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기간 228일→120일로 획기적 단축

32개 직종, 특별진찰 생략하고 판정위 심의로 처리 반도체 종사자 백혈병 등은 역학조사 생략 산재 판단에 AI 시스템 활용…국선대리인 도입

2025-09-02     박대형 기자

[미디어스=박대형 기자] 고용노동부가 '업무상 질병'과 관련한 산업재해 처리 기간을 대폭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담긴 내용으로 국정기획위원회가 신속 추진과제로 제안한 바 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1일 '업무상 질병 산재 처리 기간 단축 방안' 브리핑에서 "산재 신청 후 아픈 몸으로 길게는 수 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신속하게 보장하겠다"며 평균 228일 걸리던 산재 처리 기간을 오는 2027년 120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7월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관련 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부는 전체 업무상 질병의 51%를 차지하는 근골격계 질환과 업무상 인과관계가 상당하다고 인정된 32개 직종에 대해 특별진찰을 생략하고 판정위원회 심의만으로 결론을 낼 방침이다. 환경미화원, 내장인테리어목공, 건축석공, 중량물 배달원 등이 해당된다.

현재 특별진찰에 추가로 걸리는 시간은 평균 166.3일로 이를 생략하면 처리 기간이 크게 단축될 전망이다. 노동부는 건설업의 시스템비계공, 방수공 등 현장 제안이 있었던 직종에 대해서도 노사·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인과관계가 입증된 직업병에 대해선 역학조사 의뢰 절차가 생략된다. 반도체 제조업 종사자의 백혈병, 광업 종사자의 원발성 폐암, 급식실 조리 노동자의 조리흄(유해가스) 노출로 인한 폐암 등 질병과 유해물질에 대한 연구·조사가 충분히 이뤄져 상당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 판정위원회 심의만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역학조사는 질병 원인이 분명한 경우 연구기관에서 유해 요인과 노출 정도 등을 분석해 업무 관련성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로 역학조사에 추가로 걸리는 시간은 현재 평균 604.4일에 달한다.

질병 추정이 적용되는 산재 노동자의 업무 관련성 입증 부담도 낮추기로 했다. 근골격계 질병, 뇌심혈관계 질병, 직업성 암, 정신질병 중 유해 요인 노출 수준이나 근무기간 등의 일정 기준을 충족해 업무관련성이 강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특별진찰·역학조사·판정위 심의 없이 근로복지공단의 재해조사만 거치면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 (연합뉴스)

노동부는 재해조사 기능 강화를 위해 근로복지공단 소속 64개 기관에 '업무상질병 전담팀'을 신설하고,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해 신속성·공정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노동부는 올해 연말까지 '집중 처리 기간'을 운영해 장기 미처리되고 있는 특별진찰·역학조사 사건을 집중적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아울러 재해조사 전문가 교육을 의무화하고 산재 판단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구축, 활용하기로 했다.

내년에는 산재 신청부터 불승인에 대한 이의제기까지 재해노동자에게 무료로 법률 서비스를 지원하는 국선대리인 제도를 도입하고, 패소율이 높은 질병에 대해서는 업무상 질병 관련 행정소송 판례를 분석해 인정 기준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김 장관은 "이번 대책은 그동안 산재 처리 기간 지연으로 불편을 겪어온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한 것"이라며 "산재보상보험법의 핵심 가치인 '신속하고 공정한 산재보상'이라는 제도 본연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산재 처리 기간 단축이라는 목표에만 매몰되어 산재 불승인을 남발하는 등 공정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산재 처리를 고의로 지연시키거나 허위 자료를 제출하고 산재 신청 노동자에게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사업주에 대한 제재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산재 처리 기간 단축의 핵심은 추정의 원칙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산재 처리 기간이 기한을 넘길 경우 우선 보상하는 선보장 제도를 도입하도록 산재보험법을 개정하는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신속히 입법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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