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독려해보겠다"고 말했다.
박 국장은 "막내 기자들일수록 분위기 때문에 눈치 볼 수밖에 없는데, 팀장들부터 나가서 휴가는 아무 때나 언제든지 쓸 수 있다는 전제를 만들어 놔야 한다"며 "그런 분위기가 없거나 특정 팀장이 눈치를 준다거나 하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농담 아니고 너무 심각한 사안"이라고 했다.
한동수 보도국 취재센터장은 "뉴스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있고, 회사와 조합이 함께 풀어야 될 문제가 있다"며 "12·3 불법계엄 전까지만 해도 팀장들과 얘기해 뉴스가 상대적으로 짧은 금요일에 돌아가면서 쉬는 방안을 얘기했는데 12·3 이후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 센터장은 "전면적 4.5일제 시행은 뉴스룸뿐 아니라 디지털 뉴스는 아예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라며 "완벽한 절반 근무는 어렵지만 부서 여건에 따라 최소한 몇 명씩은 돌아가면서 쉬게끔 팀장을 독려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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