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해제, AI 플랫폼의 대중화 신호탄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2025-10-22     김홍열 덕성여대 겸임교수/정보사회학 박사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오픈AI가 올 연말부터 성인 인증만 받으면 챗GPT에서 이른바 ‘19금’ 콘텐츠를 허용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샘 올트먼 CEO는 지난 14일 SNS 게시물을 통해 “인증된 성인은 에로틱한 대화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비판에 대해 “우리는 도덕 경찰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성인 콘텐츠 이용 여부는 개인의 선택과 책임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지금까지 거대 AI 기업들은 윤리와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성적 콘텐츠를 가급적 차단해왔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단순히 서비스 추가 차원이 아니라, AI 기업의 정체성과 전략 방향을 바꾸는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10월 16일 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이런 전조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일론 머스크가 만든 xAI의 챗봇 ‘그록(Grok)’은 특정 모드에서 아바타가 성적 역할극을 수행하는 기능이 공개되면서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처럼 AI가 성적 콘텐츠와 결합하는 시도는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라, 이미 다양한 기업들이 탐색해 온 실험적 영역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기술 실험이 아니라 명백히 시장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이용자의 시선을 끌고, AI 서비스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며, 확산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성인 콘텐츠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많지 않다. AI와 성적 콘텐츠의 결합은 ‘도덕의 문제’라기보다 ‘시장 전략의 문제’라는 점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AI 기업들이 성인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우는 배경에는 뚜렷한 계산이 깔려 있다. AI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려면 기술의 고도화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수많은 일반 이용자가 일상에서 쉽게 접근하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강력한 동인이 필요하다. 과거 미디어와 인터넷이 그러했듯, 성인 콘텐츠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오픈AI가 성인 인증을 전제로 한 서비스를 개방한 것은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이용자 확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시장 확대와 규제의 균형점을 찾는 이 방식은, AI가 도구의 영역을 넘어 사회 플랫폼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인공지능 AI (연합뉴스)

역사를 돌아보면 성인 콘텐츠는 언제나 새로운 미디어의 대중화를 촉발하는 강력한 엔진이었다. 20세기 중반 상업영화 산업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도 성인물이 시장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확산된 1990년대에도 성인 사이트와 콘텐츠는 초기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스트리밍 기술, 결제 시스템, 영상 압축 등 핵심 기술이 대중화된 것도 성인 산업과의 결합이 큰 동력이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면, 오픈AI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파격적인 실험이 아니라, 이미 역사적으로 검증된 대중화 전략의 반복이라고 할 수 있다. AI는 지금 과거 미디어들이 걸어온 길을 다시 걷고 있는 셈이다.

성인 콘텐츠의 등장은 대중이 AI를 바라보는 관점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AI는 보고서 작성과 같은 업무 자동화, 특정 용도에 맞는 이미지 제작과 번역, 코딩 등 실용적 기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성인 콘텐츠가 접목되면 AI는 더 이상 도구에 머물지 않고 개인의 욕망, 감정, 취향과 긴밀히 연결된 친밀한 개인화 플랫폼으로 전환된다. AI는 더 이상 추상적인 기술이 아니라 감각과 경험을 매개하는 일상의 파트너로 인식되기 시작할 것이다. 이는 AI가 특정 계층의 실용적 도구에서 대중적으로 활용되는 플랫폼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10월 16일 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물론 AI 성인 콘텐츠는 기존의 포르노 산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전통적인 포르노물이 불특정 다수의 성인을 대상으로 제작된 공급자 중심의 상품이라면, AI 성인 콘텐츠는 이용자 개개인의 취향과 요구에 따라 즉석에서 생성되는 수요자 중심의 개인화 콘텐츠다. 온라인을 통해 전달되는 개인 맞춤형 성인물이 최초로 나온 것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전통적 방식의 규제나 검열로 통제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AI는 폐쇄적 네트워크나 개인 기기 안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국가의 시선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인다. 규제가 기술 확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전형적인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변화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윤리적 기준, 젠더 정치, 이용자 보호, 기술 남용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새로운 사회적 갈등을 불러올 것이다. 동시에 오픈AI를 비롯한 AI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사회적 감시와 책임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압력에도 불구하고 성인 콘텐츠는 AI 대중화의 가장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AI 19금’의 개방은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니라, AI 대중화 시대를 본격적으로 여는 역사적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도구에서 머물렀던 인공지능이 이제 개인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플랫폼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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