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결자해지 자세로 부당해고 방송작가 복직 이행하라"

"노동위 판정 불복…행정소송으로 고통 내몰아" 시민단체, KBS 특별근로감독 청원서 제출

2025-10-01     박대형 기자

[미디어스=박대형 기자] 노동·시민단체가 "KBS는 부당해고 노동자에 대한 행정소송을 멈추고 결자해지의 자세로 노동위원회의 원직복직 명령을 즉각 이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엔딩크레딧·직장갑질119 등은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작가를 부당해고한 KBS청주총국은 노동위원회 판정조차 따르지 않고, 판례상 이길 가능성이 없는 행정소송으로 노동자를 더욱 고통으로 내몰고 있다"며 "고용노동부는 KBS청주총국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조속히 시행하라"고 말했다.

노동시민단체들이 8월 19일 KBS청주총국 앞에서 KBS 부당해고 방송작가 즉각 복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민주노총 충북본부)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충북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A 씨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복직을 명령했다. 그러나 방송사는 이행은커녕 행정소송으로 버티고 있다"며 "13년간 일한 사람이 자신이 노동자라는 당연한 사실을 인정받기 위해 떠돌아야 하는 참담한 현실을 언제까지 방치해야 하느냐"고 했다.

이 의원은 "민간기업에서도 있을 수 없는 행태가 공영방송 내에서 반복되고 있다. 추석 이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도 따져 묻겠다"며 "백성철 KBS청주방송총국장은 지금이라도 행정소송을 포기하고 중노위 판정을 이행하라"고 덧붙였다.

KBS청주총국은 지난해 11월 29일 프로그램이 중단됐다는 이유로 13년간 일해 온 방송작가 A 씨를 해고했다. 이에 대해 충북지방노동위원회(충북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부당해고로 판정하고 원직 복직을 명령했다. KBS청주총국은 중노위 판정 결과를 인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난 8월 4일 돌연 행정소송을 시작했다.

엔딩크레딧 집행위원인 김유경 노무사는 "지난 2018년 9월, KBS가 이례적으로 KBS 내 비정규직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당시 실태조사에 참석했던 저는 그토록 많은 비정규직들이 KBS 안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며 "당시 조사 결과는 비밀에 부쳐졌다. 그래서 많은 개별 노동자들이 법률 투쟁을 통해 본인들의 노동자성을 확인하는 과정을 밟아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김 노무사는 "작가를 복직시키는 대신 국민 혈세로 구제명령 불이행에 따른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면서 시간을 때우겠다는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라며 "고용노동부는 공영방송으로서 최소한의 책임조차 망각한 KBS에 대해 즉각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옥주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장은 "국회는 그동안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헌법상 권리를 박탈당해 온 프리랜서·비정규직·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며 "방송계에 만연한 노동착취와 권리침해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여의도 KBS 사옥 (사진=KBS)

부당해고를 당한 방송작가 A 씨는 "저는 13년간 매일 출근하고 생방송을 위해 회사 지시에 따라 온갖 업무를 수행했다"며 "심지어 아버지 임종을 앞둔 순간에도 생방송 장비 세팅과 음원 다운로드 등 작가 역할에서 벗어난 업무로 인해 슬퍼할 시간조차 허락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A 씨는 "그렇게 13년간 열정을 갖고 일해 온 저에게 돌아온 것은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였다"며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총국장·편성국장과 면담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한 마디로 하루아침에 쫓겨난 것"이라고 했다.

A 씨는 "KBS는 노동위에서 제가 13년간 해온 업무들이 자발적이었고 단순한 업무에 불과했다고 폄하했다. 그러나 방송 하나 만드는 데 단순한 일이 과연 있겠느냐"며 "KBS는 노동위 판정에도 불구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이 싸움에 저는 이제 일상 복귀가 아니라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지금 이 순간에도 방송 현장 곳곳에 '무늬만 프리랜서'들이 있다"며 "관계부처에서 방송 비정규직 문제를 제발 좀 깊이 들여다봐달라. 특히 공영방송의 비정규직 고용실태를 조사하고 프리랜서 계약으로 위장된 노동자들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지난 25일 청주고용노동지청에 KBS와 청주총국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청원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KBS가 더 이상 시간끌기로 노동자 죽이는 짓을 하지 못하도록 촌각을 다투어 KBS청주총국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것을 청원한다"며 "잘못된 고용관행으로 고통받고 있는 방송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노동부도 책임과 역할을 다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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