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앞세운 정청래 개혁에 한국일보 "반쪽 국민 아닌가"

민주당 상임고문들 쓴소리 "과유불급" "정치 실종 안 돼" 정청래, 보수야당과 소통 끊고 '전광석화 검찰·언론·사법개혁' 한 민주당 의원, 언론에 "당원만 보고 가다 위기 빨리 올 수도" 경향신문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원로들 당부, 지당한 얘기" 동아일보 "야당 배제는 의회주의 포기… 개혁, 속도전만 능사 아냐"

2025-08-14     송창한 기자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원만 바라보지 말고 국민 전체를 아울러야 한다'는 당 원로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됐다. 

정 대표는 '전광석화' 같은 검찰·언론·사법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신설하면서 명칭에 '국민'을 넣었다. 하지만 '내란 동조 세력인 국민의힘과는 악수할 수 없다'며 야당과의 소통 여지를 원천 차단했다. '국민'을 앞세우고 실상은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개혁은 '반쪽 개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을 마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민주당 상임고문들은 정 대표와 간담회를 가졌다.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전 국회의장, 이해찬 전 대표, 정동영 통일부 장관, 이용득 전 의원 등이 참석했다. 문희상 전 의장은 "혁신은 빨리해 버려야지 지리멸렬해지면 동력을 상실하고 국민 신뢰를 잃게 된다"면서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이라고 말했다. 

문 전 의장은 "대통령은 통합에 방점을 찍었는데 당은 너무 급하게, '이때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이라며 "대한민국의 큰 흐름으로 봤을 때 정치 자체가 붕괴된 상황에서 새로운 정치를 모색하는 길은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고 했다. 임채정 전 의장은 "내란의 뿌리를 끊고 한국을 민주주의 반석에 올리는 데 앞장서 달라"면서도 "과격하지 말라"고 했다. 

정세균 전 의장은 "윤석열 정부가 파멸된 근저에 정치 실종이 있었다"며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다. 집권 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용득 전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께서 '국민보다 반보만 앞서 가라', '정치라는 건 국민을 위해 하는 건데 악마와도 손잡아라' 말씀하셨다"며 "그게 국민 눈높이 아니겠나"라고 했다. 

정 대표는 당원주권주의를 표방하며 당 대표에 오른 뒤 '내란 척결'과 '전광석화 같은 개혁'을 내세워 보수 야당과의 소통 가능성을 차단했다. 정 대표는 취임 후 범여권 4당 대표를 예방해 인사했지만 국민의힘·개혁신당 대표와는 만나지 않았다. 정 대표는 12·3 내란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있기 전까지는 국민의힘과 소통하지 않겠다며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경우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성폭력 재현' 발언을 했다며 만날 수 없다고 했다. 

14일 한국일보는 기사 <국민의힘은 뺀 채... '국민 개혁특위' 띄우고 '국민 임명식' 하는 與>에서 정 대표가 신설한 검찰·언론·사법개혁 특위 명칭에 주목했다. 한국일보는 "눈에 띄는 건 세 특위에 붙은 이름"이라며 "검찰개혁특위의 공식 명칭을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위'로 지었고, 사법개혁특위는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위'라 명명했다. 언론개혁특위 역시 '국민'이 포함된 이름을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날 오후 민주당 언론개혁특위가 출범한다. 

한국일보는 "하지만 정작 특위의 목표와 계획은 국민 전체보다 여권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는 데 가깝다"며 "(정 대표는)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대하는 대법관 증원,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도 추석 전(10월 6일)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을 협치 파트너로 인정할 수 없는 만큼 최소한의 합의 처리 노력은 불필요하다는 선언"이라고 했다. 한 민주당 수도권 의원은 한국일보에 "집권여당 대표라면 통합을 말해야지, 지금처럼 당원만 보고 가다가는 생각보다 빨리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국민' 앞세우는 여권… '반쪽 국민' 아닌가>에서 오는 15일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식 '국민임명식'에 보수 야당 인사들이 불참하는 데 대해 "국민통합이란 공약이 무색해졌고, 대외적으로도 볼썽사납게 됐다"며 "여권이 자초한 일"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외면하고 진영 논리에 치우친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확정했다.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과의 대화를 원천 차단했고,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에는 취임 인사도 가지 않았다"며 "민주당은 국회 다수 의석을 앞세워 검찰·사법·언론개혁 입법을 추석 전까지 완료하겠다는 일방적 목표를 세우고 3대 개혁 추진을 위한 기구에 ‘국민주권’ ‘국민중심’이란 이름을 붙였다.(중략)반대하는 야당과 국민은 무시한 채 설득·토론의 민주적 절차를 생략한 개혁 역시 '반쪽 개혁'에 불과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여권은 '당원'과 '국민'을 혼동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우리 편'만 국민으로 인정하고, 생각이 다른 국민은 배제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라며 "특정 당파의 수장이 아닌 모든 국민의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되기 위해 '국민'의 참의미를 되새기기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날 경향신문은 사설 <‘국민 보라’ ‘과유불급’ 원로들 쓴소리, 정청래 대표 새겨야>에서 정 대표의 행보에 대해 "압도적으로 지지한 당원들 기대에 부응하려는 것이겠지만, 그런 여당 대표 모습을 우려하는 국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당 원로들이 내란의 뿌리를 뽑겠다는 정 대표의 강한 개혁에는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힘쓰라고 당부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지당한 얘기"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정 대표는 원로들 조언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 말고 금과옥조로 새겨야 한다"며 "야당과 잘 싸우는 게 능사가 아니라 국민의 마음을 잘 읽고, 소통의 가교가 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력을 발휘하는 게 여당 대표 역할이다. 그것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 <“대표는 당원만 봐선 안 돼”… 與 원로들의 쓴소리>에서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후에도 쇄신을 거부한 채 ‘찬탄’ ‘반탄’으로 싸우는 행태는 실망스럽다. 그러나 이들은 국민이 선택한 107석의 제1야당이자, 국정 운영의 한 축"이라며 "이런 야당을 전면 배제하겠다는 것은 곧 의회주의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추석 전까지 개혁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구상도 강성 지지층만 바라본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내에서 '신중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도 정 대표는 당선 이틀 만에 검찰·언론·사법 개혁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강경파 의원들을 배치했다"며 "속도전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당대표가 지난 2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전국당원대회에서 당대표직 수락연설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세계일보는 사설 <鄭 대표, “당원만 보고 가면 안 돼” 원로들 고언 새겨라>에서 "대통령은 '통합'을 외치는데 정작 여당 대표는 여야 대립과 갈등, 분열의 정치만 조장해서야 되겠는가"라고 했다. 세계일보는 "정 대표는 취임 후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도부를 무슨 투명인간처럼 취급하고 무시하며 대화도, 협치도 거부하는 중"이라며 "정 대표는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문에서 민주당을 향해 '소수 의견을 존중하고 관용·자제·대화·타협에 노력했어야 한다'고 질타한 점을 직시하길 바란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국민 임명식'이 민주당과 지지자들만을 위한 잔치로 전락하게 생겼다며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과거 민주당 대표이던 시절 '범죄 혐의 피의자와는 대면하기 싫다'며 만남조차 꺼린 윤 전 대통령과 '내란 정당과는 악수도 하지 않겠다'며 버티는 지금의 자신이 대체 뭐가 다르냐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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