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의 ‘김건희 검사들’ 수사 주목해야”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9월말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업무 분리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검)에 파견된 검사 전원이 입장문을 발표했다. 특검 수사 업무를 하는 게 모순된다며 검찰로 조기 복귀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이후 지난 16일 뉴스타파는 김건희 특검 검사 40명의 실명을 공개하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윤석열 정부의 검찰에서 정권 입맛에 맞춘 ‘정치 수사’를 한 이력이 있다고 보도(☞ 뉴스타파 보도 바로가기)했다. 김건희 특검은 출범 3개월이 지나는 동안 주목도만큼 잇단 논란과 악재에 휩싸였다. 주가조작 사건 등 김건희 씨 의혹을 처음 제기해 취재해온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3개월의 특검 수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들어보고자 지난 23일 서울 충무로역 근처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심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심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김건희 특검 출범 3개월이 지났는데 현재 수사 상황은 어떤가요?
“애초에 김건희 특검의 수사 범위와 대상이 엄청나게 넓고 많았다고 보거든요. 그렇게 넓은 범위의 수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게 쉽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겉으로 드러난 성과만 보면 일단 김건희 씨, 권성동 의원, 한학자 통일교 총재, 김상민 검사 그리고 김건희의 집사로 불리는 김혜성 씨까지 구속했잖아요. 그러니 성과는 상당히 있죠. 검사의 기준으로는 구속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김건희 특검 내에서는 상당히 성과가 있다고 보는 걸로 들었습니다.”
기자님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수사가 진행된 건 맞는데 아직은 평가하기에 이른 단계죠. 왜냐하면 구속됐다고 해서 그 사람의 유죄가 확정되는 건 아니잖아요. 또 우리가 특검에 기대했던 것은 단순한 인신 구속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재임 기간 김건희 씨가 저질렀던 혹은 저질렸을 것으로 보였던 여러 범죄의 디테일까지 다 파헤쳐 주는 거예요. 그런 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은 사안을 한 번에 하려는 게 아닐까요?
“그런 면도 있어요. 사실 김건희 특검이 파견 검사 수나 특별 수사관 수를 보더라도 굉장히 큰 규모인 건 사실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 대상이 너무 많습니다. 법에 규정된 수사 대상만 13가지죠.
거기에 더 중요하게는 그런 사건들이 지금까지 덮이게 된 경위까지 수사를 해야 하는 거거든요. 그게 김건희 특검법 2조 1항 14호에 규정돼 있는 검사들의 직무 유기나 직권남용 사건에 대한 수사입니다. 그렇게 보면 애초부터 김건희 특검에 주어진 임무가 어마어마한, 정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고 생각은 돼요.”
7월 초 세 개의 특검이 거의 동시에 출범했는데, 그동안 김건희 특검발 보도는 많았지만 매듭이 지어진 것은 다른 특검에 비해 적은 거 같아요. 그러니 특검이 언론 플레이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는데.
“언론 플레이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지금 특검발 뉴스들이 너무 많아요. 아마 시민들은 어느 특검에서 나온 뉴스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울 거예요. 그런데 김건희 특검에서 특별하게 언론 플레이를 더 많이 하는 것처럼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김건희 특검에서 이거 했다가 또 저거 하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 같거든요.
“뉴스타파가 얼마 전에 기사로도 썼는데, 김건희 특검 내부의 조직 구조가 수사팀이 9개로 나뉘어 있고 팀마다 각각 다른 사건을 담당해서 수사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각 팀에서 진행되는 수사가 각각 있을 거 아니에요. 각각의 팀에서 중요한 수사 진행에 관한 뉴스가 나오는 게 조율되지 않은 거겠죠. 그러니 밖에서는 그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김건희 특검 수사에서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김건희 혹은 윤석열, 이 두 사람이 저지른 범죄의 전모를 밝혀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두 사람의 범죄는 한국 사회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저는 하나의 일탈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일탈이요?
“일단 대통령과 영부인이라는 매우 중요한 자리에 갈 자격이나 자질 없는 사람들이 가게 된 거죠. 지금의 사태는 그 자리에서도 자기들이 하던 대로, 지금까지 살아왔던 대로 행동해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것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이에요. 문제는 그 뒤에, 이 사람들이 그런 위치에 가서 그런 어마어마한 일들을 했을 때 한국 사회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됐느냐예요.
