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의결된 날, KBS내부 "박장범, 또 편성위 거부" 분통

실무자 위원들, 21일 '편성 개최' 재차 요구 사측 '방송법 부합하는 편성위원회 구성된 이후에' 이 대통령, '편성위 설치' 의무화 방송법 개정안 공포 이진숙 1인 방통위, 종사자 대표 자격 규칙 제정 불가능

2025-08-18     고성욱 기자

[미디어스=고성욱 기자] KBS(사장 박장범) 사측이 개정 방송법이 강제하는 편성위원회 개최 요구를 재차 거부했다. 

1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개정 방송법은 사측, 종사자 대표 동수의 편성위 설치를 의무화하고, 미구성 시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하지만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 1인 체제에서는 시행 불가능하다.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으로 편성위 종사자 대표 자격 요건을 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KBS 사측의 거부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편성위 실무자 대표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대응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실무자 위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장범 KBS 사장 (사진=KBS)

KBS 전체 편성위원회 실무자 위원들은 18일 공동 성명을 내고 “박장범 사장이 편성규약에 따른 실무자 측 위원들의 ‘전체 편성위원회’ 개최 요구를 다시 한번 거부했다”며 “이에 실망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KBS 실무자 위원들은 오는 21일 기한으로 재차 사측에 '편성위 개최'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안건은 '전체 편성위 운영 관련 세칙 개정' '조직개편 평가 및 후속 조치 협의' '부문별 편성위 운영 활성화 방안' '방송법 개정안 관련 대응 방안' 등이다. 

KBS 사측은 ‘전체 편성위 개최 거부’ 사유로 ▲‘방송법 개정안 관련 편성위원회 구성 요구건’은 국회를 통과한 방송법 취지에 부합하도록 새롭게 편성위원회가 구성된 이후 논의돼야 하고, ▲현행 편성규약에 따라 분야별 편성위원회를 개최할 수 있으며, 여기서 조정이나 해결되지 않은 사안은 전체 편성위원회에 상정할 수 있다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실무자 위원들은 “박 사장은 마치 회사에 현재 전체 편성위가 존재하는 것처럼 답변하고 있는데, 묻는다. 지금 회사에 전체 편성위가 있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앞서 KBS 직능단체 대표자들은 사측에 두 차례나 편성위 재구성을 요구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그러자 직능단체 대표자들은 전체 편성위 실무자 위원을 우선 선임하고, 사측에 ▲편성위 구성 ▲방송편성 책임자 선임 ▲보도책임자 임명동의 등을 안건으로 하는 편성위 개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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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실무자 위원들은 “현행 편성규약에 따른 편성위가 제대로 열리지 않아, 전체 편성위 개최를 요구한 것”이라면서 “분야별 편성위원회에서는 안건 채택이 일방적으로 거부당하고 있으며 정례 개최 또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전체 편성위는 지난해 말 이후로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6월 KBS 기자협회는 ‘KBS 대선보도 평가’를 위한 보도편성위 개최를 요구했으나 사측은 ‘개최하기 이르다’고 거부했다. 또 지난 3월 <추적 60분>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계엄의 기원2부’ 편이 편성 삭제 논란 끝에 순연 방송돼 PD협회는 TV편성위 개최를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전체 편성위 기능을 하던 교섭대표 노조의 공정방송위원회도 사측이 노조별 개별 교섭을 선언하면서 무력화됐다. 

KBS 실무자 위원들은 “(사측이)방통위 규칙 제정을 핑계로 대고 있다”며 “지금까지 누적된 분야별 편성위, 전체 편성위 현안은 어떻게 할 것이고, 지금부터 새 방송법의 실질적인 시행 시작 전에 발생하는 사안은 어디서 누구와 의논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을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개정안은 방송사업자와 종사자 대표가 각각 5명씩 참여하는 편성위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처벌 규정을 신설했다. 편성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 과정에서 '취재·보도·제작·편성 부문 종사자 대표'를 방통위 규칙으로 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행법상 방통위 규칙 제·개정은 의결 사항이다. 이진숙 위원장 1인 체제에서는 의결이 불가능하다.

KBS 실무자 위원들은 MBC, SBS, EBS 등 방송법 개정안의 적용을 받는 회사들은 이미 전체 편성위를 열고 협의를 시작했다며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될 KBS의 상황은 어떠한가. 전체 편성위 실무자 위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박 사장과 사측은 일체의 논의를 외면하고 있다. 무엇이 두려운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방송법에 따라 제정된 편성규약은 사규에 해당한다”며 “따라서 실무자 위원들은 회사의 계속된 전체 편성위 개최 거부가 사규 위반이라고 판단한다. 박 사장은 더 이상 사규를 위반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KBS 실무자 위원들은 “사규를 위반하는 사장에게, 회사를 이끌 자격은 없다”며 “만약 계속해서 사측이 전체 편성위 개최를 거부할 경우, 우리 전체 편성위 실무자 위원들은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 이에 대응할 것”고 경고했다. 

실무자 위원 대표를 맡고 있는 강윤기 KBS PD협회장은 '사측이 재차 편성위 개최를 거부할 경우, 어떤 대응에 나설 예정인가'라는 미디어스 질문에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회사의 입장을 한번 더 기다려본 뒤, 실무자측 위원들이 다 모여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협회장은 "계속해서 인내하며 기다리기에는 회사의 일방적인 전체 편성위 개최 거부가 명백한 사규 위반"이라면서 "상황을 가정해서 말씀드리기는 이르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대응해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실무자 위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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