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도 '냉철한 국익 우선 협상'이라는데 국힘은 "잘 안 됐다"

이재명-트럼프 대통령 정상회담 관세협상 '최종 타결' 연 투자 상한 '200억불' 설정…민간기업, '마스가' 협력 주도 한국경제 "경제·외교·안보 '패키지 합의' 값진 결실…외교적 쾌거"

2025-10-30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이 한·미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자 "결코 잘 된 협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마무리됐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보수·경제 언론에서 이재명 정부의 이번 외교를 '냉철한 국익 우선 외교'로 평가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미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관세 압박을 외면한 채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난 29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그동안 한국의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방식을 두고 양국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최종 협상이 3개월 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대다수 언론이 이번 협상 타결을 '극적 타결' '전격 타결'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호관세 세율은 지난 7월 합의한 대로 15%를 유지하기로 했다. 경쟁국인 일본·EU(유럽연합)과 같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는 현금투자 2000억 달러, 조선업 협력 1500억 달러로 구성된다. 현금투자 상한은 연 200억 달러이다.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로 불리는 조선업 협력 투자 1500억 달러는 민간 기업 주도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500억 달러 금융패키지와 유사한 구조이지만 우리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했다"며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연간 200억 달러 한도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있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 실장은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하고 이를 양해각서(MOU) 문안에 명시하기로 했다"며 양국이 투자할 가치가 없는 프로젝트의 경우 걸러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아울러 30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을 전격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지금 갖고 있는 구식의 느린 디젤 잠수함이 아니라,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했다. 지난 29일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디젤 잠수함은 북한·중국 잠수함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핵추진 잠수함 연료를 공개 요구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화답한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오른쪽은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관세 협상이 국익을 지키는 협상이었는지 의문이라는 논평을 냈다. 29일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점에서 환영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우려만 앞설 뿐, 일본과 비교해서도 결코 잘 된 협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에 재앙이 될 합의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이번 협상이 과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주장하던 '국가 이익을 지키는 협상'이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한국 GDP는 일본의 절반 수준인데 미일 협상과 유사한 구조로 협상을 진행했다 ▲현금투자만 2000억 달러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빠졌다 ▲연 200억 달러 상한은 외환보유액을 허물지 않고 환율 안정을 자신할 수 없는 수준이다 등의 비판을 내놓았다. 박 수석대변인은 "그럴싸한 말로 포장만 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 이익으로 평가받아야 한다"며 "3500억 달러 투자 합의가 진정한 '국익'인지, 아니면 외환시장 불안을 초래할 '부담의 씨앗'인지는 곧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보수·경제지를 비롯한 언론의 평가는 국민의힘 주장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이재명 정부가 각고의 노력 끝에 의미있는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30일 조선일보는 사설 <정부 노고 끝 극적 관세 타결, 이제 또 다른 과제 속으로>에서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파고 속에서 우리 수출 전선에 드리웠던 거대한 불확실성 하나가 걷힌 것"이라며 "관세 협상은 지난 몇 달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행정부의 거센 압박 속에 난항을 거듭했지만, 끝내 합리적 절충점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특히 우리 정부가 일부 정치권의 반미 정서에 기댄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국익을 우선시하며 냉철하게 협상을 진행해온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며 "그동안 우리 정부는 23차례의 장관급 회담과 수많은 실무 회의를 통해 미국을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협상 대표인 산업통상부 장관을 ‘터프 니고시에이터(tough negotiator·만만치 않은 협상가)’라고 불렀을 정도"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합의 내용에도 우리 측 요구 사항이 많이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현금투자 상한이 연 200억 달러로 설정된 데 대해 "4200억 달러인 외환보유액을 건드리지 않고 한국이 매년 조달할 수 있는 외환 규모가 최대 200억 달러라는 우리 측 설득이 먹힌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상업적 합리성'을 MOU에 명시하기로 한 데 대해서는 "손실을 보지 않고 원리금이 보장되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다만 조선일보는 이번 협상 타결은 자유무역 시대가 끝나고 미국이 주도하는 보호무역 시대가 열린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는 이번 협상 타결을 성공으로 자축하기보다 ‘한 고비를 넘겼다’는 냉철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선일보는 "세계 무역 질서의 대격변 시기에 필요한 것은 더 정교한 전략과 한발 앞선 준비뿐"이라며 "정부가 총력을 기울인 이번 관세 타결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통상 외교의 전환점’으로 기록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30일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대한 보수·경제지 사설 제목 (빅카인즈)

중앙일보는 사설 <막판 관세 합의 이뤄낸 한·미, 늦었지만 다행이다>에서 "한국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견지해 온 ‘상업적 합리성’과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되느냐 등의 국익 우선의 원칙을 지켰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며 "쌀과 쇠고기 등 민감한 농업 분야의 추가 개방도 방어했다. 반도체도 수출 시장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대만과 비교해 불리하지 않게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썼다. 

