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마지막 퇴근서 "goodbye, see you"
"법 바꿔 사람 제거하는 선례 만들어져" 최민희 "2000년, 2008년 정무직 공무원들, 구질구질 않고 조직개편 수용"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면직이 확정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법을 바꿔서 사람을 제거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진 것”이면서 “어느 정부가 될지는 몰라도 기재부 장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래기획재정부를 만들어 다 잘라낼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헌법소원 등을 예고한 이 위원장은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가정적 질문”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30일 오후 이 위원장은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앞 퇴근길에서 기자들에게 “대한민국 법치는 오늘 죽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진숙이라는 사람이 못마땅해 방통위를 방송미디어통신위로 바꿔 사람을 잘라낸다면, 만약 어느 정부가 될지 모르겠지만 기재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래기재부, 여성행복가족부 이렇게 만들면 다 잘라낼 수 있는 첫 번째 사례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설치법에 대해 자신을 축출하기 위해 사실상 부처의 이름만 바꾼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방미통위설치법은 현재 방통위를 폐지하고 방미통위를 신설하는 내용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료방송 정책이 방미통위에 이관되며 위원 수는 현행 5명에서 7명(상임 3명·비상임 4명)으로 확대된다. 다음 달 1일 공포될 예정이며 그 즉시 부칙에 따라 이 위원장은 자동 면직된다.
이 위원장은 “제가 이전에 ‘민주당은 우리가 상상하는 모든 것을 하는 집단’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정확하게 지적했는지 저 스스로한테 놀란다”며 “취임 사흘 만에 탄핵시키는 선례를 만들었고 이진숙이라는 사람이 거추장스러우니까 방미통위라는 새 기관을 만드는 일을 또 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오늘 이진숙이라는 사람은 숙청됐지만, 수십, 수백만의 또다른 이진숙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헙법소원, 가처분 등을 예고했는데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 인정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가정적인 질문”이라며 “그때 우리가 다시 만나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끝으로 “goodbye, see you” 인사말을 전하고 차량에 탑승했다. 이 위원장은 방미통위설치법이 공포되는 다음 달 1일 헌법소원과 가처분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날 방미통위설치법을 주도한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SNS에 “이진숙 씨도 정무직 공무원 신분을 잃게 된다”며 “조직이 해체되면 정무직들은 함께 해산되는 게 원칙이다. 2000년에도 2008년에도 당시 정무직들은 구질구질한 행태를 보이지 않고 새정부 출범과 조직개편을 수용했다. 이진숙 씨와는 처신이 180도 달랐다”고 적었다.
최 위원장은 “방송통신독립을 보장하려는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 방송통신 장악을 일삼던 윤석열이 임명한 이진숙이 윤석열과 함께 사라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며 “이진숙과 극우 인사, 일부 친윤 언론은 방미통위법을 이진숙과 연계하는데, 역사에 대한 무지와 억지의 발로”라고 했다. 최 위원장은 “공무원 중립의무 위반·공직자윤리법 위반·법카횡령 등 이중 하나만 걸려도 다른 정무직들은 창피해 그만둘 일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랍다.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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