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노란봉투법 반대 논리로 '윤석열 거부' 내세워

"두 번이나 거부권 행사를 했을 정도로 논란 많아" 보수·경제지, '기업 엑소더스' 재계와 한목소리 경향신문 "진짜사장 교섭, 노사 소모적 갈등 줄여" 한겨레 "경영계, 하청 통해 사용자 책임 회피"

2025-08-25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수십억 원의 손배 폭탄으로 입법 논의가 시작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보수·경제지가 '재계의 호소를 외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보수언론은 '파업 공화국' '귀족노조를 위한 법'이라고 규정, 노란봉투법을 비판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노동자 혐오가 극에 달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떠받들었다. 

그러나 이번 노란봉투법은 대법원 판례를 명문화했을 뿐으로, 오히려 노동자 개인에 대해 손배 책임을 묻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진짜 사장이 교섭하라' '손배 폭탄으로 노동자와 그 가족을 사지로 내몰지 말라'는 취지의 노조법 개정이 완전하지는 않지만 첫발은 뗐다는 평가다.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국민의힘 불참 속에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란봉투법은 지난 24일 재석의원 186명 중 찬성 183표, 반대 3표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 종결 후 표결에 불참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가 원청기업과 직접 교섭하도록 하고,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한 기업의 손배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정의해 원청 기업의 교섭 책임을 명시했다. 노조법에 따른 합법적 노조 활동에 대한 손배를 청구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정리해고·폐업 등 중대한 경영상 결정을 합법적 파업 대상에 포함시켰다. 법 시행 유예기간은 6개월이다.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는 24일 논평에서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다. 이번 노란봉투법이 법을 지키지 않는 자본가들이 법의 허술한 점을 비집고 들어가 만들어낸 창살없는 '돈의 감옥'에 갇힌 '노동권'이 해방될 수 있는 '작은 출구'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며 "‘출구’를 만들어낸 선두에서 ‘돈의 감옥’의 처참함을 온 몸으로 세상에 드러내준 건, 사법부가 기존 ‘판례’를 변경할 수밖에 없도록 천문학적 손배청구에도 굴하지 않고 ‘교섭’을 시도해온 많은 노동자들의 투쟁 덕분이었음을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손잡고는 "손해배상 책임 제한 개정은 법의 통과에 대한 안심 대신 과제와 숙제를 남겼다"고 했다. 손잡고는 "이번 노조법 3조는 개인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지 못했다"며 "단 소송이 진행되었을 때 사용자의 불법행위가 원인제공을 한 것에 대한 정당방위의 성격이었는지, 개인의 배상책임을 따질 때 개인의 기여 여부와 배상 능력 등을 법원에서 판단하도록 근거 기준을 담았다"고 했다. 헌법상 노동권은 단결권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쟁의행위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묻는 것을 법에서 원천적으로 막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파업이 일상화 돼 기업이 무너질 것이라는 재계의 주장을 지적했다. MBC는 기사 <"기업 무너진다?"‥노란봉투법 오해와 진실>에서 "이미 대법원은 10년 전부터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해왔다. 이번 개정은 그 법리를 명확히 하자는 것"이라며 "경영상 결정까지 교섭 대상이 되면 기업이 다 떠날 거라고 경영계는 우려한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경영상 결정은 단체교섭의 대상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조합원, 진보당, 사회민주당 등 정당 당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후퇴 저지 및 신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5일 경향신문은 기사 <노란봉투법 통과···제2의 ‘성기훈’ 이젠 막을 수 있을까>에서 "노란봉투법이 하청 노동자에게도 교섭권을 부여하는 점은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한다"며 "국제노동기구(ILO)는 하청 노동자들의 원청에 대한 교섭권 등이 핵심협약인 결사의 자유 협약(87·98호)에 맞는다고 일관되게 해석해왔다"고 설명했다. 경향신문은 "미국에선 ‘공동사용자’(Joint Employer) 법리에 따라 하청 노동자에게도 원청 교섭권을 부여하는 추세가 보인다"며 "2023년 10월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가 발표한 시행령에 따르면 ‘임금, 업무 할당, 안전’ 등의 근무 조건 중 하나 이상을 공동 결정할 경우 공동사용자로 본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파업권 보장 역시 세계적 추세는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쪽이다. 영국은 파업 노동자 개인에 대한 손배 청구를 금지하고, 노조에 대한 손배 상한액도 약 4억원으로 제한한다"며 "프랑스는 하청 노동자가 원청기업을 상대로 한 파업을 합법으로 규정하고, 독일의 경우 손해배상 소송은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하고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노사상생’ 노란봉투법 마침내 통과, 시행 준비 만전 기하길>에서 "기업의 과도한 손배소와 가압류에 배달호·김주익 노동자가 죽음으로 항의했던 게 2003년이다. 이후 2014년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에 대해 47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뒤 시민들이 노란봉투에 성금을 담으면서 입법운동이 촉발됐고,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에 대한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계기로 노조법 개정은 탄력이 붙었다"며 "지난 20년간의 지난한 입법 과정을 돌이켜보면 이제라도 결실을 보게 된 것은 다행스럽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재계와 보수세력은 여전히 노란봉투법을 반기업법이라고 호도하지만, 사업장의 갈등·분쟁을 교섭이 아닌 손해배상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무늬만 사장’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자의 교섭 의무가 명확해지면, 오히려 노사 간 소모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저임금·장시간 노동 속에서 산업재해가 빈발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전향적으로 개선되는 전기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겨레는 사설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노사관계 새틀 짜기 시작됐다>에서 "국회 통과 직전까지도 경영계와 국민의힘은 산업 현장의 질서를 파괴하는 법안인 양 공포 마케팅을 벌였다"며 "하지만 이런 우려와 달리, 노란봉투법은 산업 현장의 극단적이고 소모적인 갈등을 줄이고 상생적 노사관계의 새 틀을 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경영계는 과도한 책임 지우기라고 반발하지만, 그동안 하청을 통해 사용자 책임을 회피해온 문제를 바로잡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하청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진짜' 사용자를 찾느라 극한 투쟁에 나서는 경우가 허다했다. 원청이 산업안전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는 사이, '위험의 외주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다만 정부가 노사의 자율적 교섭을 최대한 보장하고, 갈등이 불거졌을 때에는 입법 취지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라고 제언했다. 필요하면 보완 입법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는 법 시행 전에 사용자·쟁의행위 범위와 교섭 절차·방식을 구체화 해 지침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보수·경제지는 정부여당이 기업을 외면했다는 내용의 사설을 쏟아냈다. 

