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은 배신자" 전언의 셈법

[김민하 칼럼]

2025-08-22     김민하 저술가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초반에는 전한길, 막판에는 김건희’.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한 조선일보라는 어느 신문의 요약이다. 그 말대로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과 ‘여사님 말씀’에 휘둘리는 기이한 형태로 진행되었다. 22일 일단 전당대회가 열리지만 결선투표 가능성이 있어 26일까지는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윤석열 김건희 부부가 모두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라는 점을 생각하면 황당한 상황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김건희 씨가 지난 6월 3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대통령 선거에 투표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언론에 의해 한때 ‘대통령의 멘토’라는 수식어가 붙었던 신평 변호사의 행보와 이를 둘러싼 대립은 기이하다. 그는 김건희 여사를 접견한 후 여기서 나눈 대화를 공개했는데, 특이한 것은 김건희 여사 측이 신평 변호사의 ‘전언’을 부인하면서 반발하는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한동훈이 그렇게 배신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앞길에는 무한한 영광이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 아니냐”라는 말이 논란의 핵심이다. 신평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가 이 말을 했다고 주장하는데, 김건희 여사 측은 이런 말은 하지 않았고 신평 변호사가 무리한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 사람은 말을 부풀려 하는 경향이 있고 다른 한 사람은 뻔한 것도 잡아 떼는 스타일이니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다만 주목할 점은 신평 변호사의 여러 발언 가운데 김건희 여사 측이 유일하게 반발하는 대목이 바로 저 ‘한동훈’ 발언이라는 점이다. 왜 김건희 여사 측은 유독 저 부분만 문제삼는 것일까? 이는 결국 법적 리스크와 연관 지어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김건희 여사가 받고 있는 혐의는 물론 여러 건이 있지만, 국민의힘 공천 개입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수사기관을 비롯한 많은 이들은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의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의 과정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또는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이 맥락에서 보면 신평 변호사의 ‘전언’은 마치 ‘총선을 앞두고 한동훈이 배신한 것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라는 말처럼 들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여당 비대위원장으로 보냈으면 김건희 특검 등을 막고 이를 위해 여당 국회의원을 ‘친윤’으로 채우는 등의 역할을 충실히 했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자기 정치를 하려고 들었기 때문에 그를 막거나 응징하기 위한 일련의 일들을 감행할 수 밖에 없었다는 거 아니냐는 거다. 따라서 ‘한동훈’ 발언이 실재했다면 김건희 여사 입장에서는 심히 곤란한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니 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도 이 대목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19일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6차 전당대회 3차 텔레비전 토론회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렇다면 여기서 볼 것은 ‘김건희 여사의 메시지’를 세상에 알리는 사람의 입장이다. 그는 무엇을 노리고 김건희 여사와의 분쟁을 감수하는 것일까?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반탄 대 찬탄의 구도로 흘러왔다. ‘윤 어게인’을 외치는 반탄파들의 입장에서 윤석열 김건희 부부의 태도 및 역할은 상당히 중요한 쟁점이다. 이때 김건희 여사의 메시지를 직접 받은 인사가 나타나 ‘한동훈은 배신자’라는 신탁을 전하면, 반탄파 지지층 내에서 이러한 인사의 지위는 ‘제사장’(?)의 자리에 이를 수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잠시 침묵하다 이 건을 역이용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 같다. “나는 무한한 영광을 대가로 준다 해도 매관매직과 불법을 막는다”고 쓴 거다. 그러나 이 논쟁은 찬탄파들의 입지 강화로 이어지기보다는 반탄파의 마케팅에 활용되는 측면이 훨씬 큰 듯하다. 대표 당선이 유력한 김문수 후보가 “부부를 다 같이 구속시켜서 온갖 잔혹 행위를 하고 있는 특검은 정말 역사에 죄를 짓고 있다”고 반응하는 것을 보라.

시중에는 결선투표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시각이 많다. 김문수 장동혁 두 후보가 결선에 진출해 ‘김-장 결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찬탄파 측은 누구를 지지해야 할까? 당내 주류였던 친윤계와 전한길 씨 등이 장동혁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에 반발해 김문수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표를 몰아줄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혁신’을 말하는 사람들이 지금 이 판국에 김문수 장동혁 두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해야 할지를 실제로 고민한다면, 그들이 말하는 ‘혁신’은 과연 스스로를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할까? ‘초반에는 전한길, 막판에는 김건희’라는 평이 드러내는 바는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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