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액 '15~20배' 속도전"

기본 손해액 3천~5천만원…인용 파급력에 따라 '할증' "시민 피해구제 현실화보다 '언론 징벌' 성격 크게 확대" "형사처벌 규정까지 고려하면 '언론 탄압' 논란 이어질 것" 최민희 "미국에선 900억 배상… 우리가 하는 건 배액배상" ""악의적 허위조작보도, 언론자유 아닌 범죄행위"

2025-09-05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최민희)가 허위조작정보·보도에 대해 최대 15~20배에 이르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방향으로 언론중재법 개정 방향을 잡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허위조작정보·보도의 기본 손해액을 3천만 원~5천만 원으로 정하고, 인용에 따른 보도의 파급력에 따라 '할증'이 붙는 내용이 포함됐다. 

최민희 위원장은 미국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보도한 언론사가 900억 원 넘게 배상하게 됐다며 "이 정도 돼야 징벌적이고 우리가 도입하려는 건 배액배상"이라고 주장했다. 언론계에서는 한국은 미국과 달리 형법·민법·선거법·정보통신망법을 통해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고 비판한다. 미국은 다른 법령에서의 표현의 자유 제한 수준이 한국보다 낮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민주당 언론개혁특별위원회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언론보도 피해자 보호 강화를 위한 언론중재법 개정 방안 마련 토론회' (사진=미디어스)

5일 한겨레는 "민주당이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보도로 피해를 입었을 때 그 파급력에 따라 기본 손해액(5천만 원 이상)의 최대 15~20배에 이르는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쪽으로 언론중재법 개정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보도 차단을 위해 언론중재법 적용 대상을 유튜브·SNS까지 넓히는 방안을 최종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보도에 대한 배상액을 '고의'의 경우 기본 손해액 5천만 원 이상의 5배(최소 2억 5천만 원), '중과실'의 경우 기본 손해액 3천만 원 이상의 3배(최소 9천만 원) 수준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보도 인용·매개 행위에 대해서도 최소 200만~3천만 원의 배상액을 검토하고 있다. 보도·인용·매개 파급력에 따라 최대 3배(매체력을 별도 할증 요소로 분리할 경우 최대 4배)까지 추가 할증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다. 

한겨레는 "언론사는 기본 손해액의 최대 15~20배에 이르는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할 수 있다"며 "2011년부터 지난 6월까지 국회에 발의된 약 20개의 관련 법안들은 언론 손해배상액의 범위를 손해액의 3~5배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최대 15~20배는 시민 피해구제 현실화를 염두에 둔 ‘배액배상제’라기보다 ‘언론 징벌’의 성격이 크게 확대된 안"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무엇이 허위조작정보 보도냐'를 두고 정파적 공방이 여전한데다 민사와 별도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형법 307조)까지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언론자유 위축' '언론 탄압' 논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 언론개혁 특위는 정정보도가 청구됐을 때 표시 의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인터넷신문과 포털사업자가 정정보도 청구 사실뿐만 아니라 '청구 요지'와 '불확성 결정 또는 하급심 판결'을 개별 기사에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방안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한겨레에 "정정보도를 청구하여 ‘보도에 부정적 꼬리표를 다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며 "특히 하급심 판결 고지를 의무화하는 방안은 MBC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한 1심 판결 사례만 보더라도 제도의 위험성과 부작용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인용·매개 행위를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대상으로 삼는 방안에 대해 "당장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나 ‘김건희 명품백 수수 영상’ 보도처럼 원본 자료를 직접 확보하지 못한 언론사가 관련 보도를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최민희 국민주권 언론개혁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특위 출범식 및 1차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겨레 보도 이후 최민희 위원장은 SNS에 올린 글에서 "미국에서 허위조작보도로 900억 원이 넘는 징벌적 배상 선고가 있었다"며 "이 정도 돼야 징벌적이고 우리가 도입하려는 건 배액배상 정도"라고 했다. 최 위원장은 "악의적 허위조작보도한 기자와 언론사가 대상"이라며 "악의적 허위조작보도는 언론자유가 아닌 범죄행위"라고 했다. 지난달 미국 케이블방송 뉴스맥스는 전자투표 제조업체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에 명예훼손 손해배상금으로 930억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뉴스맥스는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이 전자투표 집계 조작을 통한 부정선거로 치러졌다고 보도했다.

한국신문협회(회장 임채청 동아일보 대표)가 발행하는 신문협회보는 지난 1일 9월호 지면 기사에서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에 대해 한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채택하고 있는 영미법계 국가들과는 달리 이미 형법·민법·선거법·정보통신망법을 통해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협회보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영미법계 국가에서 판례로 발전된 제도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륙법계 국가는 대부분 채택하고 있지 않다. 영미권계에서 명예훼손과 관련한 징벌적 손해배상 인정이 가능한 것은 다른 법령에서 표현의 자유 제한 수준이 상대적으로 우리나라보다 낮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 형사적 처벌을 하고 있다. 형사적 제재에 더해 민사적으로 처벌적 성격의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과잉규제이며 이중처벌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허위조작정보 생성·유포자에 대해 형법상 명예훼손·업무방해죄, 민법상 불법행위책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정보 유통금지 규정 등의 책임을 묻고 있다는 얘기다. 

경향신문은 5일 사설 <징벌적 손배, 정치·자본 권력 감시 보도는 위축 없게 해야>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이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허위조작정보·보도가 유포된 만큼 시민에 대한 구제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권력자일수록 비판·감시 보도를 ‘악의적 허위보도’로 몰아붙이는 것 또한 현실"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과 김건희 사례가 대표적이다.(중략)법원에서 무죄나 혐의없음으로 결론이 나기까지 거짓 협박과 수사로 입틀막부터 하려는 시도였다"며 "이렇게 초법적인 보도 대응은 언제든지 촉발될 수 있다. 언론 현업단체들이 징벌적 손배에 대해 ‘언론 책임성 강화’라는 대의와 ‘권력 감시’ 문제는 분별해서 봐야 한다고 문제제기한 이유도 그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보도 진실성이나 고의·과실 여부 입증 책임을 언론에 지우는 것도 악용될 소지가 있다. 언론이 제기한 그 많은 ‘김건희 의혹’은 특검 수사를 통해 이제야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현실을 유의해야 한다"며 " 익명의 제보자 발언과 자료를 담은 공익 보도도 소송부터 걸고 언론에 입증 책임을 묻는다면,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