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협상안 몰랐다"는데 김병기 "정청래 사과하라"

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찬물' 특검법 협상 결렬...강경파 반발, 지지자 '문자폭탄' 친명 "여야 합의는 신의 한 수" "대통령 의중 받들었을 것"

2025-09-11     박대형 기자

[미디어스=박대형 기자]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3대 특검법 여야 협상 결렬과 관련해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청병대전'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한동안 설왕설래가 이어질 전망이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하라"고 말했다. 그는 SNS에 "3대 특검법 개정 협상은 결렬됐다. 법사위에서 통과된 원안대로 통과시키겠다"며 "그동안 당 지도부·법사위·특위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항변했다. 자신이 독단적으로 합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특검법 수정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요구대로 수사인력 증원을 최대 10명까지로 제한하고, 특검 수사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아울러 '수사기간 종료로 사건을 국가수사본부에 이첩한 후에도 특검이 수사를 지휘한다'는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합의 내용이 알려지자 당내 강경파는 거세게 반발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을 쏟아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SNS에 "3대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은 수사 인력 확대와 기간 연장"이라고 했고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수사인력 보강, 수사기간 연장 등으로 내란수사와 권력형 부패 비리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의원은 "수용할 것과 수용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고, 김 원내대표와 원내 사령탑을 놓고 경선을 치렀던 서영교 의원은 "특검 기간 연장, 인원 증원 사수! 타협은 NO!"라고 했다. 한준호 최고위원과 박선원 의원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대표는 11일 오전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김병기) 원내대표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여야 수정안이) 우리 지도부 뜻과는 많이 다른 것이어서 어제 많이 당황했다"며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 중 핵심이 (수사) 기간 연장이라 연장을 안 하는 쪽으로 협상된 것은 특검법의 원래 취지와 정면 배치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협상안 내용을 보고 받은 뒤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나는 몰랐다. 그렇게 하길 바라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협치는 야합과 다르다. 내란의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꿈도 꾸지 못하게 하는 것은 민주공화국의 본질적인 가치 아닌가. 그걸 어떻게 (정부조직법 개편)과 맞바꾸느냐"고 했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비공개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는 특검법 수정안이 도출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본인의 '부덕의 소치'라며 심심한 사과를 했다"고 밝혔다. KBS는 정 대표가 이 자리에서 "누가 옳은지 따지다 보면 국민의힘만 좋을 일이니 다 덮고 가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단독] 보도했다. KBS는 한 민주당 의원의 말을 빌려 "김병기 원내대표에 대한 사과라기보단 교과서적인 유감 표명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동형TV' 갈무리

원조 친명계인 김영진 민주당 의원은 합의 파기 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수사기간을 연장한다는 것 자체가 수사를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아주 임팩트 있고 집중된 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규명하는 게 필요하다"며 "기간 연장을 가지고 논쟁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친명 유튜버로 꼽히는 이동형 씨는 10일 <이동형TV>에서 "특검 연장을 안 한다고 해서 내일모레 특검이 끝나는 게 아니다. 특검 연장과 상관없이 자동으로 30일 연장되고 이후 대통령이 재가하면 30일이 또 연장된다. 30일 없어도 된다"고 했다.

이 씨는 "대통령이 야당에 양보하라고 해서 분위기 좋아졌다. 악수도 안 하는 사람을 이재명이 저렇게 만들었다. 다음 주 대통령 지지율이 또 오를 것"이라며 "이게 왜 야합인가? 여야가 합의한 건 대통령의 '신의 한 수'다. 김병기 욕하지 말고 이재명을 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지난 6월 경선을 앞두고 김 원내대표를 <이동형TV>에 출연시켰다. 경쟁자였던 서영교 의원은 부르지 않았다.

시사평론가 김준일 씨는 11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 알력 다툼이 있다고 알려졌다"며 "원내대표 소관인 것도 정 대표가 주도권을 쥐고 가려고 해서 김 원내대표가 불만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정 대표는 '자기 정치'를 하고 강성 발언을 많이 한다. 그런데 김 원내대표는 조금 더 대통령의 의중을 받들어서 협치 쪽에 무게를 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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