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 세금 안 내는 유튜브에 세금 지원 형국
구글·유튜브, 매출 12조 추정되는데 정부광고 700억 "1조 조세 회피 업체… 국내플랫폼 불공정 경쟁" 해외플랫폼 압도적 시장점유율 무시할 수 없지만 데이터 공개 안 해 정부광고 공공성 효과 검증 불가능 국내 플랫폼·중소매체 쿼터제 등 대안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온라인 정부광고가 구글·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에게 집행돼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거대 해외 플랫폼들은 매년 탈세 논란을 빚고 있다.
구글·유튜브의 경우, 정부광고로 한 해 600~7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구글이 한국에 내는 세금은 정부광고 수익에 법인세율을 적용한 액수와 일치한다. 정부광고 외 수익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해외 플랫폼에 국내 플랫폼보다 더 많은 정부광고를 집행하는 것은 불공정 경쟁 환경을 가속화한다는 지적이다.
26일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 간사 노종면 의원과 한국광고홍보학회는 국회에서 '해외 플랫폼에 쏠린 정부광고, 공공성과 효율성의 균형을 묻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노종면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정부광고 집행 금액은 2024년 1조 3천억 원으로 이 중 인터넷 광고는 전체의 약 27%에 달한다. 인터넷 광고로의 집행 금액은 2024년 한 해에만 전년 대비 4.1% 증가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인터넷 광고의 성장에는 명과 암이 함께 존재한다. 정부광고는 세금으로 집행되는 만큼 공공성을 고려해 집행해야 하지만, 지역신문·공영방송 등의 광고는 감소하고 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해외 플랫폼으로 매년 막대한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정부는 '정부 홍보 효율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는 정부광고 대상 매체의 효율성을 제고하라는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정부 홍보 기조를 '디지털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문체부 보고 후 국무위원 자유토론에서 조현 외교부 장관은 캐나다·영국 등의 국가에서 정부광고 중 디지털 광고 비중이 65%에 달하고 있으며 제3의 기관이 정부광고 집행의 투명성을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 인터넷 정부광고 규모는 3715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 중 66%는 언론사 홈페이지, 34%는 구글·유튜브, 인스타그램, 메타·페이스북, 네이버, 다음, 카카오에 집행되고 있다. 구글·유튜브 집행액은 2022년 539억 원에서 2024년 745억 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시기 네이버는 262억 원에서 204억 원으로, 다음·카카오는 145억 원에서 138억 원으로 감소했다.
강한나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교수는 "해외 대표 매체인 구글·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국내 대표 매체인 네이버, 다음·카카오의 정부광고 집행을 비교했을 때 해외 플랫폼이 3배 이상 높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디지털 중심 공공정책 홍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매체 선정에 있어서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정부가 광고를 집행할 때 공공성과 산업 파급 효과를 고려한 매체 선정 가이드라인이 조금 더 명확히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정부광고로만 돈을 버느냐"고 지적했다. 2023년 구글·유튜브에 집행된 정부광고액은 674억 원, 같은 해 구글이 한국에 낸 세금이 155억 원으로 이는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 24%와 일치한다. 강 교수는 "구글코리아 매출에 따른 세금으로 150억 원이라는 숫자가 나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구글이 지난 2023년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은 약 12조 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구글은 한국에서 발생하는 매출 대부분을 아시아 지역본부 '구글아시아퍼시픽'으로 이전하고 있다. 구글아시아퍼시픽 소재지는 싱가포르로, 싱가포르의 법인세율은 17%다. 구글이 한국에서의 세금 부담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매년 국정감사 도마 위에 오른다. 같은 기간 네이버는 매출 9조 6700억 원을 올려 법인세 4963억 원을 납부했다.
강형구 교수의 추정치에 따르면 구글코리아의 지난 20년(2004~2024년) 간 매출은 최대 237조 3000억 원, 최소 96조 7000억 원이다. 이에 따른 법인세는 최대 17조 5600억 원, 최소 7조 1600억 원이다. 넷플릭스코리아의 지난 9년(2016~2024년) 간 매출은 최대 18조 9400억 원, 최소 9조 8500억 원이다. 이에 따른 법인세는 최대 1조 3300억 원, 최소 6895억 원이다. 페이스북코리아의 지난 13년(2011~2024년) 간 매출은 최대 18조 6600억 원, 최소 9조 3300억 원이다. 이에 따른 법인세는 최대 1조 3100억 원, 최소 6643억 원이다.
강형구 교수는 한국의 경우 광고가 나오지 않게 하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 이용자 비율이 높다며 "여기에 정부광고 674억 원을 쓰고 있는 게 참 재미있다. 정부가 이렇게 돈을 쓰면서 성과 측정을 어떻게 하고 있을지 참 의심스럽다"고 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이용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유튜브 이용자의 14.6%는 광고가 나오지 않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 광고주의 핵심 타깃인 20대(27.6%)와 30대(28.3%)에서는 유튜브 프리미엄 요금제 이용률이 특히 높았다. 전 세계 유튜브 이용자 중 프리미엄 요금제 이용자 비율은 5%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강형구 교수는 구글·유튜브에 집행하는 정부광고의 절반가량인 337억 원을 국내 플랫폼에 집행하면 GDP를 약 222억 원 유발할 수 있고 세수는 23억 원가량 순증할 것이라고 했다. 강형구 교수는 "우리는 해외 플랫폼으로부터 연 1조 원의 세금을 못 받고 있다. 사실상 1조 원의 보조금을 주고 있는 것"이라며 "네이버·카카오가 구글·넷플릭스·페이스북과 경쟁해야 하는데, 해외 빅테크에 1조 원을 쏴주고 정부광고까지 몰아주면서 경쟁하라고 한다.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강형구 교수는 해외 플랫폼의 시장 과점과 정보 비공개로 인해 정부광고 효과를 계산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강형구 교수는 "글로벌 플랫폼은 네트워크 시장을 과점하고 있고, 유튜브는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보여 정부가 국민소통을 위해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며 "(정부가 해외 플랫폼에)종속되어 있다는 얘기다. 당장의 단기적 효과만 보고 독과점에 의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정부에게 이익이 될까"라고 했다.
