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다시 가동된 보수정치의 프레임 전략

[김민하 칼럼]

2025-08-19     김민하 저술가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보수언론 중심으로 지지율 하락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사면,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체제 등과 엮는 흐름도 나타난다. 광복절 특별사면을 기점으로 보수정치의 프레이밍 전략이 다시 가동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보수언론의 해설을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다.

‘조국 전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 등에 대한 사면과 진보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교육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은 중도 실용을 지향하던 이재명 정권의 기존 방향과는 명백히 다르다. 이는 문재인 정권으로의 회귀이다. 이 배경에는 보다 강경파적 해법을 천명하는 정청래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이 있다. 그렇잖아도 정청래 대표의 당선은 이재명 대통령의 뜻과는 다른 결과였다. 앞으로 이재명 정권은 반기업 정책, 내 편 챙기기, 위선, 내로남불 등으로 일관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얼마간 보수언론은 비판의 포인트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정치인이던 시절과 같은 방식으로 통치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이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조국 전 대표 사면이 일종의 빌미를 주는 효과를 낳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재명=문재인’의 공식이 작동할 수 있는 문을 연 것이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15일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에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조치로 출소하며 대국민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대표는 언론을 통해 자신의 사면이 국정수행 지지율 하락에 미친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n분의 1 정도”라고 했다. 이춘석 의원의 주식 투자 논란,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등 논란이 함께 영향을 준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사건과 조국 전 대표 사면이 같은 맥락에 묶여 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논란은 문재인 정권 당시 가상자산 과세 논란, ‘86세대는 부동산 등 자산 투자로 충분한 부를 쌓아 놓고 젊은 세대가 돈을 벌 수단은 봉쇄한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던 시기를 연상케 한다. 이춘석 의원 사건은 ‘진보’인 더불어민주당이 주식 관련 세금은 늘려 놓고 자신들은 뒤에서 미공개 정보를 활용해 이익을 거두고 있었다는 식의 ‘서사’를 구성하는 재료다.

그러나 이전까지 이러한 사건은 정권의 태도와 직결되는 것으로 보이진 않았다. 주식 관련 과세 체계는 여러 정책적 논란이 있는 사안이고 여당이 정부에 이견을 전달하는 등 행동에 나선 면이 있다. 이춘석 의원의 경우도 개별 의원의 일탈로 볼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조국 전 대표를 사면하면서 이러한 ‘서사’의 주인공은 이재명 정권, 더 정확히 표현하면 ‘이재명=문재인=민주당=진보’ 정권이 되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는 이러한 ‘서사’와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과정을 통해 활성화된 보수층이 보다 적극적으로 응답하고 범여권 지지층은 분열해 이완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지지율 회복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첫째는 이슈와 시기의 문제이다. 여의도 정치가 늘 그렇지만 이 구도가 영원히 가지는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도 실용’의 코드에 맞는 방식으로 정책 아젠다 셋팅을 한다면 앞서 보수의 프레이밍과 ‘서사’는 일부 깨질 것이다. 물론 이는 다시 말하자면 이재명 정권이 원래 구상했던 개혁 의제에서 국정운영 동력 확보를 위해 일부 후퇴하거나 시기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왼쪽부터)ㆍ조경태 후보가 17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차 텔레비전 토론회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둘째는 보수정치 자체의 한계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차마 눈 뜨고 못 볼 지경이다. 청년최고위원 후보들은 아직도 ‘계몽령’ 논쟁을 하고 있다. ‘찬탄파’ 대표 후보 진영 일부에서는 퇴행적 결과를 막자며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게 실현될 수 있을지, 실현되면 국민의힘이 근본적으로 무엇이 달라지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 회의적인 시각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가령 단일화를 추동하려는 한동훈 전 대표는 조국 전 대표에 대한 사면과 언론 보도에 대해 “탈옥을 한 것”이라며 무죄라면 재심을 청구하라고 했지만, 조국 전 대표는 판결에 승복한다고 말하고 있는데다 재심도 청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또 사면은 재판의 효력을 없애는 것이지 ‘탈옥’이 아니다. 조국 전 대표가 제대로 반성하고 있는가, 정치 일선에 이런 방식으로 다시 나서는 게 온당한가에 대한 논쟁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 오로지 여론몰이를 통한 정치적 이득에만 주목하는 이런 무책임한 주장을 예사로 내놓는 사람들이 ‘혁신’을 말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럼에도 보수정치의 ‘서사’ 전략을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가 있다. 문재인 정권 당시도 정권 초반 보수정치의 프레이밍은 먹히지 않았다. 그러나 정권에 정치적 부담이 누적되고 시간이 흘러 보수정치가 ‘혁신’으로 포장된 일련의 전략을 관철시킬 때, 누적된 ‘서사’가 힘을 발휘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 상황을 일시적 현상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하는 건 곤란하다. 다시 강조하지만 지지율은 회복될 수 있고, 회복될 것이다. 그럼에도 조국 전 대표 사면으로 인해 발생한 정치적 난국에는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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