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부트 대한민국’ 출발점은 비상계엄의 밤”

[이영광의 ‘언론을 묻는다’] 민경남 SBS '김태현의 정치쇼' PD

2025-10-07     이영광 객원기자

[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9월 <리부트 대한민국-파국에서 도약으로,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한 11가지 제언>이 출간되었다. <리부트 대한민국>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가 기획한 ‘대선특집 리부트 2025’ 시리즈를 토대로, 정치·경제·외교·교육 등 핵심 분야의 최고 권위자 11인의 인터뷰를 집약한 집단 지성의 기록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난한 과정을 거쳐 대통령이 파면되고 새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 곳곳엔 계엄이 드러낸 균열과 상흔이 남아 있다. <리부트 대한민국>은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묻고 재시작의 전략과 로드맵을 입체적으로 제시한다. <리부트 대한민국> 출간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9월 24일 서울 오목교역 근처에서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를 연출하는 민경남 PD와 만났다. 다음은 민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리부트 대한민국』 출간한 민경남 SBS PD (사진=이영광 기자)

<리부트 대한민국> 출간 2주가 지났는데 반응이 어떤가요?

“책을 읽어보신 분들에게는 꽤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박원호 서울대 교수님 인터뷰로 시작해서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님까지 다들 이름 들으면 알 만한 전문가들 인터뷰로 구성돼 있거든요. 그래서 ‘이분들을 어떻게 다 모았냐’는 반응이 많고, ‘각 주제를 어떻게 그렇게 준비를 잘했냐’는 평가도 많이 해 주세요. 국회의원분들 가운데 저희 책 읽어보고 정책적으로 참고할 만한 부분이 많다고 이야기해 주신 분도 있습니다.”

책 출간은 처음인데 느낌이 어때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10년 가까이 해왔고 이런 특별 기획을 많이 시도해 봤는데, 책으로 출간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선배들이 기획을 책으로 만들어내는 걸 보면서 저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직접 책을 내게 되니 의미가 남다른 것 같아요.

특히 데일리 라디오는 방송 끝나고 나면 허공으로 날아가고 사라지는 느낌이 들곤 하거든요. 그런데 책으로 묶어놓으니까 우리가 이렇게나 많은, 뛰어난 분들과 참 대단한 이야기를 나눴다는 것이 체감되더라고요. 또 사람들에게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한 덩어리의 책으로 보여드릴 수 있어서 신기하기도 합니다.”

<리부트 대한민국>은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대선특집으로 진행한 전문가 대담 시리즈가 바탕이 됐는데, 어떻게 기획한 건가요?

“이 기획의 출발점은 12월 3일 비상계엄 날 밤, 그 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날 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이거 미친 거 아니야?’란 말을 많이 했죠. 다행히 계엄은 그날 밤에 바로 해제됐지만 ‘이거 미친 거 아니야’라는 질문은 계속 남아 있었어요. 그리고 그 질문이 ‘도대체 어쩌다 우리가 이런 일을 겪게 됐지?’ ‘계엄이 해제돼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될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저희 <정치쇼> 팀은 이런 질문을 가지고 데일리 방송 만들면서 계속 기획회의를 진행했어요. 언론 보도와 칼럼, 사회과학 서적 등 다양한 자료를 보면서 주제를 잡고 섭외 명단을 준비하고 있었고요. 그리고 4월 탄핵과 동시에 6월 3일 조기 대선 날짜가 정해졌잖아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섭외 들어가서 5월부터 인터뷰를 시작해 8월 정도에 마무리했고, 9월에 책이 출간된 겁니다.”

『리부트 대한민국』 표지 이미지

프롤로그에 2024년 12월 3일 밤 이야기를 쓰셨어요. 아마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은 그날 밤을 잊지 못할 겁니다. PD님도 계엄을 경험한 세대가 아니라서 충격이 컸을 것 같은데.

“그렇죠. 저 역시 계엄을 겪어본 적이 없었고, 그날은 진짜 패닉이었죠. 데일리 출근길 시사 프로그램 제작하는 사람들은 평소에도 하루하루 매우 바쁘게 살아요. 원래 준비된 12월 4일 방송은 명태균 씨 구속기소, 그리고 감사원장‧중앙지검장 탄핵 표결 관련 이슈였거든요. 이 자체도 매우 시끄럽긴 했지만, 저희로선 늘 만드는 방송이고 수위이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이라고 할 수 있었어요.

12월 3일 밤, 다음 날 방송 준비를 마무리 지어 놓고 핸드폰은 무음으로 해놓고 거실에 둔 채로 방에 들어가 아이들을 재우고 나오니 10시 반이 조금 넘었더라고요. 근데 핸드폰 보니까 단톡방이며 부재중 전화가 폭발해 있는 거죠. 확인하는 도중에 김태현 변호사한테 전화가 왔어요. ‘민 PD 뭐 해? 왜 전화를 안 받아, 계엄 났대!’라고요. 제가 남들보다 10분 늦게 계엄 소식을 알게 된 거죠.”