예를 들어 그 사람들이 벌인 일에 대해 밑에 있는 공무원들이 제지했느냐, 혹은 그 범죄의 일단이 드러났을 때 이것을 제대로 수사를 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서 김건희 특검에서는 각각의 사건에 대한 수사도 중요하지만, 이 사건을 뭉갠 부분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제(22일) 건진법사가 그라프 목걸이 내놓았잖아요. 잃어버렸다고 했다가 말 바꿨는데?
“건진법사가 그 목걸이 내놓기 전에 이미 김건희 선물용으로 받은 게 맞다고 진술을 바꿨죠. 그런 중요한 피의자들이 진술을 바꾼 데는 여러 동기가 있을 거예요. 사실 이번 김건희 특검에서 중요한 부분이 특검법 개정하면서 일종의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이 도입됐단 점이에요. 미국에서는 이게 합법이잖아요. 한국 검찰은 플리바게닝이 허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암암리에 그것들을 해왔죠. 근데 이번에 김건희 특검은 굉장히 이례적으로 일종의 플리바게닝을 허용해 준 거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건진법사의 진술 변경이 정확히 어떤 동기에 의해서 됐는지는 우리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김건희 특검에만 허용된 그 플리바게닝이 힘을 발휘한 게 아닐까라고 추측할 수 있죠.”
또 어제(22일) 김건희 씨가 경복궁 근정전 가서 용상까지 앉았다는 보도가 이목을 끌었는데, 이 사안은 가십으로 봐야 할까요?
“그 자체가 큰 범죄 요건을 구성하는 건 당연히 아니기 때문에 엄청 중요한 뉴스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장면이 보여주는 게 있는 거죠. 대통령 권력에 대한 김건희 씨의 태도,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윤석열과 김건희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대통령 권력과 김건희에 대해 동일시하면서 보았다는 부분이 드러난 면에서는 의미 있는 보도라고 생각해요.”
김건희 특검 조사 받던 양평군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당연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인데, 지금 단계에서는 그 공무원에 대한 가혹 수사가 있었는지 부분이 확인 안 됐기 때문에 저희가 섣불리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미루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양평 공흥지구 사건이죠. 이 사건을 김건희 특검에서는 9팀이 맡았는데 9팀은 경찰로만 이루어진 팀이에요. 근데 애초에 양평 공흥지구 사건은 수사해도 크게 성과를 보기 어려운 사건이에요.”
공소시효 끝난 걸로 아는데.
“맞아요. 대부분의 혐의가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특검에서 팀을 나눠 사건을 배분할 때 검사들이 아닌 경찰팀에 성과 내기 어려운 사건을 준 거고, 그런 속에서 아마도 이 경찰로 이루어진 팀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 굉장히 애썼을 거예요.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만 그런 부담과 압박이 이런 결과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죠.”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자 김건희 특검 파견 검사 40명이 입장문을 냈고, 이후 뉴스타파가 40명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잖아요. 개인정보 공개 관련 비판도 있는 것 같던데?
“저는 그 비판에 전혀 동의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검사들은 고위 공직자잖아요. 평검사도 3급 대우 받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그 정도 고위 공직자들이, 그것도 사생활이 아니라 고위 공무원의 신분으로 담당한 공적 업무 관련 내용이잖아요.
예를 들어 A라는 검사가 과거에 이러이러한 수사를 했고 현재 김건희 특검에 와 있다는 정보는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공적인 신분으로 공적인 일을 한 걸 공개한 것뿐이니까요. 오히려 문제는 검사들에 대한 그런 정보를 찾기가 너무 어렵게 돼 있단 점이에요. 그런 정보들은 더 투명하게 국민들에게 공개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시청자들이나 독자들이 나쁜 검사로 낙인찍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왜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만 이렇게 나섰을까요?
“김건희 특검 검사들만큼 적극적으로 행동한 건 아니지만 다른 특검의 검사들도 상당히 동요를 했다고 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김건희 특검 검사들이 이렇게 반응하게 된 건 그 문제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김건희 특검은 검사들을 수사해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특검법에 검사들의 직무 유기나 직권남용을 수사하라고 되어 있어요.
최근 서울남부지검의 관봉권 띠지 사건이 불거졌지 않습니까. 근데 남부지검 관봉권 띠지 사건은 어떻게 보면 김건희 특검이 검사들을 수사할 수 있는 단초가 되어 있는 사건이에요. 김건희 특검의 수사 대상이죠. 근데 저희가 기사에 썼지만, 그 남부지검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과 연관된 검사들이 이미 김건희 특검이 와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채해병 특검이나 내란 특검과는 달리, 훨씬 더 적극적이고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목소리가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드는 거죠.”