조선일보 <모든 우려에 귀 막고 ‘노란봉투법’ 강행 처리, 진실의 순간 온다>

중앙일보 <경제계 호소 외면한 노란봉투법 강행…보완입법 시급>

동아일보 <후폭풍 거셀 노봉법 국회 통과… 보완입법 급하다>

세계일보 <반기업 입법 강행 ‘유감’… 노란봉투법 보완 서둘러야>

국민일보 <끝내 노란봉투법 통과, 경제 현실에 반한 여권 폭주다>

한국경제 <노란봉투법 쟁점, 사법부에 떠넘긴 당정의 직무유기>

매일경제 <노란봉투법 6개월후 시행, 사용자 방어권 반드시 보완을>

서울경제 <노봉법 통과로 기업들 불안, 보완 입법 지연 땐 ‘패닉’>

조선일보는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내세웠다. 조선일보는 "직전 대통령이 두 번이나 거부권 행사를 했을 정도로 많은 논란과 우려 속에 통과된 노란봉투법은 이제 현실이 됐다"며 "우리 경제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지 드러날 ‘진실의 시간’도 멀지 않았다. 산업계가 일시에 붕괴되진 않겠지만 상당한 후폭풍이 불 것이란 예상엔 큰 이견이 없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법안은 잘못된 사실 관계를 기반으로 추진됐다. 민주당은 ‘선진국 수준으로 가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선진국의 실상은 그렇지 않다"며 "하청 노조의 원청 교섭허용(노조법 2조)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손해배상 책임제한(노조법 3조) 역시 해외에선 파업 시 사업장 점거가 아예 불가능해 제한 자체가 없다. 노란봉투법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면, 어떻게 주한 미상의(암참), 주한 EU상의가 일제히 법안에 대해 공개 반발을 했겠는가"라고 했다. 

지난 2월 13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노조법 2·3조 개정을 수차례 권고해왔다. 지난달 29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유럽연합이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할 때 한국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요청한 적이 있다며 "자유무역을 하는 데 한 나라가 국제기준에 못 미치면 이를 저임금 덤핑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국내 및 외국투자기업의 ‘엑소더스(탈출)’가 우려된다'는 경제6단체의 입장을 전하며 "이런 우려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확대된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이 불분명해 분쟁의 소지가 늘고, 다툼의 여지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이 법 때문에 한국이 '파업 공화국'으로 전락하고, 산업질서가 무너져 0%대로 떨어진 성장률이 더 낮아지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며 ▲사업장 점거 금지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등을 보완입법 사항으로 내걸었다. 

한국경제는 "우리 경제가 ‘시한폭탄’을 안게 된 것과 마찬가지다. 6개월 뒤 시행될 이 법의 핵심은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하지만 그 전제가 되는, 원청이 행사하는 ‘실질적 지배력’의 기준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결국 해석은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사법부가 원청을 판단·해석하는 것을 두고 '입법부·행정부의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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