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허위조작정보근절안에 '김건희 의혹 보도 위축 됐을 것'

언론계 허위조작정보 제재 필요성 인정하지만 문제는 권력감시 위축, 언론탄압 악용 가능성 경향신문 "김건희, 기자 복수 운운하는 것 목도"

2025-10-22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허위조작정보' 근절안이 정치·경제 권력자에 대한 언론 감시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언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허위조작정보 제재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인정하지만 보도의 '악의'를 추정, 징벌적 손해배상의 책임을 묻고 정치·경제권력의 청구권을 보장하는 것은 '언론 탄압'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정부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있었다면  '김건희 의혹 보도'가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민주당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최민희 위원장(오른쪽)이 지난 20일 허위조작정보 근절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 (사진=연합뉴스)

지난 20일 민주당 언론개혁특위(위원장 최민희)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고,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공개했다. 민주당은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경우 법원이 최대 5천만 원까지 손해액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하고, '타인을 해할 의도'(악의)가 있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5배의 배액 배상제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의 악의성을 추정할 수 있는 요건으로 '법원의 명령에도 자료제출을 하지 않을 경우'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 '고의로 타인을 해할 의도가 인정되는 경우' 등 8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민주당은 권력자의 '전략적 봉쇄소송'을 방지하는 방안으로 '중간판결' 제도를 제시했다. 권력자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때 언론 등 피청구인이 재판부에 전략적 봉쇄소송 여부를 먼저 판단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도록 '특칙'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11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종면 언론개혁특위 간사는 22일 SNS에 "국감 끝나는 대로 과방위 통과, 11월 중 본회의까지 통과시켜 올해 안에는 이 법이 발효되도록 마무리 확실히 하겠다"며 "정청래 대표께서 당론 입법 방침을 밝히셨고 언론개혁특위에서 이 방향으로 적극 이끌어오신 최민희 특위위원장과 김현 부위원장께서 과방위 딱 지키고 계시니 걱정 없다"고 썼다. 

22일 경향신문은 사설 <허위조작 보도 징벌적 손배, 권력 감시 위축 없게 해야>에서 "언론 보도나 유튜브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그에 따른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시급성은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여당 언론개혁특위가 추진하는 징벌적 배상제는 '악의'나 '허위·조작' 개념이 모호해 이를 어떻게 재단할지 명확하지 않다. 고의·과실 입증 책임을 언론사가 지는 것도 한국처럼 형법에 명예훼손죄가 있는 상황에선 '이중 징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특히 개정안엔 정치인·고위공직자·대기업 등 권력자도 손배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언론계 10개 현업단체가 한목소리로 우려한 조항"이라며 "권력자나 재력가들이 불편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악의적 허위보도’로 몰아붙이는 봉쇄·보복성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 실제 언론 취재 대상의 90%가 공적 인물·기업인데, 언론의 권력 감시·비리 고발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만약 윤석열 정부 때 이 제도가 있었다면, '김건희 의혹' 보도는 어려움에 처했을 것"이라며 "그 당시 단서나 의혹 보도에 악의가 있다고 봉쇄 소송을 걸면 언론의 취재·보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김건희가 ‘허위 경력’ 의혹을 취재하는 YTN 기자에게 복수 운운하는 걸 목도하지 않았는가"라고 했다. 

지난 1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종면 민주당 의원이 김건희 씨 관련 녹취를 공개하고 있다 (국회방송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가짜뉴스 근절’이 ‘언론자유’ 위축으로 이어져선 안 돼>에서 "가장 큰 논란은 '악의'를 어떻게 입증할 것이냐"라며 "고발성 취재의 경우 불리한 보도를 회피하기 위해 언론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의견을 확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악의적 보도'라고 단정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한겨레는 "권력자의 ‘입틀막 소송’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전략적 봉쇄소송'을 방지하기 위한 특칙에 대해 "언론계에서는 소송 남발과 이로 인한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위축을 우려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최근 돈벌이를 위해 일부러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경우가 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중국 간첩 99명 검거’ 등의 허위보도를 일삼던 ‘스카이데일리’ 등이 대표적"이라며 "하지만 가짜뉴스를 막겠다는 정책 목표가 아무리 옳더라도 언론 보도에 대한 규제는 결과적으로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막는 양면성을 지닐 수밖에 없어 세밀하게 다뤄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민주당이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겠다는 일정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며 "언론의 자유와 건전한 공론장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여론의 지지를 받은 검찰청 해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민주당 '언론개혁'안,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된다>에서 "사회분열 심화와 국민 기본권 침해 등 허위조작정보의 폐해가 날로 커지는 만큼, 피해자 보호·구제를 위해 최소한의 제재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민주당 안은 배상 기준과 구제 대상이 모호하다. 언론 탄압과 여론 검열에 악용할 소지가 상당하다는 얘기"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주관적인 ‘악의’를 법으로 판단하겠다는 것부터 위험한 발상이다.(중략)'악의 없음'을 소송을 당한 쪽이 입증해야 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대국민 창피를 감당하면서 소송을 걸고 보자는 정치인이 있겠느냐'는 민주당 해명에 대해 "허술하다"며 "법원이 소송을 각하할 수 있게 하는 특별규칙을 뒀지만, 작금의 사법부 압박을 보면 법원이 권력 눈치를 보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여권 일부 인사들은 기성언론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민주당 안이 신뢰받지 못하는 것은 '언론 손보기' '비판 여론 입틀막'용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라며 "입법 시한보다 중요한 것은 입법 자체가 사회적 신뢰 속에 이뤄지는지 여부"라고 했다. 

언론현업단체들이 지난달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 속도전 반대한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세계일보는 사설 <‘재갈법’ 우려되는 언론개혁안, 독소 조항 제거해야>에서 "허위조작정보를 막자는 취지는 동감하지만 ‘충분한 조치’나 법원의 문서 제출 명령 규정은 적용 여하에 따라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특히 취재원 보호 원칙이 무너지면 권력이나 기업의 비리를 폭로하거나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내부 고발자나 익명 제보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 법원이 범죄 혐의 입증 등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기자에게 취재원을 공개하도록 강요해선 안 된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권력 비판 위축시킬 與 언론개혁안, 이대로 강행 안 된다>에서 "악성 루머와 조작 영상,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선동 등 허위조작정보가 초래하는 사회적 혼란과 분열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중략)이런 현실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는 인식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며 "문제는 이 법안이 자칫 언론의 핵심 기능인 권력 감시와 비판 역할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중략)허위조작정보 근절의 대의와 언론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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