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상대로 성공적 방어
[김민하 칼럼]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한미정상회담이 롤러코스터 같은 과정을 거쳐 일단 마무리 되었다. 이로써 이재명 정권의 대외정책은 일단 첫 번째 고비를 넘겼다고 볼 수 있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이상징후는 대통령실의 3실장이 모두 미국으로 향하면서 감지되었다. 국가안보실장이나 정책실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비서실장이 움직인 것은 심상찮은 일이다. 대통령이 자리를 비우면 비서실장이라도 국내에 남아 역할을 하는 게 상식적인 판단일 것이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만든 SNS인 트루스소셜에 괴담을 올리면서 불안한 분위기는 극에 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는데, 별도 설명에서 이게 특검이 오산 미군기지와 교회를 압수수색 한 것에 대한 이야기임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결국 윤석열의 내란과 떼어 놓고 볼 수 없는 문제가 되기 때문에 혹시 전직 대통령인 자이르 보우소나르에 대한 사법절차를 중단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율의 관세를 매긴 브라질과 같은 사례가 되는 게 아닌지 우려가 나올 수도 있는 문제가 되는 거였다.
물론 실상은 그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걸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 수사에 대해 별로 좋은 기억을 갖고 있지 않다. 또 미국 내 극우 스피커들이 그동안 한국의 새 정부에 대해 좋지 않은 이미지를 주입해 온 점도 있다. 이런 점이 트럼프 특유의 ‘최대 압박’ 의지와 결합해 나온 메시지였던 걸로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협상이 특별히 갈등을 일으키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면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방향의 메시지를 고집할 필요는 없는 거고, 때문에 오해였다는 얘기로 정리된 것일 테다.
오히려 정상회담이 마무리 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180도 달라졌다고 할 만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위대한 지도자”라고 했고 “미국의 완전한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정상회담을 통해 원하는 것을 충분히 얻었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는 뜻일 거다. 그렇지 않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무언가 돌발적인 기행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시점까지 노출된 바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와중에 그러한 일을 한 바도 없다. 이는 그만큼 한국이 협상 준비를 잘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발 행동을 한다는 것은 정상회담에 그만큼 재량이 주어져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실무 단위의 사전 협상이 촘촘하게 진행되면 ‘재량’은 아무래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 정부는 대통령실 3실장에 조현 외교부 장관까지 실무 역량을 총동원해 사전 협상에 공을 들였다. 이 결과가 ‘트럼프 변수’의 최소화를 만들어 내는 데 일정 정도 역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른 성과는 명확해 보인다. 한미정상회담 이전 언론은 주한미군 역할 변경 및 이에 따른 감축, 국방비 및 방위비분담금 인상, 이전에 약속한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가운데 직접투자 비중 상향,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등 대목에서 압력을 예상했으나 트럼프의 유효한 메시지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 등 대북 접촉에 대한 기대감 등 안보 이슈 일부에 국한되었다. 이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상식’에 대하여 성공적인 방어전을 치렀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여전히 쟁점은 남아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싶다고 발언했다. 한국 정부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북미 간의 접촉은 한국으로서는 기회이면서 동시에 리스크가 있을 수밖에 없는 양날의 검이다. 이번에 경제인들이 함께 방한하면서 1500억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 패키지를 준비해야 했던 것도 일종의 정치적 ‘부채’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후에 정책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진행한 한일정상회담에서는 과거사 문제를 봉합이라는 형태로 남겨 놓은 대목도 있다.
이 하나하나가 결코 쉽게 해결을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치열한 논쟁과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국내적으로 다양한 주체들이 진지하게 접근해야 이재명 정권도 대외적으로 여러 할 말이 생긴다. 그런데 국정운영의 한 축이어야 할 보수야당은 의전 문제를 트집 잡는 정도의 메시지로 일관하며 나라의 운영과 관계된 의제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전당대회에 출마한 김문수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적 SNS 메시지를 아전인수해 자신을 선전하는 기회로 삼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 뭐라고 할 것인가? 수권능력을 상실한 모습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시간이 한참 걸리겠지만, 국가적 난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여의도 정치가 어떤 과정을 거치든 정상적 궤도로 하루빨리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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