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탕·냉탕 오가는 장동혁
[김민하 칼럼]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8일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만남은 일단 ‘윈-윈’으로 마무리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모두가 만족감을 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을 중심에 놓고 본다면, 이러한 성과는 일시적인 것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으로서는 회동 자체가 성과다. 이재명 대통령은 야당과 악수도 하지 않겠다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손을 맞잡게 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으로 지도자다운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에 성공했다. 장동혁 대표가 요구한 단독회담을 수용하고 야당 대표가 하는 이야기를 경청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큰 성과다. 이러한 대목은 특히 윤석열 정권과 같은 일방적 불통 리더십을 바로 직전에 경험한 유권자 입장에서 바람직한 모습으로 비칠 것이다.
정청래 대표도 할 말은 하면서 야당 대표의 손을 맞잡는 모습을 통해 그간의 비판을 일부 불식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힘을 향한 선명한 메시지는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분명 일부 필요한 면이 있지만,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여당 입장에서 야당을 적대시하는 태도로만 일관할 수는 없는 게 사실이다. 정청래 대표의 태도는 그 자신의 진의가 어떤 것이든 이 대목에서는 부족하다는 비판을 초래해왔는데, 대통령이 주도하는 회담에서 어느 정도의 여유를 보여준 것은 안정감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모습이다.
장동혁 대표도 정치인으로서 본인의 체급을 키우면서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당 대표의 입장에서 필요한 일부 요소를 손에 넣었다고 볼 수 있다. ‘윤 어게인’ 세력의 등에 올라타 대표직을 거머쥔 맥락 때문에 장동혁 대표는 극우적 인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기 때문에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장동혁 대표가 일정 정도 중도화 노선을 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지금이 일반적 상황이라면 이번 회담을 통해 국민의힘이 명확히 얻은 것은 없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무언가를 확언하기보다는 야당 입장을 경청하고 일부 맞장구를 쳐주는 정도의 스탠스를 보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회담에 대한 태도는 국민의힘이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굳이 협치를 복원한 것에 의미를 둔다는 취지의 평가를 내놨다. 이 맥락에서 보면 이는 실제 그렇다기보다는 국민의힘이 그렇게 평가하기로 결정한 것에 가깝다. 앞서 짚은 대로 불필요한 신경전을 이어가기보다는 중도화의 맥락에서 나름의 노력(?)을 보여주려 한 것이다.
문제는 장동혁 대표가 ‘윤 어게인’ 세력의 힘을 빌린 이상 상황이 의도대로만 흘러갈 수는 없다는 점이다. 장동혁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 하루 전 연합뉴스 인터뷰를 통해 내놓은 주장이 그렇다. 여기서 장동혁 대표는 한동훈 전 대표가 자신을 최악이라 평가했다며 함께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른바 당원게시판 의혹에 대해 조사해 결론을 내리겠다고 주장했다. 또 당 소속이면서 방송에 나가 해당행위를 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며 ‘패널 인증제’를 시행하겠다고도 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의 연속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의식해 중도화를 고려하고 있다면 이런 메시지는 혼란스러운 것으로 비춰질 여지가 상당하다. 그러나 이런 주장의 ‘수요’가 극우 지지층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동혁 대표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을 하는 것에 대한 극우 지지층의 불만이 존재하니, 이를 무마하기 위해 ‘우클릭’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문제는 냉온탕을 오가는 이런 태도가 이번에 한해서만 작동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장동혁 지도부가 중도화를 시도할 때마다 ‘윤 어게인’ 세력은 청구서를 들이밀 것이고, 여기에 나름대로 성의를 보여야 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더군다나 특검 수사 등도 장동혁 대표 체제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장동혁 지도부가 ‘야당 탄압’ 프레임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장동혁 지도부의 목표가 지방선거를 대비한 중도화라면 이 모든 요인은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벗어날 해결책은 단 하나다. 내란 세력과 분명한 선을 긋고 특검 수사에 협조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력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하는 결단을 단호하게 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서 장동혁 지도부는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는 듯 보인다. 그렇다면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담 성과는 단기적 차원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손해도 국민의힘이 가장 크게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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