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발의에 "입법도 자격 없어"
"이동관 '가짜뉴스 근절대책' 법제화와 다를 바 없어" "'허위' 이유만으로 삭제·차단? 민주국가에서 전례 없어" 허위정보 유통금지 조항 근거로 국가 행정심의 가능성도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자녀 결혼식 논란 등으로 언론지면을 도배하고 있는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이 국가가 허위정보 유통을 금지하고, 허위조작정보에는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는 최민희 위원장이 과방위원장 자격뿐 아니라 입법자로서도 자격이 없다고 질타했다. 언론연대는 최민희 위원장 법안이 '국가 검열' 시스템을 제도화하고 있다며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재앙적 입법"이라고 했다.
지난 23일 최민희 위원장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는 "불법정보와 허위정보의 폐해는 피해자를 양산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상황에 이르렀으나 이를 차단하고 피해를 구제할 수단은 행정 심의에 의한 제한적 제재에 불과하다. 행정 심의마저도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허위조작정보 근절 방안이 언론개혁특위 위원장인 최민희 위원장 법안으로 구체화된 것이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고,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최대 5천만 원까지 손해액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하고, '타인을 해할 의도'(악의)가 있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5배의 배액 배상제를 적용한다.
최민희 위원장은 허위조작정보의 악의성을 '추정'할 수 있는 요건을 명시했다. 권력자의 전략적 봉쇄소송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중간판결 제도를 규정했다. 권력자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때 언론 등 피청구인이 재판부에 전략적 봉쇄소송 여부를 먼저 판단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도록 '특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언론연대는 29일 논평을 내어 "최민희 의원은 입법자로서도 자격 없다"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최민희 위원장이 국정감사 중 MBC 보도본부장을 퇴장시킨 일은 과방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며 "문제는 그의 처신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른바 ‘언론개혁 입법’ 과정에서도 민주적 논의 절차와 이견, 문제 제기를 무시하며 민주당 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독선적 행보를 이어갔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최민희 위원장 법안을 "윤석열 정부 이동관 방통위원장 '가짜뉴스 근절대책' 법제화 시도"에 빗댔다. 언론연대는 최민희 위원장 법안이 불법정보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더라도 허위정보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며 "단지 '허위'라는 이유만으로 합법적 표현물을 삭제·차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민주국가에서 전례가 없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개정안은 허위·허위조작정보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삭제 명령 대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유통금지 조항을 근거로 행정심의가 이뤄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이는 국가가 허위 여부와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국가검열’에 해당한다. 또한, 망법의 규제대상을 언론사까지 확대해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통심의위)를 통한 인터넷 기사 허위정보 심의로 확장될 우려를 낳는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경우 악의성을 추정하는 요건을 규정해 "심각한 독소조항"이라고 했다. 악의성 추정 요건이 입증 책임을 전환해 언론을 비롯한 정보 게재자를 보호할 법적 보호장치가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언론연대는 "이는 원고에게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명백하고 확실한 입증 책임을 요구하는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상반된 것으로, 미 연방대법원의 '현실적 악의 법리'가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는 반면 최민희 안은 권력자의 방어를 강화한다"고 했다.
미국에서 공직자에 대한 비판적 보도에 손해배상이 적용되려면 '현실적·실제적 악의'(actual malice)가 입증되어야 한다. 이때 입증 책임은 원고, 즉 공직자에게 있다는 게 미 연방대법원의 결정이다. 미국은 1964년 '뉴욕타임즈 대 설리번' 사건 판결을 통해 이 같은 원칙을 세웠다.
언론연대는 "최민희 안은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신고·조치 대상에 허위조작정보를 포함시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며 "EU(유럽연합)의 DSA(디지털서비스법)가 ‘불법정보’만을 규제 대상으로 두는 것과 달리, ‘불법정보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더라도’ 허위표현이라는 이유로 유통을 금지함으로써, ‘의심스러운 경우 삭제’하도록 강제하는 자기검열 시스템을 만든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한국판 DSA를 지향하겠다던 개정 방향이 불과 한 달 만에 최민희 의원의 손을 거치며 이렇게 왜곡된 방향으로 퇴행한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최민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망법 개정안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언론·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재앙적 입법 시도다. 최 의원은 위헌적 망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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