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쏟은 현직 검사 "쿠팡 사건 외압 있었다...검찰 잘못"

"퇴직금 200만 원 신속히 받기를..." 울먹이며 증언

2025-10-16     박대형 기자

[미디어스=박대형 기자] 현직 부장검사가 쿠팡 일용직 퇴직금 체불 사건과 관련해 윗선의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인천지검 부천지청에서 수사를 담당했던 문지석 부장검사는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검찰 지휘부가 핵심 증거를 누락해 사건이 불기소 처분됐다고 증언했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은 지난 1월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은 지난 4월 무협의·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SBS는 지난달 김주영 의원으로부터 문 검사의 대검찰청 진정서를 확보해 '상급자인 엄희준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차장검사가 쿠팡에 무혐의 처분을 하라고 압력을 줬다'고 보도했다.

CFS는 2023년 5월 취업규칙을 개정해 일용직 퇴직금 지급 기준을 변경했다. 1년 이상 근무하더라도 4주 평균 주당 15시간 미만 일한 기간이 한 주라도 발생하면 근속 기간을 초기화하도록 하는 이른바 '리셋 규정'을 도입했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기후에너지환경고용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 문지석 검사가 쿠팡cfs 관련 질의에 답변하던 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 검사는 쿠팡 사건에 대한 검찰 불기소 처분에 동의했냐는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동의하지 않았다"면서 "무혐의 수사 가이드라인이 전달됐고 이에 따라 핵심 압수수색 결과가 누락된 상태로 대검에 보고돼 최종 불기소 처분됐다"고 설명했다.

문 검사는 "쿠팡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퇴직금을 못 받은 상황이 된 것"이라며 "사건이 신속하게 회복돼서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이 200만 원 정도밖에 안 되는 퇴직금이라도 신속하게 받게 됐으면 좋겠다.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했던 공무원들이 있다면 저 포함해서 모든 사람이 그 잘못에 상응하는 처분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 검사는 발언하는 내내 목소리를 떨었고 울먹이며 목이 메는 모습을 보였다.

문 검사는 엄 지청장이 올해 2월 새로 부임한 주임 검사를 불러 무혐의 가이드라인을 줬다면서 "당시 엄 지청장은 사건 기록을 하나도 안 본 상태인데 수사 검사를 직접 불러 처리를 지시하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라고 했다.

문 검사는 쿠팡의 취업규칙 변경이 불법이므로 기소해야 한다고 판단, 기소 의견을 김 차장검사에게 보고했으나 '무혐의가 명백한 사건이고 다른 청에서도 다 무혐의로 한다', '괜히 힘 빼지 마라' 등의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문 검사는 "대검에 반드시 보고해야 한다고 생각한 자료에는 '일용직 사원에게 연차·퇴직금·근로기간 단절 개념을 별도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으며 이의 제기 시 개별 대응하라'는 쿠팡 내부 지침이 포함돼 있었다"며 "쿠팡의 고의를 입증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판단했는데 왜 보고서에서 누락했냐고 계속 주장했다"고 말했다.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이사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기후에너지환경고용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16일 SNS에 "외압을 행사한 윗선 검사들을 엄히 수사하고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진실을 말한 문 검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이러니 검찰개혁을 하자는 것"이라고 썼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200만 원은 검사들의 하룻밤 유흥비도 안 되겠지만 누군가에겐 생명의 끈일 수 있는 돈"이라며 "검사들이 꼭꼭 숨길 수밖에 없었던 내면 속 정의감이 발현되는 출발점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자본 권력과 법조카르텔을 형성하고 수사권과 공소권을 오남용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쿠팡 퇴직금 미지급 사건 불기소 결정 과정은 입으로는 민생을 내세우지만 자본 권력을 위해 권력을 오남용하고 민생을 외면해 온 검찰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다. 철저한 수사로 관련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 정종철 CFS 대표는 "원래 저희 의도는 퇴직금 지급기준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였는데 많은 오해와 혼선이 발생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일용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원복하는 것으로 의사결정을 했다. 이른 시일 내에 그 부분 절차를 진행하고 피해가 없도록 제반 사항을 협의하겠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