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AI, 개방형 모델로 마중물 설계해야
[기고] 사업의 성패, 투명한 거버넌스와 개방성에 달려
[미디어스=권오석 칼럼] 최근 전북에서 시작된 피지컬AI 산업 기반 조성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추진될 길이 열렸다. 이는 단순한 연구단지 조성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인공지능 하드웨어·로봇·자율주행 등 물리적 세계와 연결되는 차세대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느냐의 시험대다.
그러나 대규모 국비 투입 사업이 항상 그렇듯, 초기 설계 단계에서 투명성과 확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전시성 단지나 ‘보여주기식 사업’의 전철을 밟을 위험도 동시에 존재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독립 운영법인의 설립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대학, 기업, 금융기관이 공동 출자하여 법인을 세우고, 예산 집행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되 성과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물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이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휘둘리지 않고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를 확보하는 전제조건이다. 동시에 이사회와 경영진은 예산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어느 기업이 참여했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보고해야 한다.
둘째, 정부가 투입하는 수천억 원 규모의 예산은 반드시 민간자본의 대규모 매칭 투자와 연계돼야 한다. 참여 기업들이 최소 10조 원 이상의 공동투자 계획을 세우고, 그 로드맵을 내년 예산 집행 전에 제출하도록 조건을 걸어야 한다. 대기업은 물론 중견·스타트업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금융권과 연기금, 해외 국부펀드까지 끌어들이는 개방형 투자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비 투입이 ‘마중물’로 기능하고, 사업이 지역 한정 프로젝트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셋째, 이 사업의 성과물은 소수 대기업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전북에 세워질 테스트베드와 인증센터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나아가 일반 국민에게도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 시험 장비와 시뮬레이터, 공용 데이터셋, 소프트웨어 개발도구를 누구나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중소기업 전용 실증 슬롯을 보장해야 한다. 또한 여기서 나온 인증 기준과 표준은 공공 플랫폼을 통해 투명하게 공유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기술을 시험하고 사업화를 추진할 수 있다.
넷째, 인재 양성과 지역 확산을 놓쳐서는 안 된다. 전북대와 KAIST 등과 연계한 피지컬AI 전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재직자 전환교육과 청년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결합해 지역의 청년과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나아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자율주행, 로봇 체험, 데이터 활용 교육을 제공한다면 주민 수용성과 긍정적 여론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결국 피지컬AI 사업의 성패는 투명한 거버넌스와 확장 가능한 개방성에 달려 있다. 독립 법인을 통한 자율적 집행과 성과 책임, 10조 원 이상의 민간 매칭 투자 확보, 국민과 스타트업에게 개방된 테스트베드, 그리고 인재 양성과 지역 확산 전략이 결합될 때 비로소 대한민국은 전북을 시작으로 AI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장치가 빠진다면, 또 한 번의 대규모 국책사업이 ‘빛 좋은 개살구’로 끝날 위험이 크다.
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금 요구해야 할 것은 간단하다.
성과를 숫자로 제시하라.
매칭 투자를 계약으로 확보하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개방형 모델을 설계하라.
예산 투입은 그 이후에야 정당성을 가진다. 이제는 탑다운 방식의 일방적 투입이 아니라, 국민이 참여하고 기업이 투자하며 지역이 성장하는 확장형 AI 국가 전략을 구현해야 할 때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