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추진 잠수함에 우물에서 숭늉 찾는 조선일보

[김민하 칼럼]

2025-10-31     김민하 저술가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우려가 많았던 한미 간의 관세협상이 뜻밖에 전격 타결됐다. 전문가들은 ‘선방’이라는 평가지만 여전히 우려되는 점도 있다. 특히 핵추진 잠수함 건조가 가능해진 조건은 다양한 쟁점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한미정상회담 직전까지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노딜’을 예상했다. 정부 분위기도 그랬다. 그러나 정상회담 직전까지 이어진 줄다리기 끝에 한미 양측은 절충점을 찾았다.

애초 쟁점은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 규모 자체를 키울 것이냐, 분납 투자를 할 경우 1년에 얼마를 감당할 것이냐, 투자 대상과 이익 배분 방식은 어떻게 정하느냐에 있었다. 3500억 달러 규모에 대해서는 이를 유지하자는 한국의 주장이 수용됐다. 연간 투자 규모를 200억 달러로 하기로 한 것 역시 한국 주장이 수용된 것이다. 대신 투자 대상의 최종 결정은 미국이 주도하며 이익 배분은 원금 회수 때까지는 5대 5로, 이후 9대 1 또는 비율을 다시 정하기로 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이 관철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식 환영행사에 참석한 모습을 30일 SNS에 공개했다. [이재명 대통령 SNS=연합뉴스]

관세협상이 타결됐으므로 자동차에 대한 품목 관세는 15%로 조정하기로 했다. 애초 한미FTA를 통해 무관세를 적용받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방식의 관세 부과와 협상 자체가 황당한 일이지만,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도 없다. ‘선방’했다지만 연 200억 달러라는 분납 투자 규모 역시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라는 반응도 있다. 여러 측면에서 점검과 대비가 필요하다.

관세와 더불어 안보 관련 사안에 대한 양국의 협상도 가닥이 잡혔다. 안보 관련 사안의 대략적 틀은 이미 확정 단계에 있었으나 관세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최종 확정을 할 수 없다는 트럼프 측 입장이 반영돼 지금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의 연료를 거론한 것이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한국군의 오랜 숙원인데, 미국의 양해 없이는 실현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 지난 방미 기간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이 문제를 거론했지만, 미국은 ‘비확산’이라는 차원에서 반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의 전통적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는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이는 농축 우라늄을 일부 군사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양해가 이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곧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미국의 필리조선소에서 잠수함을 건조해야 한다고 하면서 진의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질 조짐도 있다.

필리조선소에는 잠수함 건조를 위한 인프라가 만들어져 있지 않는데다 농축 우라늄 등을 어떤 방식으로 반입할 수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돌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핵의 평화적 이용에 대한 ‘예외’를 설정하는 등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이외에도 별도의 군사협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필리조선소 [한화오션 제공]

외교 안보상의 우려도 제기된다. 핵추진 잠수함 관련 한미 간 양해가 이루어졌다는 소식에 중국은 분명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먼 바다를 대상으로 작전을 펴는 것이 일반적이라 자칫 잘못하면 미국의 대외전략, 특히 대중국 압박에 한국이 종속되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그래서 일부 언론은 핵추진 잠수함의 작전 반경을 한반도 주변으로 못박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놓고 있다.

주변국들의 ‘핵 도미노’ 역시 우려 사항 중 하나로 꼽힌다. 핵추진 잠수함 개발을 이미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북한은 이를 계기로 관련 작업에 더 박차를 강하게 될 것이다. 추가적인 핵 위협 등을 감행할 수도 있다. ‘강한 일본’을 주장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역시 취임 직후 안보 문서 개정 등을 통해 핵추진 잠수함의 도입을 사실상 명시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 군비증강에 따른 동아시아 정세의 불안정성이 증대될 가능성이 있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기회로 핵 발전 및 핵무장의 당위를 거듭 주장하려는 움직임도 우려스럽다. 조선일보는 31일 이와 관련한 두 가지 사설을 지면에 실었다. 하나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도 하게 된 마당에 더 이상 탈원전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는 취지다. 다른 하나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등을 통해 핵연료 재처리와 우리눔 농축 권한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선일보의 주장에 대해서는 정확한 반론을 해야 한다. 첫째, 핵추진 잠수함은 탈원전과 직접적 관계가 없다. 오히려 군사적 차원과 평화적 핵 이용은 명확히 분리해 접근해야 하고 핵발전에 있어서의 문제를 해소하는 것은 별도 논의할 과제이다. 이를 ‘미신’, ‘망령’으로 치부하는 것이 오히려 비과학적 태도이다. 둘째, 핵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기로 한 상황에서 재처리와 농축 권한까지 가지려 하면 ‘핵무장’이라는 의심을 살 수 있다. 오히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대북용이며 핵무장과도 관계가 없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피력해야 주변국들과의 관계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조선일보식의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표현이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방식을 가리킨다고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진의가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로 합의가 이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는 한참 앞서가는 얘기다. 고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하는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잠재적 핵능력’ 보유를 목표로 한 희망이 반영된 논조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방향으로 여론이 강화되면 오히려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어려워질 수 있다. 양손에 모두 떡을 쥐는 상황은, 더군다나 트럼프 체제의 미국을 상대로 해서는 그렇게 쉽게 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제가 필요하다. 정부도 이 점을 알고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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