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석 뒤덮은 '냉부해' 공방에 "애들 싸움 같다"

'잃어버린 48시간' 주장하는 국힘에 "국가적 비극인 세월호 참사에 빗대는 게 말이 되나" '명백한 허위사실' 주장하는 여권에는 "긁어 부스럼…야당 비판 수용하고 사실 밝혔으면 될 일"

2025-10-10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여야가 추석연휴 기간 내내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두고 공방을 벌이는 모습이 '애들 싸움' 같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잃어버린 48시간', '명백한 허위사실' 등 감정을 앞세운 정치권의 말 싸움에 국민만 민망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여야의 공방은 명예훼손 고소·고발전으로 비화했다.

올해 추석 밥상에 오른 최대 화두로 이 대통령 부부의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출연을 꼽을 수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8일 사전 녹화된 방송분을 두고 촬영 시점이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 시점과 겹친다며 이 대통령의 재난 대응을 문제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입장이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 10월 6일 방송화면 (JTBC Entertainment 유튜브 채널)

10일 한국일보는 사설 <여야의 대통령 추석 예능 출연 공방, 낯 뜨겁다>에서 "여야가 추석 연휴 내내 정치 공방을 그칠 줄 모른다. 감정적 대응이 앞선, 말 그대로 '애들 싸움' 같은 소모적 정치공세"라며 "지켜보는 국민만 낯 뜨겁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야당이 이 대통령 부부의 예능 출연을 '잃어버린 48시간'이라며 '세월호 참사' 당시 논란이 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잃어버린 7시간'에 빗대 공격한 것은 지나치다"며 "국정자원 화재로 정부 전산 시스템이 마비된 것은 국가적인 대형 사고이지만, 이를 수백 명의 생명이 희생된 국가적 비극인 세월호 참사와 연결시키는 게 말이 되는가. 국민적 상처이자 국가적 트라우마를 정쟁 소재로 끌어들이는 건 품격 있는 비판이라 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물론 대통령실과 여당 책임 또한 작지 않다"며 "대통령실은 야당의 문제 제기 직후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방송 녹화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듯한 입장을 내놨다. 이튿날 야당 요구대로 지난달 26일 국정자원 화재 발생 이후 이 대통령 일정을 공개했지만, '거짓 해명' 논란만 키웠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야당 비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관련 사실을 밝혔으면 될 일을 긁어 부스럼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 대통령은 가장 한국적 식재료인 시래기를 주제로 한 방송에서 'K푸드를 세계에 알리고 수에 도움이 되고자 출연했다'고 한다. K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어느 때보다 큰 지금, 우리 음식 문화를 알리는 일은 민생과 경제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정치권은 이를 정쟁 소재로 삼을 게 아니라 민생경제를 위한 건설적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일"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왼쪽)과 장동혁 대표 (사진=연합뉴스)

지난 3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SNS에 "국정자원 화재로 국민 피해가 속출할 때, 대통령은 무려 2일간 회의 주재도, 현장 방문도 없이 침묵했다"며 "잃어버린 48시간이다.(중략)이틀 동안 대통령은 도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나"라고 썼다. 이에 같은 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내어 "주진우 의원의 페이스북 메시지에 강한 유감을 전한다.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화재가 발생한 9월 26일 저녁 8시 20분경 대통령은 유엔 총회 참석 후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 있었다 ▲9월 27일 오전 9시 39분경 이규연 홍보수석은 대통령이 재난 위기대응 메뉴얼에 따라 국가위기관리센터장과 국무위원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밤새 상황을 점검했다는 내용을 출입기자단에 공지했다 ▲9월 28일 오전 10시 50분 대통령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관련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열었다 ▲같은 날 저녁 5시 30분 대통령은 관계부처 장관·시도지사와 대면·화상회의를 주재했다고 반박했다. 

주진우 의원은 다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한민국 시스템이 22시간이나 불타고 있는데 대통령은 딱 두 가지 했다고 한다"며 "이것이 '잃어버린 48시간'이 아니고 무엇인가?(중략)언제 촬영했는지 국민 앞에 떳떳이 밝혀야 한다"고 했다.

지난 4일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지난달 28일 오후 이 대통령이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녹화를 했다고 밝혔다. 오전 비상대책회의, 오후 중대본 회의 사이에 녹화를 마쳤다는 설명이다. 5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SNS에 "이 대통령의 '48시간 행적' 결국 거짓말이었다"고 썼다.

민주당은 주진우 의원과 장동혁 대표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주진우 의원은 강유정 대변인과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왼쪽),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 (사진=연합뉴스)

여야 일각에서는 자신의 진영이 잘못 대처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실에서 솔직하게 잘 대응을 했었으면 좋았는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면서 "그렇지만 이 대통령이 하지 못할 일을 한 건 아니지 않나. 대통령실에서 설사 초기 대응이 미숙했다 하더라도 K푸드 세계에 선전하려고 한 것 가지고 문제가 그렇게 되느냐, 이건 너무 심하다는 (국민)반응"이라고 했다. 

같은 날 우재준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추석이라는 분위기에 아주 어울리지 않는 그런 예능은 아니었다고 생각을 한다. 또 국민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일정 부분 도움도 될 수 있었다 생각한다"면서 "지금이라도 대통령께서 '미리 예정도 다 돼 있었고 해서 예능 촬영을 했는데 생각해보니 조금 문제가 있었다. 죄송하다' 이렇게 나오는 게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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