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 창간 한겨레가 노동자의 허프 인수 걷어차"
7일 한겨레 긴급이사회, 허프 매각 안건 상정 사측, '경영·편집 분리' 이유로 '인수' 제안 거절 장혜영 "1인 지배구조 자본에 넘기는 건 괜찮나" "노동자 인수는 원칙 위반이고 자본은 원칙 준수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한겨레 브랜드 가치는 ‘국민모금 창간’에서 나온다. 허프 노조의 ‘노동자 인수안’이 바로 국민주 창간 정신을 이어받는 것이고, 한겨레 경영진에 이 정신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 -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허프지부가 서울 마포구 한겨레 사옥 앞에서 ‘허프 매각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7일 긴급 이사회 안건에 ‘노동자 인수안’을 추가,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열리는 한겨레 긴급 이사회에 허프를 비즈니스포스트에 매각하는 내용의 안건이 상정, 처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성 사장 등 한겨레 경영진은 지난 8월 허프 노조와 협의 없이 비즈니스포스트로 매각 강행을 추진했으나 ‘교섭 등 숙의를 거쳐야 한다’는 사외이사들의 반대에 매각 절차 잠정 중단했다. 이후 한겨레 사측과 허프지부는 총 8차례 교섭과 2차례 매각 협상을 진행했다. 허프지부는 교섭 과정에서 허프 유상감자, 노조의 사재 등을 통한 ‘노동자 인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한겨레 사측은 지난 3일 ‘교섭 결렬’을 통보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8차 교섭에서 경영진이 ‘허프 지부와의 지분 양수도 협상 재개’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불과 사흘 만에 입장이 뒤바꾼 것이다. 특히 한겨레 사측은 허프지부의 ‘노동자 인수’에 대해 ‘편집·경영 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고 한다.
강나연 허프지부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한겨레는 당초 협상에서 본인들이 제시했던 특정 매매가를 허프지부가 맞추겠다고 말했음에도, 불과 며칠 만에 입장을 바꾸었다”며 “‘편집·경영 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외부 매수자인 비즈니스포스트에는 적용하지 않은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
강 지부장은 “사재 출자와 노조·시민 출자를 통해 법인 명의의 투명한 인수 구조를 이미 제시했다”면서 “비즈니스포스트야말로 실질적으로 1인이 지배하는 구조다. 지분 69%는 커리어케어 신현만 회장, 나머지 31%는 그 회사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말하라, 거버넌스 문제는 노동자 인수를 거부하기 위한 표면상의 이유일 뿐이고, 그 사이에 비즈니스포스트가 더 높은 금전적 보상을 제시했기 때문이 아니냐”면서 “경영진도 없는 상태에서 허프를 위해 몸을 갈아 일해온 허프 노동자들이 왜 최우성 사장의 재정난을 메우기 위한 현금 확보 수단이 되어야 하나. 국민주로 태어난 한겨레가, 또 다른 공익 언론의 탄생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고 규탄했다.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은 6일자 한겨레를 들고 “한겨레 유료 구독자의 0.4% 중 하나인 종이신문 구독자”라며 연대 발언에 나섰다. 장 전 의원은 “허프를 무조건 아무에게도 팔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한겨레에 자회사 노동자의 목소리를 존중하라는 것”이라며 “허프 노조와 교섭을 재개하고, 노조가 제시한 노동자 인수안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라는 것은 너무나 정당한 요구다. 그러나 경영진은 이러한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전 의원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사회에 전하는 진보언론 한겨레가 노조 교섭이 뭐가 그리 불편해서, 노동자 인수안이 뭐가 그리 싫어서, 서둘러 자회사 노동자들과의 대화와 대안 논의를 단절하는 것이냐”면서 “주말 사이 무슨 일이 있어서 일방적으로 ‘교섭 종료’를 통보했나. 이게 단체교섭 회피와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장 전 의원은 “실질적 1인 지배구조의 외부 자본에 허프를 넘기는 것은 편집·경영 분리 원칙에 부합하나. 노동자가 인수하면 원칙 위반이고 자본이 구매하면 원칙 준수냐”고 비판했다. 장 전 의원은 “창간주주들은 입을 모아 한겨레의 브랜드 가치는 ‘국민모금으로 창간된 점’에서 온다고 말했다. 허프 노조의 노동자 인수안은 바로 이 국민주 창간 정신을 이어받는 안이고, 우리는 한겨레 경영진에 바로 이 정신을 지킬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강나연 허프지부장은 “한겨레 사측의 매각 대금을 맞추기 위해 대출을 받아 신용불량자 될 수 있는 리스크까지 감수했는데 거절당한 것”이라며 “후배들에게 부담을 지울 수 없어 노조 위원장이랑 부위원장이 돈을 내겠다고 하니 ‘편집·경영 분리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그 전 교섭까지 거버넌스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지부장은 “한겨레 사측에 공공구조 형태로 거버넌스를 짤 수 있다는 계획까지 밝혔는데, 교섭이 결렬된 것은 비즈니스포스트가 더 많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했다.
곽상아 허프부지부장은 “최 사장이 허프를 팔아넘기는 진짜 이유인 현금 자산 약 10억도 구성원이 번 돈”이라며 “허프 대표는 사무실에 출근도 않고, 돈 한 푼 안 벌어온다. 한겨레 은퇴자, 퇴직자 자리보전용”이라고 비판했다. 곽 지부장은 “최 사장은 출마 당시 ‘자회사가 수익을 내면 마치 곶감 빼먹듯 본사로 이전해 마치 실적 개선인 듯 포장했다’고 전 경영진을 질타했다. 지금 바로 최 대표가 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섭 과정에 참여한 언론노조 관계자는 “허프 노조는 유상감자를 통해 물적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제안까지 했지만, 경영진은 ‘최우성 사장의 재가를 받고 답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시이사회 소집도 사측이 아닌, 한겨레지부를 통해 들었다”며 “일련의 과정을 보면 경영진은 사외이사들의 질타에 대한 구색 맞추기 명분 쌓기용 교섭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언론노조 관계자는 “허프의 노동자 인수는 국민주로 출범한 한겨레가 창간정신을 이어받는 또다른 모델인데, 그것을 최우성 사장이 걷어찬 것이고, 그 과정은 위선으로 점철돼 있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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