중앙일보는 "동맹 현대화 등 안보 협의에 양국이 공감대를 이룬 것도 평가할 만하다.(중략)양국이 인공지능(AI)·바이오·우주 등 첨단 과학 분야의 ‘기술 동맹’을 강화하는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며 "한·미 양국 관계가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경제와 안보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한미 관세 협상 극적 타결… ‘K제조업 영토 확장’ 기회로>에서 "양국 관세협상이 종지부를 찍음에 따라 한국 경제에 부담을 주던 최대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총평했다. 동아일보는 "이번 합의는 당초 전액 ‘현금 선불(up front)’ 투자를 고집하던 미국이 한국 정부의 집요한 요청을 대폭 수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간 200억 달러까지만 현금 투자하도록 제한한 것이 특히 주목할 부분"이라며 "작지 않은 금액이지만, 우리 외환시장에서 큰 충격 없이 조달할 수 있다고 한국은행이 판단한 150억∼200억 달러의 범위 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투자 이익을 한미 양국이 5대5로 나누기로 한 것은 아쉽다면서도 "다만 20년 안에 원리금 상환이 안 될 경우 이익 배분 방식을 한국에 유리하게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은 앞서 협상을 타결한 일본보다 나은 조건"이라고 짚었다. 또 동아일보는 "이미 15% 관세가 부과되는 일본, 유럽연합(EU)산 자동차들보다 불리한 조건 속에서 경쟁하던 한국 자동차·부품 기업들로선 협상 타결이 가뭄 속 단비와 같다"며 "향후 미국이 부과할 반도체에선 ‘대만과 동등한 대우’, 의약품 관세에선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고, 쌀·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의 추가 양보가 없었던 점은 다행스럽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사설 <한·미 관세협상 극적 타결…대통령·정부·기업 한 몸으로 뛴 성과>에서 "이번 회담은 최대 난제로 꼽힌 한·미 관세협상에서 극적인 타결을 끌어내며 우리 경제와 외교·안보 전반에 걸쳐 ‘패키지 합의’라는 값진 결실을 봤다"며 "우리 수출과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을 크게 해소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쾌거"라고 평가했다. 

매일경제는 사설 <한미 관세협상 극적 타결…디테일에서 실리 챙기길>에서 "합의 내용이 한국 입장에서 전적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현 상황에서 도달할 수 있는 최선의 합의로 평가한다"고 했다. 매일경제는 "한국이 외환시장 충격 없이 한 해 조달할 수 있는 외화는 150억~200억달러 정도"라며 "결코 만만한 액수는 아니다. 다만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되는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별도 근거를 활용하면 감당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여한 무궁화 대훈장 (사진=연합뉴스)

한국일보는 사설 <'연 200억불 투자'로 고비 넘긴 한미 관세협상… 후속조치 만전을>에서 "우려가 컸던 외환시장 부담을 상당 부분 줄이게 됐다"며 "품목 관세 중 의약품 목재 등은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고, 반도체의 경우 대만 등 경쟁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으로 적용받기로 하는 등 선방했다.(중략)협상 타결로 일본 등 주요 경쟁국 기업과 대미 관세 격차로 어려움을 겪었던 자동차 등 수출기업의 부담은 덜게 됐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한·미 정상회담 ‘성공적’ 매듭, 관세·안보 협정문에 만전을>에서 "국의 ‘전액 현금·선불 투자’ 요구로 교착된 관세협상이 성공적 틀로 가닥을 잡으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된 걸 환영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이제 관세·통상, 외교·안보 현안을 둘러싼 후속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며 "군사동맹으로 시작해 경제동맹으로 발전한 한·미 동맹이 경제·안보·미래 협력 강화로 한 단계 도약하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한·미 관세협상 극적 타결, 피해 최소화 나서야>에서 "후속 협상 난항에 따른 불확실성을 걷어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면서 "그러나 최종 합의 내용도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려스럽다"고 했다. 한겨레는 "우리나라가 왜 남의 나라 제조업 부흥에 이렇게 무리를 해가며 지원을 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지울 수 없다"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추가적인 세부 내용을 확정하는 단계에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