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 기술에서 서비스로 전환이 필요한 이유
[기고] 우주경제 시대의 정책 설계 전략
[미디어스=김병수 칼럼] 우리나라는 지난 40여 년의 투자를 통해 누리호 발사 등 세계가 인정하는 우주기술 보유국의 지위를 얻었다. 그러나 세계 우주산업은 이미 기술적 성취를 넘어 기술을 토대로 한 서비스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다. 기술 중심의 전방산업(Upstream)에서 서비스 중심의 후방산업(Downstream)으로 무게의 축이 이동하였고 속도는 가속화되고 있다. 이제는 “로켓을 쏘아 올릴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주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는 우주경제 시대가 되었다.
글로벌 시장 수치를 보면 이런 변화의 흐름은 분명하다. 2023년 세계 우주산업 규모는 5,780억 달러에 이르렀다. 하지만 제작이나 제조 등 기술 중심의 Upstream 시장은 30% 수준인 1,700억 달러 수준인 반면 위성통신, 내비게이션, 원격탐사 등 Downstream 서비스 시장은 전체의 70% 이상인 4,000억 달러에 달한다. 성장 속도 역시 Downstream 부문이 Upstream보다 두 배 가까이 빠르다. 모건스탠리는 2040년까지 우주경제 규모는 1조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대부분이 '서비스' 영역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이 수치는 기술경제학적으로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기술은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이 아니라는 의미다.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능력이나 위성을 보유하는 역량은 산업 생태계의 토대가 될 수는 있으나 그것 자체로는 경제적 가치 창출에 한계가 있다. 기술이 실질적인 파급력을 가지려면 국민 생활과 경제 활동 속에서 서비스로 전환되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만 한다. 예를 들어, 위성 데이터는 단순히 궤도 상에서 수집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농업 생산성 개선, 물류 경로 최적화, 재난 예측과 대응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쓰일 때 비로소 경제적 부가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사례는 이 흐름을 잘 보여준다. 미국은 위성 데이터와 발사체 수송을 민간에 개방함으로써 수많은 스타트업이 날씨 예측, 항공 모빌리티, 물류 최적화 등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다. 특히 SpaceX나 Planet Labs와 같은 기업들은 기술혁신을 넘어 데이터와 서비스를 상품화하며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유럽 또한 Copernicus 프로그램을 통해 대규모 위성 데이터를 공개하고, 이를 활용한 농업관리, 환경보호, 재난대응 등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는 위성 데이터를 통해 서비스 혁신을 촉진하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우주정책은 아직 기술적 성취 단계에 머물러 있다. 2024년도 우주개발진흥시행계획 기준 우리나라의 Upstream 투자 비중은 약 94% 수준에 이른다. 누리호 발사 성공이나 다목적 실용위성 등 위성 확보와 같은 기술역량 확보도 중요하다. 하지만 성과가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산업 생태계는 여전히 부족하다. 민간이 위성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발사체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환경과 지원 체계가 매우 미흡하다. 결국 기술적 역량은 축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서비스, 즉 시장과 일자리가 충분히 창출되지 못하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우주개발의 궁극적 목적은 기술의 축적이 아니다. 그것을 통해 국민 생활의 질을 높이고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서비스가 우주생태계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위성 데이터 개방 및 민간 활용 확대 △스타트업과 민간 기업의 우주 서비스 진입 지원 △정부·학계·기업이 협력하는 생태계 조성 △안보와 상업적 활용을 아우르는 균형 잡힌 우주정책의 설계가 필요하다.
21세기 중반을 향해가는 지금, 우리나라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축적된 기술이 국민 경제와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우주 서비스 산업을 키우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나라는 단순히 기술 보유국을 넘어 우주경제 시대를 선도하는 서비스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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