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이게 한미동맹인가"

중앙일보 "쇠사슬에 묶여 연행...경악 금치 못해" 동아일보 "한국인 표적 삼은 것 충격적" 경향신문 "비자는 죄면서 일자리 만들라니...모순적 행태" 한겨레 "우리 국민 뒤통수 맞은 느낌"

2025-09-08     박대형 기자

[미디어스=박대형 기자] '한국인 무더기 구금' 사태와 관련해 언론이 "트럼프가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한국의 뒤통수를 쳤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원활한 비자 발급 등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선일보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 경제에 기여하려는 한국에 대한 신의를 무너트린 중대한 사태"라고 규정했고, 경향신문은 "이민 단속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비자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앙일보는 "신속 귀국이 성사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과 외교적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구금시설에서 면담 기다리는 관계사 직원들 (연합뉴스)

미 이민당국은 지난 4일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 체류자 합동 단속을 벌여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7일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제3차 고위당정협의에서 "구금된 근로자들에 대한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며 "석방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을 모시러 출발할 것"이라고 알렸다.

이어 "향후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련기업 등과 공조 하에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자 체류지와 비자 체계를 점검·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며 "정부는 피구금 국민들의 신속 석방과 해당 프로젝트의 안정적 이행이란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달성하도록 모든 대책을 실천력 있게 담보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지아주 현지에서 한국인 구금자에 대한 영사 지원을 총괄하고 있는 조기중 주미한국대사관(워싱턴DC) 총영사는 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들의 귀국 시점에 대해 "수요일(10일)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결승전 관람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후 워싱턴DC 인근의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돌아온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로 인해 한미 관계가 긴장될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그렇지 않다. 우리는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백악관에서 "내 생각에는 그들은 불법 체류자였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언론은 일제히 트럼프 행정부를 성토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한미, 韓 근로자 체포 재발 방지책 시급히 마련해야>에서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대적 기획 단속이었다"며 "전임 바이든 행정부가 약속했던 '전기차 보조금'을 끊어 놓고 무자비한 체포 작전까지 벌인 것은 동맹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트럼프 정부가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대대적인 비자 단속을 벌이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미국이 말하는 '동맹'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지, 미국 정부가 제시하는 투자 혜택은 정권이 바뀌어도 유효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며 "'미국에 계속 투자해야 하나'라는 국내 여론을 가감 없이 미측에 전달하고 재발 방지를 강력히 요구해 관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경제 동맹 현장에서 벌어진 한국인 대규모 구금 사태>에서 "우리 근로자 300여 명이 중범죄자나 된 것처럼 쇠사슬과 케이블 타이에 묶여 연행되는 장면에 국민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다행히 정부가 신속히 움직여 미국 측과 협상을 타결하고, 전세기를 띄워 억류됐던 우리 근로자들을 귀국시키기로 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동맹국을 상대로 한 보여주기식 단속은 한·미 동맹의 신뢰를 해치는 행위"라며 "한국 기업들은 조선, 반도체, 태양광, 배터리 등 전략 산업에서 대규모 대미 투자를 진행 중이다. 비자 문제 해결 없이 강경 단속만 이어진다면 이들의 투자 의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韓 근로자들 불체자로 전격 체포한 美···공장은 어떻게 짓나>에서 "우리 기업들이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에 1500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약속한 지 불과 열흘 만에 유독 한국 국민을 표적으로 삼은 건 충격적"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대미 투자를 늘리라고 압박하면서 비자 발급 문턱은 높이는 모순적 정책을 취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차-LG 배터리 공장도 미국 내 숙련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내년 초 완공 목표를 맞추려면 단기 비자 등을 통해서라도 엔지니어 파견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투자를 독촉하면서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는 기업을 범죄자 집단으로 취급하면 어느 누가 투자할 수 있겠나"라며 "우리 정부는 원활한 대미 투자를 위해서라도 재발 방지 약속을 미국에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트럼프에 뒤통수 맞아...비자 문제 해결해야" 

한국일보는 사설 <공장 지어주던 한국인 구금, 동맹 훼손 없게 비자 문제 해결해야>에서 "조지아주 정부의 적극적 유치로 공장을 건설하던 한국 기업은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가 됐다"며 "그간 우리 정부와 기업은 천문학적 대미 투자 이행을 위해 고도로 숙련된 한국 인력의 합법적 파견이 가능하도록 취업비자 확대를 거듭 요청했지만, 미국 정부는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중 유일하게 별도 취업비자 쿼터를 받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한미 양국의 상호 이익은 물론 동맹 간 신뢰마저 훼손되지 않도록 차제에 비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사설 <'투자하라'며 대규모 체포 작전, 이게 동맹에 할 일인가>에서 "동맹국의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전례 없는 대대적 단속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우리 국민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미 당국이 대규모 단속을 벌인 것은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들이 미국인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자국 내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이번 일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불가피한 관행이었다 해도, 차제에 불법적 요소를 없애야 한다"고 짚었다.

경향신문은 사설 <미국 내 한국인 구금 사태, '경협·동맹' 훼손 재발 없어야>에서 "한국에 천문학적 대미 투자를 요구하고, 우리 기업들이 수천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마당에 무슨 날벼락 같은 사태인가"라며 "동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예우도 없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행태가 몹시 유감"이라고 했다.

이어 "애당초 미국 정부가 고숙련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H-1B 비자 발급을 옥죄지 않았다면 이런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며 "비자는 죄면서 필수 인력을 체포하고 공장을 돌려 일자리를 만들라니 이런 모순적 행태가 어디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투자 요구 따로 이민 단속 따로인 미국 정부의 엇박자 정책하에서는 언제든 이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며 "정부는 한·미 정상이 만나 약속한 대미 투자의 보호 대책과 관세 등에서 최혜국 대우를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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