부제가 ‘한국 사회 대전환을 위한 11가지 제언’이에요. 지금 한국 사회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지난해 비상계엄은 대한민국이란 공동체의 존립이 위협받고 민주주의의 근간이 흔들린, 근본적 파국 사태였다고 생각합니다. IMF 외환위기나 코로나19 사태와 비교되는데요. IMF 때는 기업이 무너지고 시민의 생계가 무너지는 ‘경제적 파국’이었고, 코로나19 때는 직접 생존을 위협받기도 했지만 사회적 관계 단절로 인한 피해가 컸던 ‘사회적 파국’이었죠.

이번 비상계엄 사태는 민주주의 제도가 스스로를 위협하고, 민주주의 스스로가 작동을 멈출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정치적 파국’이에요. 국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이 군경을 동원해 또 다른 선출 권력인 입법부를 침탈하고 국민들의 자유를 제한하려고 한 사건이잖아요.

이 파국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나아가 보다 나은 삶, 한 단계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전환과 도약이 가능할까에 대한 질문이 탄핵 이후 대선 과정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대선은 우리 사회에 쌓여있는 과제들이 분출되고, 그 과제를 새로운 공약과 정책으로 만들어내는 시기잖아요. 그래서 데일리 방송 통해 이런 과제들을 깊이 있게 다루고, 또 참신한 정책적 아이디어를 던지는 인터뷰를 진행했고, 그걸 다시 묶어서 책으로 낸 거죠.”

정치, 경제, 외교, AI, 의료, 교육, 기후, 인구, 지방 소멸, 심리 등 10가지 분야의 11명 전문가 인터뷰를 진행했죠. 어떤 분야를 다룰지도 고민이었을 것 같은데.

“당연히 정치, 경제, 외교, 사회, 교육 등 주요 영역들을 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리고 사법·검찰·언론개혁 같은 경우는 중요하지만, 정치권과 언론에서 매일 다루고 있는 주제로 저희 특집에서는 제외하게 됐어요. 또 대선 국면에서 주요 후보들의 주요 정책 선정과정에 조금 더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줄 수 있는 주제는 담아냈습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만 기존 언론에서는 많이 이야기되지 않는 주제, 참신하면서도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것들 위주로 골라 나갔어요.”

SBS 시사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대선특집 리부트2025 이한주 민주연구원 원장 (전 국정기획위 위원장)] 편

책에 담지 못해서 아쉬운 주제가 있나요?

“사실 더 다뤄볼 만한 주제는 많죠. 예를 들어 한반도 문제 같은 전통적인 주제, 미래 금융의 문제와 관련된 암호화폐나 스테이블코인 같은 아이템들, 국제 문제에서도 인도·남미·아프리카 등 새롭게 개척해야 할 영역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특집 기획을 해보면 시간상 다 다룰 수 없는 측면이 있거든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뤄볼 수 있겠죠.”

교육 파트가 두 개던데 왜 그런가요?

“사실 정치, 사회, 교육 이런 식으로 카테고리를 나누다 보니 두 개 인터뷰가 교육으로 묶여 있는데, 사실 하나의 파트지만 내용이 달라요.

조병영 교수님과 진행한 문해력과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인터뷰는, 넓게 말해 교육이지만 좁혀 말하자면 시민교육 혹은 정치교육 차원의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사회의 교육 방식 자체에 대한 문제, 엘리트층마저도 가짜뉴스에 취약하거나 심지어 가짜뉴스를 주도하는 그런 상황에 대한 문제를 짚고 여기에 문해력을 갖추는 방법을 이야기했고요.

김현철 교수와의 인터뷰는 대학 제도에 대한 것, 당시 이재명 대선후보 측에서 공약으로 내세웠던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새로운 대학 모델의 대안 제시, 그리고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제안 등이 담겨 있습니다.”

전문가들 섭외는 어땠나요? 분야별로 전문가가 많은데 어떤 분을 모시는지가 중요하잖아요.

“그렇죠. 같은 주제라도 누구를 모시느냐에 따라서 입장과 내용이 달라지니까요.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가며 섭외한 측면이 있어요. 또 비교적 관심이 떨어질 수 있는 주제를 다루다 보니, 사람들이 친숙하게 느끼고 관심을 가질 수 있고, 또 더 쉽고 재미있게 말씀해 주실 수 있는 분들 위주로 섭외했어요.”

섭외하고 싶었는데 안 된 분이 있나요?

“그럼요. 대선 기간에 발언하는 게 불편하다 하셔서 거절하신 분들도 있고, 일정이 안 되는 분들도 있었죠. 이런 일은 데일리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일상다반사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그런데 저희가 방송으로는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책에 싣지 못한 인터뷰도 있었어요. 특히 저희가 공들여서 섭외했던 분이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었는데요. 어렵게 섭외해서 국정기획위 일정을 마무리하고 인터뷰를 했는데, 책 출간 일정 때문에 정작 책에는 못 실었어요. 기본사회 아이디어에 대한 부분인데, 이 인터뷰는 <정치쇼> 기사나 유튜브를 찾아보셔도 좋겠습니다.”

