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대법, 덮어놓고 특별재판부 반대…'내란 재판' 돌아봐야 "

"재판 신뢰회복 조처는 안 하면서 오로지 재판 독립만 얘기" 대법, '사법 독립 침해' '재판 공정성' 들어 반대 입장

2025-09-03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12·3 내란 사건을 담당하는 지귀연 재판부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법원이 일말의 자성 없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대법원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를 '사법 독립 침해'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대법원은 국회가 특별재판부를 만들어 특정 사건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 침해, 재판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왼쪽), 지귀연 부장판사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의원 115명이 공동발의한 내란특별법안은 서울중앙지법·서울고등법원에 내란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별재판부 구성은 국회 추천 3인, 판사회의 추천 3인, 대한변협 추천 3인 등 총 9인으로 구성되는 재판부 후보 추천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란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는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 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질의에 "특정 사건을 두고 특별재판부를 만들고 국회나 외부 기관이 관여해 법관을 임명하는 데 관여한다는 것은 사법부 독립에 대한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천 저장은 "(특별재판부 구성에)특정인들의 의사가 반영되면 사법의 독립성이나 재판의 객관성, 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고 했다. 천 처장은 "(특별재판부)재판 결과에 따라, 혹은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위헌적 조치라는 주장을 할 것"이라며 "만약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단을 받게 되면 역사적 재판이 무효화되는 엄중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천 처장은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안에 대해서도 일부 반대 의사를 밝혔다. 천 처장은 1일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5개 사법개혁안 중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와 영장 사전심문제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대법관 증원, 법관 외부 평가 도입, 대법관 추천 방식 개선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3일 한겨레는 대법원의 반성 없는 태도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 <‘특별재판부’ 반대 앞서 ‘내란 재판’ 신뢰 제고 힘써야>에서 "사법개혁 요구는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 판사의 황당한 구속취소 결정과 비상식적 재판 진행이 발단이 됐다. 내란 재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는데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아무 조처 없이 수수방관했다"며 "대법원은 덮어놓고 반대를 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법원은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 ‘재판 공정성에 대한 신뢰 저하’를 이유로 반대한다. 대법원이 지금 내란 재판의 공정성을 말할 처지인지 의문"이라며 "물론 내란 사건만 전담하는 재판부를 국회 주도로 설치하는 것에 대해 위헌 논란이 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나올 정도로 지귀연 재판부에 대한 불신이 고조된 상황은 보이지 않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한겨레는 과거 전두환·노태우 내란 사건 재판의 경우 사법부 스스로 전담재판부를 지정해 특별재판부처럼 운영했고, 그 결과 '성공한 쿠데타'에 대한 역사적 단죄를 1년 만에 끝냈다며 "대법원은 지 판사의 향응 접대 의혹도 사실상 뭉개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신뢰 회복을 위한 조처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재판 독립'만 이야기하고 있다"며 "도대체 그 '재판 독립'은 누구를 위한 독립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같은 날 이충재 전 한국일보 주필은 '이충재의 인사이트' 칼럼 <'지귀연 향응' 발표, 안 하나 못하나>에서 "대법원이 지귀연 부장판사 접대 의혹 조사에 착수한 지 3개월이 지났는데도 결과를 내놓지 않아 의문이 커진다"며 "지 부장판사 논란이 정리되지 않으면서 내란 재판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양상이다. 윤석열은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7번 연속 불출석했지만 지귀연 재판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주필은 지 부장판사가 공판기일을 한 달에 3~4회꼴로 정하고 여름 휴정기 동안 휴가를 가는 등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할 뜻이 없음을 드러내는데 취임 때부터 신속 재판을 강조한 조희대 대법원장은 일언반구도 없다며 "이러니 여당에서 특별재판부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게 터무니없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주필은 "법원행정처는 특별재판부 설치가 사법부 권한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펴지만 그에 앞서 지 부장판사 처리 등 법원의 자정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시각"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2025 정기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향신문은 지귀연 재판부로 인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높지만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해법이 아니라고 했다. 3일 경향신문은 사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과유불급 아닌가>에서 "내란사건 재판부가 규정·관행에 반하는 해괴한 법논리로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했던 게 국민적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윤석열의 막무가내식 법정 출석 거부와 재판부의 무른 대응,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구속영장 기각 등을 보면서 사법부가 사안의 중대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재판에 임하는지 국민 상당수가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내란특별재판부 설치가 해법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당장 위헌 시비를 피할 수 없다. 특히 내란 피해자이자 재판 이해당사자 격인 여당이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건 삼권분립 훼손과 사법 독립성 침해로 비치기 십상"이라며 "내란특별재판부가 국민 눈높이에 맞고 법과 원칙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더라도 사회 일각에선 재판부 구성의 위헌성·정파성을 문제 삼아 불복하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국민통합 계기가 되어야 할 내란 단죄가 도리어 국론 분열의 불쏘시개가 되어서야 되겠는가"라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12·3 내란은 국가질서를 유린한 폭거였다. 이 예외적 사태를 일상적 질서의 틀에서 단죄하는 것 자체가 12·3 내란이 현행 질서에 반하는 반국가적·반사회적 중죄라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결정이 그러했거니와, 전 국민이 목격자인 내란의 진실 앞에서 사법부 판단도 근본적으로 다를 수 없다고 본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 비판에 집중했다. 3일 조선일보는 사설 <친여 '특별 재판부' 만드는 이유는 결국 '판결 불만'>에서 "지 판사는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이 구속 기간 만료 상태에서 기소됐고,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이 모호하다는 점 등을 들어 구속을 취소했었다"며 "당시 법리적으로 논쟁이 있었던 사안이지만, 판사의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마음에 드는 판결을 해줄 재판부를 따로 만들겠다는 것은 민주 법치 국가의 기본 틀을 벗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판사 한 명을 재판에서 배제하겠다고 특별법까지 만들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며 "이미 재판 중인 사건에 정치 권력이 관여해 판사를 맘대로 바꾸는 것은 상식 밖"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도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우려 지점을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밀어붙이는 것은 사법부를 압박해 재판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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