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여권 '조희대 사퇴' 압박에 "삼권분립 가볍게 보나"
"차라리 헌법 절차 따라 대법원장 탄핵소추하는 게 정도" 한국일보 "헌정질서 회복하자면서 헌정질서 근간 훼손" 한겨레 "조희대가 자초한 사법 불신…성찰·반성이 우선" 조선·동아, 민주당 사법부 장악 프레임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실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주요 일간지 대다수는 삼귄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조 대법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면 민주당이 근거를 갖고 탄핵소추 절차를 밟는 것이 정도이며 사퇴론은 자칫 사법개혁 쟁점을 '사법독립 침해 논란'으로 옮길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조 대법원장이 진퇴 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을 자초했다며 사법부는 성찰부터 하라고 날을 세웠다. 사법부 독립은 국민과 괴리된 채 독단적 권한을 누리라는 보호막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15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조 대법원장은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조 대법원장은 반이재명 정치 투쟁의 선봉장이 됐다"며 "이것은 저의 주장이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소위 '조희대의 난' '조희대의 사법 쿠데타'로 전 국민의 분노가 들끓을 때 서울중앙지법 김주옥 부장판사가 올린 '조희대 사퇴 권고문' 중 일부"라고 가리켰다.
정 대표는 "조 대법원장에 대해 민주당이 압박한다? 재판 독립을 해친다? 천만의 말씀"이라며 "조 대법원장은 이미 법원 내부에서 신뢰를 잃었고, 대법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을 만큼 편향적이라는 법원 내부의 평가가 있었다. 지금이라도 사퇴하는 게 맞다"고 했다. 지난 14일 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재판을 지연시켜 내란범을 보호하고 있다. 무슨 염치로 사법부 독립을 주장하나"라며 조 대법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5일 추 법사위원장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한 질문에 "아직 저희가 특별한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시대적·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임명 권력으로서 그러한 요구에 대한 개연성과 이유에 대해 돌이켜봐야 될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점에서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칙적 공감'에 초점을 맞춰 대통령실 입장이 보도되자 강 대변인은 다시 브리핑을 열고 "삼권분립 및 선출 권력에 대한 존중감에 대해 ‘원칙적 공감’이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한) 구체적 의견은 아직 없다는 게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이 사안에 대해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는 것(보도)은 오독이고 오보"라고 했다.
16일 전국단위 주요 일간지 사설 제목은 다음과 같다.
조선일보 <대법원장 겁박은 민주화 운동권의 독재 행태 아닌가>
중앙일보 <여권의 대법원장 사퇴 압박, 민주주의 근간 흔든다>
동아일보 <“조희대 사퇴” 총공세 나선 與, 어디까지 가려 하나>
세계일보 <與의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대통령실도 공감한다니>
국민일보 <대통령실과 여당의 사법부 흔들기 지나치다>
한국일보 <대통령·여당의 사법부 인식과 조희대 사퇴 압박, 위험하다>
경향신문 <여당·대통령실 ‘대법원장 사퇴’ 압박 부적절하다>
한겨레 <사법부, ‘사법 불신’ 왜 여기까지 왔는지 먼저 성찰해야>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여당 대표와 사법부를 담당하는 상임위원장이 사법부 수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도, 대통령실 대변인이 그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한 것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정 대표 등의 발언은 사법부가 여당 사법개혁안에 대해 ‘사법독립 침해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중략)정 대표 말대로 내란 국면에서 사법부가 보인 일련의 행태는 사법 정의·정도와 거리가 멀고, 그 근저에 모종의 삿된 정치적 의도가 있으리라고 강하게 의심되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것만으로 사법부 수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건 헌정질서 근간인 삼권분립과 사법독립을 너무 가볍게 보는 처사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 사퇴를 요구할 만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를 갖고 있다면 "차라리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조 대법원장을 탄핵소추하는 게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또 "조 대법원장 사퇴론은 자칫 사법개혁에서 사법독립 침해 논란으로 쟁점을 옮기고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이 결집할 명분과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시대적 과제인 내란 극복은 헌정질서를 온전히 회복하자는 얘기일 것이다. 헌정질서를 회복하자면서 헌정질서의 근간을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야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입법부 권한이라 못 박으면서 갈등이 폭발한 모양새"라며 "국회가 사법부보다 우위에 있다는 발상은 역사에서 드러난 권한 남용과 과오를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물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 결정 등 사법부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 위반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 사법부가 재량권을 남용한다면 이 또한 삼권분립 원칙 훼손이고 바로잡아야 마땅하다"며 "하지만 민주주의는 법과 제도의 지배이며, 선출권력이라 해서 모든 권한 행사가 정당화될 수 없으며 헌정 질서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 정치적 개입을 막기 위해 법으로 임기를 보장하는 법관을 정치적 압력으로 물러나게 한다면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은 내란특별재판부 추진이 위헌 논란에 휘말리자 ‘특별’을 ‘전담’으로 이름만 바꿔 밀어붙이고 있다. 급기야 어제는 '국정농단전담재판부 설치가 시급하다'(전현희 의원)는 주장이 등장했다"며 "대법관 증원이나 전담재판부 신설 같은 사법 개혁은 여야와 사법부가 머리를 맞대고 최적의 방안을 모색해야 마땅한 사안이다. 그런 협의나 대화의 시도조차 없이 대법원장부터 흔드는 여권의 태도는 위험하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법부가 국민적 불신과 개혁 요구를 외면하는 태도를 고수하면서 대법원장 진퇴 문제까지 표면화하는 상황이 됐다"며 "사법부가 시급한 개혁 대상으로 떠오르고 사법부 수장에 대한 불신임 목소리가 고조된 상황은 조 대법원장이 자초한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 모든 문제의 출발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중략)국민들은 과연 사법부가 헌법 수호 의지가 있는지, 내란 세력을 비호하려는 건 아닌지 깊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내란전담재판부’ 구성 요구는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게 아니라, 이런 일들이 겹쳐지면서 나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법부 독립은 헌법과 법질서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원칙이지, 사법부가 국민과 괴리된 채 독단적 권한을 누리라는 보호막이 아니다"라며 "신뢰를 회복하려면 불신을 초래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철저한 성찰과 반성이 우선돼야 한다. 내란 재판에 대해서도 사법부 스스로 해법과 대안을 내놓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보수언론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사법부 장악을 의심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여당 뜻대로 조 대법원장이 물러나면 이 대통령은 새 대법원장을 임명하게 된다. 여기에 여당은 1년 유예를 거쳐 대법관을 향후 3년간 4명씩 총 12명을 늘리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라며 "이렇게 되면 이 대통령은 2030년 3월까지 임기가 종료되는 대법관 10명을 포함해 22명을 자신의 임기 중에 임명하게 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민주당은 국회에서 절반이 훨씬 넘는 166석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여당이다. 민주당의 지지 기반인 진보세력이 대법원까지 장악하게 되면 사실상 한 정파가 입법-행정-사법을 한 손에 틀어쥐게 된다"며 "한 정파에 권력이 이처럼 집중된 적은 근래 거의 없었다.(중략)사법권과 입법-행정권의 일체화는 이 같은 삼권분립의 구조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민주주의 기초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늘리려는 것도 이 대통령 재임 중 대법원 구성을 친민주당 우위로 변경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법조계는 비판하고 있다"면서 "5년 임기의 정권이 입법권을 무기로 사법 독립을 침해하려는 시도에 이어 노골적으로 대법원장까지 겁박하고 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조차 이런 방식으로 대법원장을 위협하며 사퇴를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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