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KBS, 악랄한 소송 멈추고 부당해고 작가 복직 이행하라"
KBS, 중노위 결정 불복…행정소송 제기 "KBS에 면담 요청했으나 무시로 일관"
[미디어스=박대형 기자] 충북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가 KBS청주방송총국을 향해 해고 방송작가의 복직명령을 당장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충북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지난 19일 KBS청주총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악랄한 소송으로 노동자 피 말리는 KBS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복직명령 즉각 이행으로 불법 고용행태를 바로잡고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했다.
KBS청주총국은 지난해 11월 29일 프로그램이 폐지됐다는 이유로 13년간 방송작가로 일해온 A 씨를 부당해고했다. A 씨는 충북지방노동위원회(충북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접수했고 지난 3월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충북지노위는 A 씨가 프리랜서가 아니라 노동자로 해고 통보를 서면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검토할 것 없이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KBS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그러나 중노위도 A 씨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원직복직 명령을 내렸다. 지휘·감독을 받았으며 반복 갱신 근로계약으로 2014년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KBS는 중노위 결정에도 불복하고 지난 5일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KBS, 소송으로 노동자 사지로 내몰아"
충북 노동·시민단체들은 "KBS에서 반복되는 부당해고는 심각한 법 위반"이라며 "이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를 당하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침묵했기 때문이지 해고가 부당하지 않아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노동위원회 판정을 받아도 짧게는 4년, 길게는 6년 넘게 걸리는 소송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KBS청주총국은 이를 악용해 판례가 쌓여 있는 너무도 명백한 판정문을 받고도 불복 소송을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노동위원회 판정을 존중하겠다던 거짓 공언으로 노동자를 기만하고, 부당해고 및 복직명령 불이행으로 불법을 반복하고, 악랄한 소송으로 노동자를 사지로 내모는 일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우리는 방송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해고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1년 12월 지상파 3사 보도·시사·교양 프로그램 방송작가에 대한 기획근로감독을 실시해 조사 대상 363명 중 152명(41.9%)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MBC 방송작가, CJB청주방송 고 이재학 PD의 노동자성 인정 판결을 시작으로 춘천MBC, YTN, UBC울산방송, 광주MBC, KBS강릉, CBS경남 등에서 '무늬만 프리랜서'인 노동자들에 대한 부당해고 판정이 이어졌다.
이들은 "노동자성 인정을 다투는 지리한 소송 중에 이재학 PD를 잃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유사한 고용형태와 부당한 계약해지가 반복되고 있고 심지어 공영방송이 노동위원회 판정을 불이행하는 상황까지 벌이고 있다"며 "이재학 PD와 같은 억울한 노동자를 만들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KBS청주방송총국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그는 이를 거부하며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부당해고 당사자인 방송작가 A 씨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도 생방송을 위해 자리를 지켜야 했다. 그렇게 13년을 일하고도 갑작스럽게 해고당했다"며 KBS를 향해 소송을 멈추고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호소했다.
A 씨는 미디어스에 "KBS청주 라디오 제작 현장은 인력 부족으로 아나운서가 PD까지 겸하는 구조이지만, 실제 제작 업무 대부분은 작가들이 맡아왔다"며 "저 역시 매일 출근하며 회사의 지시에 따라 원고 작성은 물론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고 전했다. A 씨는 "'프리랜서'라는 이름이 붙었을 뿐, 실상은 전혀 자유롭지 않은 노동이었다"며 "그런데도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됐다"고 말했다.
A 씨는 "두 차례의 노동위원회 판정에서 부당해고임이 인정됐는데도 KBS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복직은 또다시 멀어졌다. 지금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이 문제는 제 개인의 문제를 넘어 방송사 프리랜서 노동 전반의 현실을 드러내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충북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8일 KBS청주총국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는 1006명의 탄원서를 김영훈 노동부장관에게 제출했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피켓 시위를 통해 KBS의 잘못된 고용관행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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