외출했는데 누가 자기 집을 없앤다고 하면 기분 나쁠 것 같거든요.
“물론 그렇죠. 당연히 검사들이 반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 개편이 조금씩 있거든요. 기재부만 해도 이번에 조직 개편의 대상이 되었죠. 그리고 윤석열 정부 초반에는 여성가족부도 없앤다고 했었어요. 그런 정부조직 개편에 대해서 지금까지 어떤 공무원들이 집단으로 항명한 적이 있었나요? 그런 적은 없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검사 개개인이 저항감을 가지고 그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고 보는데, 지금의 항명은 그게 아니라 특정한 일을 하도록 명령받은 행정부처의 공무원이 자기들은 그 일을 못 하겠다고 나선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일반적인 반대와 결이 많이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김건희 의혹을 수사했던 검사들이 파견 간 것 같던데, 수사 검사는 민중기 특별검사가 선발하는 게 아닌가요?
“제가 알기로는 대부분은 아니고 상당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김건희 사건 수사했던 검사가 상당수 있고, 김건희와는 무관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벌였던 정치적인 수사를 벌였던 검사들이 상당수 있어요. 이 둘을 합치면 절반 정도 되는 숫자인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법적으로는 파견 검사를 민중기 특검이 선발하게 되어 있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민중기 특별검사는 판사 출신이기 때문에 민중기 특별검사가 검사 한 명 한 명을 두고 뽑진 않았을 거예요. 그 역할은 아마 민중기 특별검사 밑에 있는 특검보 가운데 검찰 출신이 담당했겠죠.”
그렇더라도 결국 민중기 특검 책임 아닌가요?
“당연히 그렇다고 봅니다. 모든 게 궁극적으로는 민중기 특검의 책임이죠. 다만 현실적으로는 특검보가 4명이잖아요. 지금 특검보 4명 중에 아마도 정치권에서 이 사람이 좋겠다고 추천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구는 민중기 특별검사와의 과거 근무연이나 인연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든 3명 중에 세 분이 검사 출신이에요. 그러니까 판사 출신인 문홍주 특검보는 민중기 특별검사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해서 뽑힌 걸로 알고 있고, 아마 다른 특검보들은 각각의 뽑힌 이유가 있겠지만 어떤 분들은 분명히 민주당 픽이었을 겁니다.”
특검에 파견된 검사를 교체해야 할까요?
“저는 일부는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저희 보도 이후에 몇 명 교체될 거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특검보도 원래 4명인데 법을 개정해서 조직을 더 확대할 수 있게 해놨지 않습니까. 새로운 특검보가 뽑힐 겁니다. 그럼 지금 해왔던 특검보와는 또 다른 흐름이 김건희 특검안에 만들어질 수도 있어요.”
민중기 특별검사에 대한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거래 의혹이 제기됐어요.
“그 사건 자체는 잘 모르고 제가 판단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이 의혹으로 인해 특검 내부의 동력이 많이 상실됐다고밖에 판단할 수 없잖아요. 특히 지금 수사기간이 절반 정도 지났고, 지금까지 1호부터 13호까지의 개별적인 사건들을 수사해 왔다면 이제는 14호 사건도 수사에 착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단 말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민중기 특검의 주식거래 문제가 불거짐으로써 그 14호 사건에 대한 수사 동력이 굉장히 약화되지 않았을까 해요. 그런 점에서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김건희 특검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뭐라고 보세요?
“특검이 지금까지 구체적인 사건들에 대한 수사를 해왔다면, 후반부 수사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한 사안이 검사들에 대한 수사일 거예요. 검사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금 특검 조직으로는 안 되고 조직을 보강하고 정비해야 할 거라고 보거든요. 그러니까 아마 머지않은 시점에 추가로 특검보가 선임된다든가, 아니면 그 특별 수사관들 있지 않습니까? 특별 수사관을 추가로 모집한다든가 이런 움직임이 있을 거예요.
그런 움직임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특검이 14호 사건, 검사들에 대한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준비하는 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리고 그 수사를 정말로 잘 해내느냐는 부분이 앞으로 제일 중요한 포인트라고 봅니다.”
특검 기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매듭 지어질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수사가 완전히 종료되기는 힘들 것 같아요. 김건희 특검법을 보면 수사기간이 다 끝나고 매듭지어지지 못한 사건은 국가수사본부로 이첩하도록 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특검 기간이 종료되고 나서도 상당한 기간 동안 국수본이 계속 수사를 이어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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