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김건희 거짓말이 한두 번인가"
동아일보 "대가성은 없다는데 뭔 말인지"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씨가 보석 심문을 앞두고 통일교 측으로부터 샤넬백 2개를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의혹이 불거진 지 7개월 만이다. 하지만 김 씨는 샤넬백은 단순 선물일 뿐이며 또다른 뇌물 의혹인 6000만 원대 그라프 목걸이는 수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주요 보수언론은 거짓말을 그만하고 이제라도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김 씨의 거짓말이 한두 번이 아니며 통일교 측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수천만 원의 명품을 건넸다는 말을 누가 믿을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지난 5일 김 씨는 입장문을 내어 "건진법사 전성배 씨로부터 두 차례 가방 선물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다"며 "저의 부족함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 공직자의 배우자로서 신중히 처신했어야 함에도 부적절한 처신으로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린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씨는 "어떠한 청탁, 대가 관계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라프 목걸이 수수 사실은 명백하게 부인한다"고 전했다.
김 씨는 2022년 4월 800만 원 상당의 샤넬백 1개, 2022년 7월 1200만 원 상당의 샤넬백 1개와 6200만 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 1개를 건진법사를 통해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받았다는 혐의를 받는다.
김 씨의 갑작스러운 자백은 재판 전략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 씨가 금품 수수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워지자 양형을 줄여보려 일부 품목만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최근 건진법사는 기존 진술을 뒤집고 '가방과 목걸이를 전달했다'며 특검에 샤넬백과 그라프목걸이 실물을 제출했다. 건진법사는 또 김건희 씨가 통화에서 '잘 받았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김 씨 측근인 유경옥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서울 청담동 샤넬 매장에서 김건희 씨와 통화를 통해 샤넬백을 다른 가방과 신발로 바꿨다는 매장 직원의 법정 증원도 나왔다.
특검은 김 씨에 뇌물죄 적용을 검토 중이다. 뇌물죄는 3000만 원을 넘어가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형량이 무거워진다. 샤넬백 2개의 가격은 2000만 원이다. 또한 김 씨는 오는 12일 보석 심문을 앞두고 있다.
6일 동아일보는 사설 <金 이제야 “샤넬 백은 받아”… 대가성은 없다는데 뭔 말인지>에서 "2000만 원짜리 명품백을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주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며 "더구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은 건진법사를 통해 김 여사 측에 YTN 인수, 캄보디아 개발원조 사업 등에 관한 청탁을 전달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냥 순수한 호의로 알고 이런 고가의 선물을 덥석 받았다는 사실을 믿으라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6200만 원짜리 그라프 목걸이 수수 혐의에 대한 부인도 그간 김 여사가 보여준 행태를 감안할 때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며 "김 여사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당시 착용했다가 논란이 된 반클리프아펠 목걸이도 처음에 '지인에게 빌렸다'고 했다가 모순되는 정황이나 증거가 나올 때마다 '모조품이다' '엄마에게 빌렸다' 등으로 말을 바꿨다. 하지만 그마저도 결국 서희건설이 인사 청탁 대가로 목걸이를 건넸다고 자수하는 바람에 거짓말이 들통났다"고 짚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사설 <또 드러난 김건희 거짓말, 이게 끝인가>에서 "김 여사 해명을 다 믿기 어려운 것은 그가 거짓말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김 여사는 기소된 직후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이 밝게 빛나듯 저의 진실과 마음을 바라보며 이 시간을 견디겠다'는 입장을 냈다. 그 마음이 진짜였다면 가방 수수 사실은 벌써 사실대로 고백했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거짓말로 일관하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리자 이제서야, 그것도 일부만 시인했다. 그러니 '거짓이 이것뿐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정부를 망치고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양심이 있다면 이제라도 진실을 다 밝히고 사과하는 것이 국민 앞에 속죄하는 길"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이제야 ‘샤넬백 수수’ 시인…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려 했나>에서 "김 여사 측은 샤넬백 수수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윤 전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은 인정하지 않았다"며 "통일교 측에서 고가의 선물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순수한 뜻에서 줬다는 것인데,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그동안 김 여사에게 제기된 의혹은 한둘이 아니다. 김 여사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과정에서의 이권 개입 의혹,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 경기도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을 받고 있다"며 "명품 가방·목걸이 등 금품 수수 의혹은 그중 일부일 뿐"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김 여사는 스스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했지만, 지난 정권의 핵심부에서 있었던 수많은 의혹의 실상이 특검 수사와 재판을 거치며 마치 양파껍질처럼 한 꺼풀씩 드러나고 있다"며 "이제라도 김 여사를 포함한 사건 관계자들은 얄팍한 거짓말로 법적 책임을 모면할 생각을 버리고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데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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