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밥상과 ‘이재명 독재’ 프레임

[김민하 칼럼]

2025-10-03     김민하 저술가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명절 밥상’ 효과는 옛말이라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이다. 명절 전까지 어떤 정국을 조성했느냐에 따라 명절 이후가 달라진다는 것은 여의도 정치에서는 실제로 그렇든 아니든 상식처럼 통용된다. 따라서 주요 정치 세력은 명절을 염두에 두고 바삐 움직인다.

연휴가 사실상 시작된 3일 신문 1면은 코스피가 3500선을 뚫었다는 소식으로 장식돼 있다. 더불어 물가 부담과 부동산 급등 관련 뉴스도 눈에 띈다. 다른 정치적 프레임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면 명절 밥상의 관점에서 효과는 어땠을까? 물가 부담이나 부동산 급등과 같은 부정적 신호를 주가지수에서의 성과로 눌렀을 것이다.

코스피가 사상 처음 3,500선을 돌파하며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인 3,549.21로 마감한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그러나 최근 정세를 그렇게 볼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만은 않다. 대통령실이 민생 및 경제로 방향을 잡아가려는 제스추어를 취했더라도 지방선거 대비에 여념이 없는 여당 내 주요 인사들의 방향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최근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가 ‘맹탕’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막을 내린 게 대표적이다. 최소한 사법개혁의 제도적 이슈와 이에 대한 사법부의 태도를 둘러싼 논쟁이 진행되는 구도였다면 그나마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4인 회동설’로 시작된 이 논란은 오히려 야당에 공격의 빌미만 주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튀어버린 상태다.

야당에 준 ‘빌미’라는 것은 이런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합리적으로는 구성하기 어려운 논리로 이재명 정권과 여당을 공격하고 있다. ‘집권세력의 대법원장 공격은 사법부 장악 의도가 실린 것인데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퇴임 후 재판을 겨냥한 것이다. 집권세력은 또한 특검을 통해 야당을 말살하려 하고 있다. 이는 독재 시도이며 나치나 할 법한 일이다. 그런데 마침 이재명 정권은 북한과 중국에 온정적이거나 굴종적이다. 독재적 성향을 가진 정치세력끼리 통하는 바가 있는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관세협상에서 진도를 진척시키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최근 국민의힘 관련 인사들이 내놓는 주장은 거의 예외없이 이러한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재명 독재’라고 할 수 있는 이 담론은 문재인 정권 시절의 ‘중국-북한-586-운동권’ 담론과 연결되는 ‘문재인 독재’ 프레임과 이어지는 ‘문재인 정권 시즌 2’라는 주장으로도 표출되고 있다.

9월 28일 서울 시청역 인근 세종대로에서 열린 국민의힘 사법파괴 입법독재 국민 규탄대회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과 보수세력이 노리는 것은 이러한 흐름을 지방선거에서 ‘이재명 심판론’으로 종합하려는 것이다. 아무래도 정권 초반에 치러지는 선거이다 보니 내년 지방선거는 집권세력 입장에서 ‘지자체장 심판론’에 초점이 맞출 가능성이 큰데, 이를 정권에 악재일 수 있는 여러 요소를 모아 정권심판론으로 끼워 맞춰 판을 뒤집어 보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물론 이런 구상이 완전한 성공을 거두리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애초에 쉬워 보이지 않는 일부 지자체장 선거 구도는 문제다. 서울, 부산과 같은 지자체에서 수성에 성공한다면 국민의힘은 그것만으로도 ‘어려운 환경에서 독재자를 상대로 잘 싸웠다’는 서사로 ‘사실상 승리’를 선언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독재 대 민주’ 구도를 이 정권의 말기까지 이어가기 위한 여러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그러한 시도가 소용이 없지 않는다는 것을 문재인 정권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이 자기들끼리 통하는 말로 억지를 쓴다면 말릴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러한 구도를 중도에 가까운 지지층에까지 확장해 갈 수 있는 단서를 조금이라도 잡는 듯 보인다면 집권세력으로서는 이를 조기에 차단하는 기동을 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상대하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추미애 의원을 비롯한 ‘강경파’들이 포진해 있는 국회 법사위의 여당 의원들이 최근까지 주도한 이슈가 보수세력의 ‘독재 대 민주’ 서사 구현의 동력이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점은 최근 김영진 의원 등도 잘 지적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월 29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2.0'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추가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 또다른 편향이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는 ‘이익투표’의 논리가 강하게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선거 전문가들은 개발공약에서 승패가 난다고 생각하게 된다. 오세훈 시장이 한강벨트 공급론을 얘기하는 것은 이런 이유다.

우려되는 것은 이와 함께 국방부가 고도제한 완화를 결정했다는 점이다. 언론은 성남·용인·김포 등 경기도 일부 지역의 재개발 재건축 수혜를 전망하고 있다. 지방선거용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일부 언론은 공급이 강화된다는 논리로 장기적으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단기적으로 수요를 자극해 오히려 ‘문재인 정권 시즌 2’라는 프레임만 강화하는 결과가 되는 게 아닌가?

예를 들어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 유권자들은 이를 오세훈 시장의 책임으로 인식할까, 아니면 ‘문재인 정권 시즌 2’의 문제라고 생각할까? 그런 점에서 보면 함정은 ‘강경파’와 ‘현실주의자’ 양쪽 모두에 존재할 수 있는 셈이다. 지방선거 승리와 안정적 정권 운영을 위해서는 여기저기서 도사리고 있는 함정을 피해 신중하게 발을 옮겨야 할 때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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