SBS 시사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대선특집 리부트2025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 교수] 편

특히 기억에 남는 인터뷰는?

“당연히 모든 인터뷰가 기억에 남고요. 사실 저는 비슷한 질문을 받으면, 첫 번째 인터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답합니다. 왜냐하면 정치 분야로 계엄 자체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뤘거든요.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의 박원호 교수 인터뷰였는데 정치학자의 시선에서 본 계엄 사태와 한국 정치를 다룬 파트이고, 사실상 이번 책의 서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인터뷰가 저희가 처음에 던졌던 질문에 가장 직접적으로 해당되는, 우리 정치가 왜 이렇게 됐을까를 분석해 낸 인터뷰였거든요. 그래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김태현 변호사의 진행은 어땠나요? 질문지는 사전에 준비되겠지만 인터뷰어도 순발력 있게 이끌어야 하잖아요.

“데일리 시사 프로그램 만들다 보면 진행자가 생방송 통해서 처리해야 하는 정보량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복잡한 현안, 법적인 디테일들, 특히나 지난 대선 기간에는 계엄과 관련한 수많은 법적다툼과 사실관계 업데이트가 매일 일어나는 상황이다 보니 처리해야 할 정보량이 너무 많은 상황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김태현 변호사가 새로운 주제에 대해 인터뷰를 잘해줬다고 생각합니다.

김태현 변호사는 다른 현안을 인터뷰하면서 머릿속이 복잡할 텐데 질문지며 자료를 열심히 공부해 가면서 순발력 좋게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진행자부터 제작진 전체가 팀워크가 잘 맞아서 기획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SBS 시사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진행자 김태현 변호사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인기 코너 중 하나가 유튜브로만 나가는 ‘본방불가’잖아요. 반응이 뜨거운 것 같던데?

“유튜브 콘텐츠 ‘본방불가’ 같은 경우는 라디오 제작진이 만들지만 ‘가장 유튜브적인 유튜브’를 만들자는 게 저희의 착안점이었어요. 라디오 본방송도 유튜브에 내고는 있지만, 정규 라디오에서 방송하려면 기본적으로 상당히 제약이 많거든요. 더 정제된 표현을 사용해야 하고, 직접 규제 받는 부분도 많고, 기본적으로 진지함이 요구돼요.

<정치쇼>는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중에 가장 유쾌한 톤으로 방송하고 있지만, 유튜브에서는 더 자유롭게 해야 성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목도 고민하다가 문득 이 네 글자가 좋겠다 해서 ‘본방불가’라고 지었죠. 본 방송에선 방송이 불가능한 이야기들을 많이 녹여내자는 거죠.

물론 본방송에서 방송이 불가능할 정도의 내용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긴 했는데요. 라디오 방송에서는 ‘차마 그래도 여기까지 들어가도 될까’ 하는 부분까지 성역 없이 다루고, 비판할 수 있게 해보자 해서 ‘본방불가’를 만들기 시작했고, 실제로 짧은 시간 안에 꽤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 같아요.”

요즘 지상파 라디오에서 저마다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고 있으니 차별화가 고민이었을 것 같아요.

“그렇죠. 라디오에서 유튜브로 이어지는 연장 방송으로서는 저희가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어요. 근데 저희는 방송 횟수를 주 1회로 한 시간 분량으로 집중하는 대신, 대중적으로 인기 많은 패널 4명을 한자리에 기용하는 투자를 했거든요. 지금 유사한 라디오 기반 유튜브 오리지널 중에는 저희가 동시접속자 수나 조회수가 가장 높은 편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택과 집중을 한 게 잘 먹혔던 것 같아요.

반대로 유튜브 문법에 충실하다는 건 또 그만큼 자극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측면이 있다는 거잖아요. 사실 그런 점에 대한 반성과 숙제의 차원에서 <리부트 대한민국> 같은 진지한 기획을 진행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매일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해 관심을 끌어모으되, 생각할 거리와 진지하게 토론해 볼 수 있는 거리도 저희가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시사 프로그램 PD라면 당연히 프로그램의 흥행이나 대중적인 소구력을 생각할 수밖에 없지만 반대로 ‘공익성’에 대한 측면도 등한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SBS 시사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유튜브 콘텐츠 ‘본방불가’ 섬네일 갈무리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단 저희 제작진에게 고맙다는 말을 꼭 남기고 싶어요. 진행자 김태현 변호사부터 작가 네 분 그리고 후배 PD 둘, 이렇게 같이 일하고 있는데 새벽부터 밤까지 매일 격무에 시달리고 있죠. 진짜 고생 많이 해요. 특히 비상계엄 이후 대선 때까지 온 언론이 비상에 걸려 있었잖아요. 더구나 저희는 새벽에 생방송을 하는 데일리 시사 라디오라 체력적으로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 제작진이 힘 모아서 ‘리부트 대한민국’ 기획을 책까지 만들어낼 수 있었다는 게 대단히 뿌듯합니다. 같이 고생해 준 저희 제작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이 자리를 빌려서 꼭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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