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특검 파견검사 '집단 반발'에 "공직기강 문란"

검찰 내부서 옹호글 이어져…'임은정 조롱글'도 경향신문 논설위원 "검찰의 유아적 떼쓰기…정신 못차려"

2025-10-02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한국일보가 김건희 특검팀 소속 파견 검사들이 ‘검찰청 폐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반발해 원대 복귀를 요구한 데 대해 “공직자로서 맡은 직무를 볼모로 삼은, 공직기강 문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건희 특검팀 파견검사 40명은 검찰청 폐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별검사에게 “원래 소속된 검찰청으로 복귀시켜달라”는 입장문을 전달했다. 이들은 “수사검사의 공소유지 원칙적 금지 지침 등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이와 모순되게 파견검사들이 직접수사·기소·공소유지가 결합된 특검 업무를 계속 담당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발 더 나아가 민중기 특검을 향해 “직접 언론 공보 등을 통해 그간의 특검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중대범죄 수사에 있어서 검사들의 역할, 검사의 직접수사·기소·공소유지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명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건희 씨와 관련한 각종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가 지난 7월 2일 2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마련된 사무실 앞에서 현판 제막을 한 뒤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김형근 특검보는 “진행 중인 수사가 한치의 흔들림 없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구성원의 뜻과 역량을 한군데 모아 잘 운영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 특위원장이 1일 김건희 특검팀 주요 관계자와 면담 뒤 “파견 검사들의 집단 성명은 불안과 우려를 표명하고 하소연하는 차원”이라고 수습했지만, 검찰 내부에서 파견 검사 지지한다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면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임은정 동부지검장을 특검에 파견하라’는 조롱성 글도 검찰 내부망에 올라왔다.

한국일보는 2일 사설 <원대 복귀 요청 김건희 특검 파견검사, 본분 충실해야>에서 김건희 특검 파견 검사의 공동 성명에 대해 “조직적 이해관계 관철을 위해 공직자로서 맡은 직무를 볼모로 삼은, 공직기강 문란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김건희 특검은 검찰이 윤석열 정권 내내 김건희 씨 관련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아 출범하지 않았나. 이번 특검 수사는 국정농단을 바로잡는 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특검 검사들이 내년 10월 시행되는 ‘수사·기소 분리 정책으로 혼란을 느낀다’고 주장한 것과 민중기 특검에 ‘직접 수사·기소·공소유지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공식 표명하라’고 압박한 것에 대해 “김건희 국정농단 수사 참여를 빌미로 검찰 기득권 지키기에 나선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검찰은 그동안 조직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에서는 집단행동을 불사하며 항명했다”면서 2003년 검란 사태를 거론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가 기수 서열을 파괴한 검찰 고위직 인사에 나서자 검사장급들은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줄사표를 내며 반발했다. 검찰 조직은 2005년 인권보호를 위한 공판중심주의 강화를 추진하자 집단 반발에 나섰다. 

한국일보는 “검찰은 개혁의 대상이 된 지 오래”라며 “검찰 스스로 사정기관으로서 지켜야 할 독립성을 저버리고 정치적 편향성을 취한 과오가 크다. 자성을 해도 모자랄 판에 개혁에 저항하는 모습으로 일관해서는 어떻게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국일보는 “검사들 사이에서 ‘말이 아니라 수사 결과로 존재를 증명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특검 파견 검사들은 혼란을 키우는 여론전이 아니라 본분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3대 특검 대응특위 전현희 위원장 등이 1일 종로구 광화문KT 빌딩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경향신문 정제혁 논설위원은 같은 날 칼럼 <[여적] 검사들의 ‘집단 항명’>에서 ‘검란’이라는 표현은 노무현 정부 시절 처음 등장했다며 “이후에도 대검 중수부 폐지, 검경 수사권 조정, 검찰 수사권 축소 등 검찰개혁 시도가 있을 때마다 크고 작은 ‘검란’이 반복됐다. 검찰총장이 항의 표시로 사퇴하거나 중요 수사를 볼모 삼아 개혁에 저항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정 논설위원은 “검사들의 명분은 항상 ‘공익’이었다”면서 “그런 이들이 정작 검찰이 권력의 사병집단 노릇을 한 윤석열 집권기에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오히려 검사 출신 ‘우리 대통령’ 체제에서 떨어지는 권력의 떡고물을 즐겼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 논설위원은 “그러는 동안 검찰은 형편없이 망가졌고, 급기야 검찰청이 1년 뒤에 문을 닫기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정 논설위원은 김건희 특검 파견검사들의 집단 반발에 대해 “또다시 검찰개혁에 반기 든 집단행동이요, 검사는 공직자 위 별세계에 사는 듯 한 특권의식이다. 그러나 검사들의 집단행동이 어느 정도 먹혔던 과거와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정 논설위원은 “이제 같은 ‘공익’을 이야기해도 검사들이 말하면 ‘사익’ 취급받는다. 켜켜이 쌓인 여론의 냉엄한 복수”라며 “그들의 잘못으로, 이제야 김건희를 수사하는 검사들이 어찌 김건희 특검을 흔들 수 있는가. 그런데도 제 잘못부터 처절히 반성해야 할 검찰이 피해자 코스프레와 유아적 떼쓰기를 하고 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고 했다. 

검찰청 폐지 결정에 따른 검사들의 반발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서울=연합뉴스)

한겨레는 1일 사설 <‘개혁 반발’ 특검 수사도 팽개치겠다니 이게 검사인가>에서 “검찰개혁에 반발한 집단 항명”이라며 “조직의 이해관계를 위해 공직자의 직무를 볼모로 삼다니 좌시할 수 없는 공직기강 문란이다.(중략)검찰개혁에 제동을 걸기 위해 특검 수사를 곤경에 빠뜨리겠다는 협박을 하고 있는 셈”이라고 가리켰다. 

이어 “다른 특검도 아니고 김건희 특검은 검찰이 윤석열 정권 내내 김씨의 각종 의혹을 노골적으로 봐주거나 덮어온 탓에 도입됐다”며 “검찰의 과오를 씻기 위해서라도 파견 검사들은 특검 수사에 한층 더 매진해야 마땅하다. 검찰의 기득권을 지키겠다고 특검 수사마저 방기한다면 국민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두번 짓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수사·기소 분리는 아직 시행되지도 않았는데 지금 특검 업무에 수사·기소가 결합돼 있다는 이유로 혼란스럽다니 이런 논리 비약도 없다”며 “더구나 수사·기소 분리는 검찰이 그동안 조직적으로 사건을 왜곡해온 폐해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인데 이를 특수한 사안에 한시적으로 도입되는 특검에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한겨레는 “파견 검사들의 태업이나 조기 복귀 움직임으로 특검 수사와 공소유지가 조금이라도 차질을 빚게 된다면 반드시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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