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정관 개정에 방송법 '편성위' '임명동의제' 제외
KBS이사회, 개정 방송법 반영한 '정관 개정안' 의결 경영진 "방송법의 '정관 기재' 사항 명시…법 충실한 것"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가 개정 방송법에 따라 ‘이사회 정원 확대·이사 추천 단체 다양화’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 구성·운영’ 등을 정관에 추가했다. 그러나 내부 자율성 강화 제도인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사측·종사자 대표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가 포함되지 않았다. 일단 "법 과잉 해석"이라는 경영진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다.
KBS 경영진은 15일 이사회에서 ‘정관 개정안’에 대해 보고했다. 개정된 정관 내용은 ▲이사 수 11명에서 15명으로 증원 ▲이사 추천 주체 국회 교섭단체(6명)·시청자위원회(2명)·임직원(3명)·방송미디어 관련 학회(2명)·변호사 단체(2명) 등으로 변경 ▲이사회 연임 한 차례로 제한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 구성·운영 ▲이사회 사장 임명 제청은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자에 대한 재적 이사 5분의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는 전체 인구의 성·연령·지역별 분포를 대표하는 100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 ▲사장 등 연임 한 차례로 제한 등이다.
여권 성향의 소수 이사들은 ‘편성위원회’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등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권 성향 정재권 이사는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편성위 구성이 개정방송법의 상당히 큰 변화인데, 정관에 반영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민필규 전략기획실장은 “방송법 45조가 정관 기재 사항”이라면서 “주요한 내용이라고 하지만, (방송법에)편성위와 임명동의제 등을 (정관에)넣어야 한다는 것이 빠져 있다. 넣으라고 돼 있지 않은 것을 억지로 넣는 것은 법을 과잉 해석하는 것 같아, 법의 정신에 충실해서 정관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법 45조는 ‘KBS 조직과 이사장·이사·집행기관 및 직원에 관한 사항’ ‘이사회 운영에 관한 사항’ ‘업무와 집행에 관한 사항’ 등을 “정관에 기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정 방송법은 사측, 종사자 대표 동수의 편성위 설치를 의무화하고, 미구성 시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규칙으로 편성위 종사자 대표 자격 요건을 정하도록 했다. ‘보도책임자 임명 시 해당 분야 종사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임명동의제도 명문화됐다. KBS 단협 사항이었던 이들 제도는 박민·박장범 사장 체제를 거치며 무력화됐다.
정재권 이사는 “정관에 기재돼야 할 항목이 법에 적시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영방송으로서 제도 변화에 충실하게 대응하고, 방송법 개정 취지를 반영한다면 이러한 내용을 정관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추후 정관 개정안이 다시 안건으로 제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영진이)말했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여권 성향 이상요 이사는 “이전 방송법은 선언적 의미가 강했다면, 개정 방송법은 구속력이 있는 항목을 구체적으로 나열해 놨다”며 “편성위를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하는지도 구체화했는데 이런 내용을 (정관에서) 배제하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적어도 법에서 구속력이 있게 명문화된 (조항에) 대해서는 정관에도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요 이사는 “일단 시행령이나 (방미통위)규칙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추후 정관에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야권 성향 이인철 이사는 개정 방송법을 문제 삼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인철 이사는 야권 성향 이사 6인이 개정 방송법 부칙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건의 청구인 대리인을 맡고 있다. 이인철 이사는 “KBS 심의, 의결권이 이사회에 있는데 별도의 사추위를 두는 것은 이사들의 심의 의결권과 충돌되는 게 아닌가 그런 논란이 개정 과정에 있어 왔다”며 “개인적으로 법령상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관 개정안은 재석 이사 10인 중 여권 성향 이사 4인과 야권 성향 서기석 이사장·허엽 이사가 찬성하면서 통과됐다. 나머지 야권 이사들은 기권표를 던졌다. 현재 KBS 이사회는 여·야 4대 7 구조다.
한편 야권 이사 6인은 지난달 개정 방송법 부칙 제2조1항과 2항에 대해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방송법 부칙이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수행의 자유와 방송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해당 부칙은 3개월 이내에 이사회를 개정규정에 다라 구성해야 하고, 현 이사회는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는 내용이다.
박장범 사장과 김우성 부사장도 방송법 부칙 2조 3항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방송법 부칙 2조 3항은 '사장, 부사장 및 감사는 이 법의 개정 규정에 따른 후임자가 선임 또는 임명될 때까지 그 직무를 수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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