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와 힘의 외교가 부른 경제적 부메랑

달러 패권의 역설과 미국 내 정치지형의 균열

2025-09-24     권오석 공인회계사/칼럼니스트

[미디어스=권오석 칼럼] 미국은 2차대전 이후 달러 기축체제라는 전례 없는 특권을 바탕으로 만성적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번영을 누려왔다. 그러나 2018년 이후 본격화한 관세 인상과 경제 제재, 동맹·경쟁국을 막론한 일괄 관세와 군사적 압박은 세계 교역 질서를 흔들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 조합이 외부를 압박하기보다 오히려 내부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트럼프 관세 정책 (PG) (연합뉴스)

관세는 ‘숨은 세금’… 물가·금리·투자에 연쇄충격

관세는 외국이 아니라 수입업자와 소비자가 부담한다. 생활필수품부터 중간재까지 가격이 뛰면 기업은 원가 상승을 가격에 전가하고, 이는 소비 위축과 투자 지연으로 이어진다. 고물가가 지속되면 연준은 고금리를 길게 유지할 수밖에 없다. 주택담보대출 이자와 기업 조달비용이 뛰고, 내구재·설비투자가 얼어붙는다.

더구나 미국 수입의 상당 부분은 중간재다. 관세는 제조업 생산비를 밀어 올려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보호받는 산업조차 고용이 늘지 않는 ‘보호의 역설’을 낳는다. 2018~19년의 경험이 보여주듯, 관세로 잃는 일자리가 생기는 일자리보다 많아지는 현상이 재현될 위험이 크다.

무역수지·재정에도 역효과

관세는 만성적 무역적자의 근본 원인(저축-투자 불균형)을 바꾸지 못한다. 중국 비중을 줄이면 베트남·멕시코 등으로 회로가 우회하는 ‘무역 전환’이 발생해 총수지 개선은 제한적이다. 보복관세가 겹치면 수출도 막힌다. 2018~20년 농가 보전금이 관세 수입을 상쇄했던 것처럼, 재정 측면에서도 실익이 줄어드는 구조다.

뉴욕 맨해튼의 한 소매점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업·가계의 체감과 정치적 반작용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 기업은 판매가 책정과 재고관리에서 혼란을 겪고, 중소 유통·소매부터 대형 리테일까지 마진 압박이 심화한다. 가계는 실질소득 감소를 체감한다. 피해 산업·지역(중서부 농업, 제조벨트)의 표심은 흔들리고, 양당 내부에서도 관세 일변도 노선에 대한 재검토 목소리가 커진다.

대안: 전략적 경제안보와 개방의 균형 

핵심기술·안보 민감 품목에 한정한 정밀한 수출통제, 동맹·파트너와의 표준·인증 공조, 공급망 다변화에 대한 인센티브가 관세 일괄 인상보다 효율적이다. 동시에 다자체제 복원과 신흥국과의 규범 협력이 병행되어야 ‘분절화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국이 ‘힘의 관세’에서 ‘규범과 혁신의 리더십’으로 회귀할 때, 글로벌 경제는 불확실성에서 벗어나고 미국 내 정치적 균열도 완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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