강형구 교수는 "해외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 지배력을 통해 광고단가를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도 있고, 정부에 돈을 더 넣으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내놔야 하나"라며 "유튜브에 광고하면 효과가 좋은지 안 좋은지에 대해서도 우리가 검증해봐야 하는데, 어려울 것이다. 구글이 데이터를 안 줄 것"이라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동후 중앙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자신을 '자유시장경제주의자'로 소개하며 국내·외 플랫폼 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언론진흥재단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후 교수는 "저는 정부개입을 좋아하지 않는다. 유튜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가장 오래 사용하는 앱인데 효과적 매체에 정부광고를 사용하는 게 문제가 되는지 의문"이라면서도 "그런데 이런 시장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시장 자체가 공정해야 한다. 구글·유튜브와 네이버·카카오가 동일 선상에서 움직인다면 '왜 이런 토론을 하냐' 자신있게 말할 것이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동후 교수는 "국내 광고시장에서 8% 비중을 차지하는 정부광고가 국내 플랫폼에게 일정 정도 편의를 제공하다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은 국내 플랫폼 발전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며 "다만 이러한 마중물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광고주인 정부기관이 적절한 논리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기관은 광고 집행 시 정확한 광고 목적을 명시하고, 언론재단은 적합한 미디어 전략을 수립해 국내 플랫폼을 지원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다만 김동후 교수는 정부광고를 통한 국내 플랫폼 지원은 단기적 대책이라며 국내 플랫폼은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접점을 찾아내 자생력을 기르고, 정부는 미디어·광고 산업 진흥을 위한 장기적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김건표 벨커뮤니케이션즈 본부장은 "광고 현업에 있는 사람으로서 해외 플랫폼이 보유한 정교한 타깃팅과 광범위한 도달률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가 효율성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에만 매몰될 때 우리는 더 큰 것을 잃게 된다"며 ▲정부광고비 역외 유출 ▲여론형성 주도권 뺏김 ▲국내 미디어·광고 산업 생태계 기반 훼손 등을 우려했다.
김건표 본부장은 "정부정책 홍보와 공익 캠페인이 해외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해 노출 여부와 범위가 결정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국민에게 균형잡힌 정보 전달보다는 플랫폼의 상업적 이익 구조에 종속된 노출을 만들 수 있다"며 "정부 정책과 공익 메시지는 특정 연령·계층만을 겨냥하기보다 다양한 계층과 지역사회 전반에 균등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해외 플랫폼 중심의 집행은 연령별·지역별 정보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김건표 본부장은 대안으로 ▲정부광고 쿼터제 ▲공공성을 기준으로 하는 광고 성과 평가 기준 마련 ▲정부광고 집행 내역 투명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정부광고의 일정 비율을 국내 플랫폼과 중소매체에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쿼터제를 도입하고 정부광고 성과를 평가할 때 단순히 클릭 수뿐 아니라 미디어 다양성, 국내 산업 기여도,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주연 네이버 리더는 "정부광고는 집행 성과상 비용 효율뿐 아니라 메시지가 얼마나 전파되었는지, 국민의 인식과 행동 개선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며 "일부 정부광고의 KPI(핵심성과지표)는 채널 개설 여부나 구독자 수에 지나치게 집중돼 결과적으로 무의미한 채널 개설과 집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상업광고와 본질적으로 다른 정부광고는 효율적인 전달을 넘어 공공정책을 뒷받침하고 국민 인식을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주연 리더는 "정부광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보다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에 있다. 매출과 조세 현황, 광고 효과를 명확히 공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집행해야 한다"며 "나아가 공공 캠페인의 파급 효과와 국민 인식·행동 제고 효과까지 함께 평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광고는 단순한 홍보비가 아닌 국민과의 소통 수단이자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투자"라고 했다.
이정철 언론재단 광고컨설팅 팀장은 해외 플랫폼 탈세 논란을 고려할 때 해외 플랫폼에 정부광고를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제안은 일정 부분 이해한다면서도 정부광고의 본질적 목적인 정책 전달의 효율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했다. 이정철 팀장은 정부광고가 유튜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으로, 조세회피 문제를 정부광고 집행 여부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정철 팀장은 "정부광고는 국민 세금으로 집행되는 만큼 공정성과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국민에게 정책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책임도 있다"며 "많은 국민이 이용하며 콘텐츠 소비 시간이 집중되는 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을 적절한 비율로 활용하는 것은 정책성과 달성을 위한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정철 팀장은 해외 플랫폼은 세부 노출 이력, 광고 알고리즘, 콘텐츠 검수 방식 등을 자율성이라는 명분 하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광고와 같이 공공적 성격을 가진 광고의 집행은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점에서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덧붙였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